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대석] 최진용 의정부예술의 전당 사장처음으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집행위원장 맡아

서울과 경기, 인천이 하나로 묶여진 수도권 광역화가 가속되면서 시민들의 문화환경도 지역별로 재구성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은 여전히 서울이다. 주말이면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수도권 시민들은 서울로 몰려든다.

하지만 이제는 경기 남북부에도 지역 주민을 포용할 수 있는 전문 문화공간들이 차츰 서울에 뒤지지 않는 설비와 콘텐츠를 갖춰가고 있다. 올해 개관 10년을 맞은 의정부예술의전당도 그중 한 곳이다. 10년 전 의정부에 세워진 복합문화공간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풍성한 기획 프로그램과 다양한 축제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특히 오페라, 발레, 연극, 뮤지컬, 문학 행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크고 작은 기획과 국제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지역주민에게 문화예술의 풍부한 공급원 역할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의정부예술의전당을 대표하는 행사는 단연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탄생과 함께 10년을 지나온 이 행사는 오페라, 뮤지컬, 춤과 연극을 포함한 총체극 등을 '음악극'이라는 장르 안에 아우른 대표적인 축제다. 지난해 의정부예술의전당에 새로 취임한 최진용 사장은 이번 축제에서 처음으로 집행위원장을 맡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의정부의 음악도시화'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열 살 의정부예술의전당이 맺은 열매

취임 반년 만에 개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경기 북부 및 서울 동북부의 대표적인 아트센터인 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개관 10주년을 맡게 되어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성찰을 바탕으로 장기 발전계획을 준비할 때라 생각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취임 이후 새롭게 추진해온 일들의 진행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새로 취임하여 갑자기 무엇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기보다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잘 되고 있는 부분은 더 잘 되게, 부족한 부분들은 내실을 다지면서 발전시키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소공연장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컨벤션홀(구 국제회의장)을 작은 공연장으로 만들어 다양한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정부예술의전당뿐 아니라 더 큰 틀에서 의정부시 전체를 창의적인 문화도시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공간으로서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지난 10년간 지역주민들의 문화의식 향상에 어떻게 기여했다고 자평하는지.

의정부예술의전당 전경
의정부지역뿐 아니라 양주, 동두천 등 인근 경기 북부 지역과 서울 동북부 지역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준 높은 공연․전시 유치와 중저가의 관람료 정책으로 의정부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변모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군사도시 혹은 미군도시라는 의정부의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데에도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문화는 한 나라의 얼굴을 변화시키고 한 도시의 격과 품위를 바꾸며, 예술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앞으로는 더 큰 발전과 도시 활성화, 관광과 연계한 축제와 공연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가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이 되려고 합니다.

국립중앙극장, 예술원, 노원문화예술회관 등을 거치며 단체마다 중흥을 이끌었습니다. 문화예술 행정전문가로서 현재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지난 10년간 지역문화예술회관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이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한 단계 도약할 시점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시민이 주인이 되는 아트센터가 되도록 시민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 공연, 전시의 결정을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평가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극장의 문턱을 더 낮추고 문화서비스를 확대할 것입니다.

전문 공연예술 단체로서 하드웨어의 보완과 재정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대비책이 진행 중인지.

공연장에 대한 개보수 공사, 특히 무대와 음향, 기계 시설의 보완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며, 특히 연습실과 시민편의시설 등을 크게 확충할 계획입니다. 또 아트센터답게 광장, 로비, 옥상 등을 시각적으로 예술성을 부여할 것입니다. 내년에 건립 예정인 음악박물관에 대형연습실, 강좌실을 포함시켜 현재의 부족한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할 계획입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예술공간

지역 문화예술회관은 어느 지역이나 시민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주요한 관건이 됐습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의 경우 어떤 프로그램으로 이를 위한 노력을 하고 계신지.

앞에서 언급한 예술의전당 시민위원회, 예술의전당 홍보위원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고 연중 10회 이상의 설문조사, 워크숍, 포럼 등을 개최하여 예술의전당이 활발한 지역커뮤니티의 장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올해도 시민의 날 축제 한마당-시민대합창제(10월) 등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음악 프로그램과 대중가수 콘서트, 소규모 음악회 등 풍성한 기획공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의정부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까지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행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많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는 어떤 전략으로 대처할 계획이신지요.

보다 내실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초청된 적 없는 국가의 음악극을 발굴해 소개하고, 한국적 소리와 음악을 담은 음악극을 공동제작하여 한국적 음악극의 지형을 확대해갈 것입니다. 또 음악극의 개념과 세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심포지엄과 시민, 관객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더욱 다채롭게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주빈국 제도의 도입을 비롯해 매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주제의 선정을 통해 보다 차별화된 축제, 즐거운 축제, 시민의 창의력이 반영되는 축제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의정부=음악도시'가 가장 큰 목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 차원에서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 텐데요.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음악도시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입니까. 콘텐츠와 하드웨어 양면에서 설명해주신다면.

의정부는 예술의전당의 국제음악극축제, 전국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등 잘 알려진 음악축제는 물론 우투리밴드, 이자람의 판소리 만들기 자, 의정부시립합창단 등 우수한 음악적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도시를 음악적으로 시각화하고 3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합창제의 개최, 음악박물관의 건립, 장기계획으로 대규모 음악공원의 조성, 음악레지던스 프로그램의 추진, 예술 강좌 중 음악교육 강화, 다문화 가정, 자녀,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한국판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 전개 등 다양한 음악도시 만들기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부터 다른 지역 문화예술기관과의 공조도 수도권 문화예술 중흥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계획이 있는지.

개관 10주년을 맞아 LG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의정부예술의전당 상주단체인 판소리 만들기 '자'의 <억척가>를 공동제작하여 오는 5~6월 중 초연을 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도 LG아트센터를 비롯해 지역의 대표 공연장과 2~3편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또 프랑스 발레단과 <에디트 피아프의 유혹(가제)>이라는 발레 뮤지컬을 공동제작하는 것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의정부예술의전당의 지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앞으로 살아있는 문화, 전시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예술인 나아가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시민들에게는 생활 속의 쉼터이자 놀이터이며 문화체험의 현장으로 다가서며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예술인들에게는 창조의 터전이며 만남과 교환(交歡)의 장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극장의 문턱을 낮추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처럼 지역주민과 밀착된 친시민적인 문화공간이자 일본의 세타가야극장처럼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문화의 저수지'로서의 공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취임 1주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앞으로 임기 동안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지요.

아트센터는 공연을 보거나 전시만 이루어지는 장소는 아닙니다. 시민들의 만남과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 샘터가 되어야 하는 공공문화센터입니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은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새롭게 인식시키는, 소중하게 생각케하는 문화공간이자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중심체입니다. 시민이 시민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며, 시민의 문화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역할을 위해 창조적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최진용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은…

1947년생.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문화공보부 행정사무관(1980~1989), 예술원 예술진흥과장(1990), 문화부 예술진흥국 영화진흥과장, 전통예술과장(1993~1994), 문화체육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과장(1996), 국립중앙극장장(1999), 문화관광부 국립현대미술관 사무국장(2002), 대한민국 예술원 사무국장(2002),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2007), 한국문화예술경영연구소장(2010. 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