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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루니, 푸른 날개 달고 큰 세상으로 날다

●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 입단 정대세
北 대표 출신으론 4번째 "수원 열렬한 팬 인상적… 한 시즌 15골에 팀 우승"
야심찬 도전 선언하며 'K리그 대세' 꿈꿔
  • 정대세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수원 삼성 입단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민 루니'로 불리던 재일교포 스트라이커 정대세(29). 지난해까지 독일프로축구 쾰른에서 활약하던 정대세가 마침내 한국프로축구 수원 삼성에서 뛰게 됐다.

계약조건은 이적료 30만 유로(약 4억2,000만원)에 연봉은 4억원, 기간은 3년. 특급 용병들과 비교하면 특급 대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연봉 4억원이 말해주듯 정대세에 대한 구단의 기대는 상당하다.

북한 대표팀 출신의 국내 구단 입단은 안영학(가시와 레이솔) 등에 이어 정대세가 4번째다. '인민 루니'가 '수원 루니'로 변신한 것이다. 정대세의 애칭이 된 루니의 '원조'는 웨인 루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고 공격수다.

정대세는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팬들을 향해 "첫 시즌에 15골을 넣겠다. 공격수로서 한 시즌에 15골을 넣지 못한다면 경기에 뛰지 못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올해 대세는 바로 나'라고 외친 셈이다.

정대세가 한국에 온 것은 3년 만이다. 정대세는 2010년 2월 일본프로축구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국땅을 밟았다.

  • 정대세가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대세는 "수원은 전통이 있고, 열혈 팬도 많다. 선수들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들었다"면서 "예전에 수원에서 뛴 적이 있는 안영학 선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수원에서 뛰고 싶었다. 현역 선수로서 우승해본 적이 없는데 수원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출생은 일본, 국적은 대한민국

정대세는 한국 국적을 가진 아버지와 '조선적(籍)'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조선적이란 일본이 외국인 등록제도상 만든 국적을 의미한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에 거주하던 재일교포 가운데 남한이나 북한 어느 한 쪽의 국적을 따르지 않은, 그렇다고 일본에도 귀화하지 않은 이들에게 부여된 것이 조선적이다.

조선적은 일본 법률상 무국적에 해당한다.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3개월짜리 여행증명서를 한국 정부에서 발급받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 외국으로 나갈 때는 일본 법무성에서 여권 대신 재입국 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 왼쪽부터 장명부, 김일융, 주동식, 김무종
정대세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 국적을 가졌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재외국민인 셈이다. 정대세는 일본에서 외국인 등록증을 갖고 생활했다. 여기에는 정대세의 국적이 한국으로 명시돼 있다. 정대세는 해외에 나갈 때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발급한 여권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대세가 북한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독특한 선수 자격 규정 때문이다. 유럽에는 이중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FIFA에서는 대표팀 선수의 자격으로 국적이 아닌 해당 국가의 여권 소유를 기준으로 택하고 있다.

정대세는 어려서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다. 또 어머니가 조선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 여권을 받을 수 있었다. 정대세가 그동안 북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이유다.

정대세가 지난 8일 입국할 때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여권이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여권을 가지고는 입국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있기에 정대세는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대세가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는 없다. FIFA 규정상 특정 국가 대표팀에서 뛴 선수가 국적을 바꿔 다른 나라 대표팀에 승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무대 선택, 왜?

정대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컵 축구대회부터. 이 대회에서 정대세는 일본과 한국을 상대로 잇달아 골을 터뜨리며 스트라이커로서 존재 가치를 마음껏 뽐냈다.

이후 북한 대표팀의 든든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정대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북한이 44년 만에 본선에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월드컵 여세를 몰아 독일에 진출한 정대세는 보쿰 2부 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39경기에 출전해서 14골을 사냥했다. 하지만 정대세는 지난해 쾰른 이적 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며 긴 슬럼프에 빠졌다.

정대세는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재도약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정대세에 대해 "예전 경기력을 보면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며 "독일에서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지만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금세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대세가 K리그를 선택한 데 동료들의 조언도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정대세는 수원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북한 대표팀의 안영학에게 "'수원은 열렬한 팬들이 있고 축구를 하는 환경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정대세는 또 독일에서 뛰고 있는 차두리에게도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 이야기를 들었다. 차두리의 말처럼 수원과 서울은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자 최고 라이벌이다.

북한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것도 정대세의 한국행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의 꿈이 무산된 이상, 마음껏 뛸 수 있는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K리그에서도 대세 될까

정대세는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에서 전반기에 5경기에만 출전하는 데 그치는 등 10경기 무득점이 전부였다. 잘나갈 때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이지만 정대세의 나이는 올해 만 29세로 축구선수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국제대회와 일본ㆍ독일리그에서 입증됐듯이 정대세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80㎝ 80㎏의 정대세는 축구선수, 특히 스트라이커로서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강력한 몸싸움과 폭발적인 스피드, 탁월한 집중력 등을 겸비한 만큼, 정대세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의 자질은 충분히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정대세는 일본리그 가와사키에서 뛸 때는 2007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하는 등 164경기에서 64골을 넣었다. 독일 진출 이후에도 정대세는 비록 2부 리그(보쿰)였지만 두 시즌 동안 39경기에서 14골을 수확했다.

그렇다고 정대세에게 무조건적인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K리그의 수준은 이미 아시아 정상급에 올라 있다. K리그에는 이동국 이근호 등 특급 토종 골잡이들뿐 아니라 에닝요, 데얀, 몰리나 등 걸출한 용병 스트라이커들도 즐비하다.

정대세가 뛰게 될 수원만 해도 스테보, 라돈치치 같은 K리그 최고의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다. 객관적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은 경험과 세기 면에서 정대세를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정대세가 K리그에서도 '대세'가 되려면 '집 안 경쟁'에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정대세를 두고 "K리그에서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이 엇갈린다. 양쪽 모두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대세는 "첫 시즌에 15골을 넣겠다"라며 '필승'을 자신하고 있다. "공격수로서 그 정도를 못한다면 경기에 뛰지 못할 것"이라며 스스로 성공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정도다. 올해 만 29세, 축구선수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정대세가 '아버지의 조국'에서 이름처럼 큰(大) 세상(世)을 꿈꾸고 있다.

● 정대세는 누구

생년월일: 1984년 3월3일

출생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가족관계: 아버지 정길부, 어머니 리정금, 형 정이세

신체조건: 180㎝ 80㎏

혈액형: B형

결혼 여부: 미혼

경력: J리그 가와사키-독일프로축구 보쿰, 쾰른

-K리그 수원 삼성

성적: A매치 28경기에서 5골,

일본리그 164경기 64골

독일리그 54경기 15골

재일교포 선수가 없었다면 지금의 프로야구도 없었다



80년대 장명부 등 활약
수준 높은 플레이 전수
재일교포 선수가 없었다면 한국프로야구가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좀 과장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프로야구 초창기 재일교포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에게 요즘의 메이저리그 특급 선수들 이상이었다.

1982년에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이듬해부터 재일교포 선수들의 수입에 열을 올렸다. 한국에 온 재일교포들 중 한물간 선수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두 차원' 높은 수준의 야구를 경험했던 재일교포 선수들에게 걸음마 단계의 한국프로야구는 '어린아이'로 느껴졌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유일무이한 한 시즌 30승 투수인 고(故) 장명부는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장명부는 그해 427.1이닝을 던지며 30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이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거뒀다.

요즘 같으면 한 투수가 한 시즌에 200이닝만 던져도 철완(鐵腕)으로 통한다. 장명부는 어지간한 투수가 2, 3년 동안 던질 이닝을 단 1년 만에 소화한 것이다.

은퇴 후 삼성과 롯데에서 인스트럭터와 투수코치로 활동하던 장명부는 1991년 마약사범으로 구속돼 한국과 작별하게 됐다. 장명부는 2005년 4월13일 자신이 운영하던 와카야마현 마작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돼 팬들의 안타까움과 충격은 더했다.

1983년 '해태왕조'의 첫 우승에 기여했던 잠수함 투수 주동식과 포수 김무종도 성공한 재일교포 선수들의 대표적 사례다. 특히 김무종은 자신의 사인대로 공을 던지지 않는 국내 신인투수에게 '알밤'을 줬을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일본 최고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출신의 왼손투수 김일융은 1984~1986년 3년간 54승을 거뒀다. 깔끔한 외모와 신사다운 매너로 인기를 모았던 김일융은 1985년에는 25승을 올리며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왼손타자의 교과서로 통했던 롯데 홍문종, 재일교포 최초로 타격왕에 올랐던 빙그레 고원부, 3차례나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던 OB 최일언 등은 남다른 정신력과 기술로 국내 선수들의 '목표'가 됐다.

요즘이야 9개 구단 전체 선수의 평균 연봉이 1억원 정도지만, 국내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1억원 시대를 연 것도 재일교포 선수들이다. 1985년 장명부는 1억484만원, 1986년 김일융은 1억1,250만원, 1987년 삼성 김기태는 1억2,0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80년대만 해도 재일교포 선수들이 한국야구를 이끌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국내 야구의 수준이 점차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재일교포들 선수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삼성 김성길 김실, 롯데 김병수 김행희 홍순기 등이 야심차게 국내 무대에 데뷔했지만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국내 선수들의 활약에 밀려 벤치를 지키거나 보따리를 싸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재일교수 선수들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한화 내야수 고지행, LG 왼손투수 김지유, 롯데 외야수 김용강, SK 투수 김대유 등이 선배들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세계야구월드컵(WBC)에서 4강(2006년)과 준우승(2009년)에 빛나는 한국야구의 벽은 높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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