[정마리의 정가, 이수경의 헌신]전

정마리 국악인
국내외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시각예술작가 이수경과 국내외에서 전통 소리인 정가를 노래하는 보컬리스트 정마리가 만났다.

두 예술인은 같은 시공간 속에서 상호교류적인 공연과 전시를 보여준다.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18일부터 열리고 있는 '정마리의 정가, 이수경의 헌신'전이 그 무대이다.

두 사람의 '인연'을 아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일반에게 '헌신'이란 단어는 왠지 거슬린다. 그러나 정가(正歌), 그것도 정마리가 부르는 정가라면 자연스런 표현으로 여겨진다.

정가는 옛 시를 노래로 부르는 전통 성악곡으로, 시조, 가곡, 가사를 이른다. 그 중 가곡은 올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정마리는 여창가곡 전수자(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다.

정가는 인간이 신체를 사용해 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이다. 정가의 '정(正)'자는 만물을 바르게 만들고 정화시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수경 설치미술작가
이수경은 정가를 '감성적으로 가장 감동받은 노래'라 표현할 만큼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정가를 통해 거대한 감동을 전달해 준 정마리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 년 동안 헌신할 것을 결심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드로잉과 공간 연출은 정가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인 셈이다.

현대미술과 전통 음악예술이 만난 이번 전시는 두 사람의 예술적 삶과 관심사가 교직된 측면이 강하다.

정마리는 국악의 전통을 이어오면서도 무용, 연극, 영화 등에 노래로 참여해 장르 간 소통과 가곡의 현재성을 탐색해 왔다.

이수경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다루어오면서 최근에는 <번역된 도자기> 작업을 통해 버려진 것에 대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불교 등 종교와 명상에 관심이 많은데 '연화심'이라는 법명이나 부적과 불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경면주사로 드로잉을 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그가 '정화'됨에 이끌리는 것이 정가에 더 관심을 갖게 된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머리'보다는 '몸'의 진솔한 경험으로 이뤄지는 대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전시의 드로잉은 그러한 '몸'이 정가에 대해 느끼는 대로 움직여 표현한 것이다.

정마리는 전시에서 악기 없이 몸통의 울림만으로 정가를 들려준다. 그의 몸이 악기가 되는데,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뽑아내기 위해 스스로의 육체와 정신을 다듬고 단련해오면서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소리는 이수경의 드로잉으로 나타난다. 하루 종일 스타바트 마테르(슬픔의 성모)와 정가, 이슬람 경전 낭독, 범패, 그레고리오 성가 등을 들으면서 이것이 체화되었을 때 몸의 움직임(드로잉)으로 이어진다.

여타의 혼성화된 현대예술과는 차별화된 시각예술과 소리예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재미 사진작가 조재만 한국 첫 개인전

재미 사진작가 조재만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패션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중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면서 작가의 가치기준에 충실한 리얼리티한 앵글로 담아낸 것들이다.

뉴욕 할렘가 흑인들의 일상을 그린 메트로폴리탄 시리즈부터 여성의 모습을 담은 초상시리즈, 사막시리즈, 게이-레즈비언 시리즈와 타투 시리즈 등 사회와 자연의 여러 층위를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특히 애정을 갖고 있는 게이-레즈비언 시리즈와 타투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관람자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직설적으로 촬영했다.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