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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한다면서 파벌형성 '딴짓'?
열린우리당 세포분열 가속, 스터디 그룹 형태 소모임만 10여개
당내 복잡한 스펙트럼 반영, 유시민 의원 이끄는 '참정연' 시선집중


17대 국회의 큰 특징은 여야를 막론하고 성향과 이해 관계에 따른 모자이크식 분화가 초기부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51명의 소속의원을 이끌 만한 뚜렷한 당의 구심점이 없는 열린우리당의 세포 분열은 다양한 ‘공부모임’의 형태로 세력화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원 구성도 매듭되지 않은 현재, 모양새를 갖춘 모임만 10여개에 이른다. 크게는 재야파 중심의 진보진영과 전문가 그룹 중심의 실용주의 집단, 친노(親盧) 직계 그룹 등으로 분류된다.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한 공부모임”이라는 게 공통된 주장이지만 당 안팎의 시각은 다르다. 스스로를 ‘잡탕 정당’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성향별 스펙트럼이 다양한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가장 주목받는 모임은 과거 개혁당과 신당연대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참여정치연구모임(참정연)’이다. 6월9일 현역의원 25명을 포함, 원내외 120여명의 인사들이 모여 공식 발족한 참정연은 스스로를 “정책노선이 아니라 조직노선을 중심으로 모이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정치결사”로 규정할 만큼 정치색이 짙다. 개혁당 그룹이 그동안 당내 주요 현안 결정 과정에서 특유의 결집력으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참정연의 발족은 본격적인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측면에서 참정연에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은 모임의 산파역할을 한 유시민 의원의 정치적 역할에 맞춰져 있다. 최근 이해찬 총리후보 지명, 정동영 김근태 동반 입각 등 참여정부의 집권 2기 구상에 그가 관여한 흔적이 나름의 신빙성을 갖고 있고, 여권의 권력지형도 변화에서도 친노 세력을 대표하는 그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참정연을 유시민 대권 준비조직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 문희상 특보 밀어낸 ‘새로운 모색’



6월 9일 유시민 의원이 주도한 개혁당 세력인 참여정치연구회가 공식 발족했다. 노무현 맨들이 동반 참여해 친노세력의 전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종석 송영길 이종걸 문석호 정장선 등 민주당 출신 재선그룹 중심인 ‘젊은 희망’은 최근 우상호 이인영 정성호 등 386세대 초선들을 대거 보강, ‘국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새로운 모색)’으로 확대 개편했다. 김영춘 안영근 등 한나라당 출신 ‘독수리 5형제’의 일부도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당의 요로에 포진된 이들의 파워는 최근 몇 가지 당청간의 주요 현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정치특보이던 문희상 의원의 집중된 역할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결국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 폐지령으로 이어졌다. 김혁규 카드에 대한 당내 반대론도 모임에 참여한 일부 의원들이 주도한 측면이 크다. 이들은 6월 11일 조찬모임에 문희상 의원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형식으로 갈등설 봉합에 나섰다. “언론의 과장 보도 탓”이라는 게 문 의원과 모임의 설명이었지만, 앞으로도 모임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적 파장과 함께 언론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염동연 문희상 유인태 김진표 의원 등 노 대통령의 측근과 참여정부 1기 청와대 및 관료 출신들이 중심이 된 ‘친노 직계모임’도 조만간 발족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선 당청간 고리가 상당히 약화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읽고 집권 2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주기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의원 등 노 대통령의 젊은 참모 그룹 10여명도 꾸준히 독자 행보를 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러나 염동연 의원의 주도하에 53명의 초선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던 친노 초선모임은 염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다.

‘화(火)요 조(朝)찬모임’의 변형된 명칭인 ‘불새(火鳥)’는 실용주의 성향의 모임으로 눈길을 끈다. 주 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당선자를 주축으로 민병두 박영선 이은영 의원 등 전문가 그룹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총선 당시 정동영 전의장이 영입에 앞장섰던 인사들이며, 이라크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문제 등에서 참정연이나 새로운 모색에 비해 중도 온건 노선이 확연하다.


- 정동영 측근들로 구성 ‘불새’ 눈길

산자부 장관 출신인 정덕구 의원이 주도하고 현대카드 회장 출신의 이계안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경제포럼’도 정 의장과의 관련성이 뚜렷하다. 정 전의장의 의장직 사퇴 이후 ‘불새’와 ‘시장경제포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정책결정과정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108명의 초선의원이 중심이 된 '초선모임'은 각 세력이 분화되면서 입지가 크게 약화됐지만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중심이 돼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이강철 전특보와 최철국 조경태 조성래 의원 등 영남 출신 인사들이 중심이 된 ‘지역개발연구회’, 임채정 우원식 이화영 의원 등 서울 강북지역 의원들이 중심이 된 ‘서울균형발전연구모임’은 지역의 현안 및 이해를 대변하는 지역모임의 성격을 띠고 있다.

13명의 여성 초선의원들이 참여한 ‘열린정치 여성의원 네트워크’는 원내 발언권 강화가 목표다. 또한 천정배 원내대표를 정점으로 이종걸 임종인 의원 등 10여명의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중심인 민변 그룹도 잠재력을 인정받는다.

반면 임종인 김재홍 이목희 의원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초선 모임’은 6월 10일 자진해산을 결정했다. 108명의 초선의원의 힘으로 거침없이 제목소리를 내왔지만, 각종 현안에서 여권 내 혼선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입지가 크게 약화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모든 계파를 거부하고 초선의 힘으로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취지가 108명의 각기 다른 성향과 이해관계를 묶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7대 국회 개원 초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더러는 몰락하기도 한 열린우리당 ‘공부모임’ 활성화가 당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혼란스런 여권의 역학구도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당의 구심이 사라진 거대 여당의 정치적 세포분열이 이들 모임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더욱이 지난 16대 국회에서도 다양한 모임들이 등장해 정치세력화로 발전한 경험을 반추해 볼 때, 여권의 정치적 분화는 이들 모임의 흥망과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마다 “정책과 연구, 토론”을 모임 결성의 동기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시대적 계보정치의 맹아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06-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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