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통로 역할, 개혁 견인"전당대회서 2위로 파란, 당 내부변화 이끌 소장파의 핵"생산적 콘텐츠 소통과 공유의 장 만드는 데 노력"

[인터뷰]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집단의 통로 역할, 개혁 견인"
전당대회서 2위로 파란, 당 내부변화 이끌 소장파의 핵
"생산적 콘텐츠 소통과 공유의 장 만드는 데 노력"


7월 1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의 히어로는 단연 원희룡이다. 박근혜 대표의 재선출이 예상된 가운데 원 의원은 40대의 돌풍을 일으키며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원 의원의 당 지도부 입성은 한나라당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 의원 역시은 최고위원 당선 연설에서 “한나라당 새 출발의 선봉에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7월 23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실에서 원 최고위원을 만나 ‘새출발’의 의미를 들어봤다.


- 도덕적 신뢰로 당 이미지 개선해야

Q : 7ㆍ19 전대에서 2위로 최고위원이 됐는데 이에 대한 소감과 전대의 의미를 말한다면.

A : 잔치는 끝났고 이제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다. 역할이 커진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이번 전당대회에선 40대 최고위원이 두 명이나 나왔는데 당일 김덕룡 원내대표께서 “섬뜩하다”고 하신 말씀에 전대의 의미가 압축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나라당 내부에 변화의 욕구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대에 대해 한나라당이 자극받고 분발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고 본다.

Q :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 의원일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는데.

A : 개인 의원일 때는 훨씬 자유롭고 내 책임만 지면 되지만, 최고위원은 직위 자체가 다르고 책임의 비중도 다르다. 젊은 의원을 대표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것은 집단의 통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당을 네트워크화해 나가는 가운데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그리고 생산적인 콘텐츠가 계속 나오고 이것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문제가 있을 때마다 비판하기보다는 다른 분들과 대화 통로를 만들고 노ㆍ장ㆍ청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쉽게 타협하진 않겠지만 설득과 대화 채널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나갈 생각이다.

Q :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짧은 기간에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복안은 있는가.

A : 수권의 핵심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됨으로써, 국민이 자신의 장래 문제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대안 정당이라는 희망에 앞서 도덕적인 신뢰를 먼저 확보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털어내야 하고 당이 새롭게 바뀐 모습을 내용적으로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력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또 콘텐츠는 몇몇 사람들에 의존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이 모여질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장단기 프로그램을 개발, 당을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데 모두가 동참하는 프로그램이 설득력있게 제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 안팎의 네트워크가 잘 작동되고 당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도부를 구성하는 박근혜 대표나 개인 원희룡은 ‘집단화된 힘’의 한 꼭지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 박 대표 전면전 표현은 오버

Q : 박근혜 대표는 “정부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대한 입장은.

A : ‘전면전’에 대해선 견해가 다르지만 두 가지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 첫째 의문사위원회, NLL문제, 국가안보회의에서의 주적개념, 송두율씨 문제 등 개별 이슈가 아니라, 한국의 현대사적 측면에서 (문제점들을)한 번 짚고 넘어 가야 할 상황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민적으로도 과연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 한미동맹 등 안보에 있어서 정확한 중심을 잡고 있느냐에 대해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견제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두 번째는 당 밖의 한나라당 지지층과 당내 목소리 일부의 의견이다. 즉, 여권이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 기반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募?요구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상전이 되려면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상대 당을 심판하려 하는 의도에서의 과거지향적ㆍ퇴행적인 사상전은 여야 모두에게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정쟁으로 흐를 수 있다. 현재 여야 공방이 그런 양상을 띠고 있다. 박 대표의 ‘전면전’이란 표현은 다소 오버 한 것 같다.

Q :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놓고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여야 공방이 뜨겁다.

A : 친일은 사상전과 별개의 역사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 일제시대 독립 운동을 못한 것은 그렇다 치자. 친일한 것을 부끄럽게 알고 책임을 지면 된다. 박 대표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 문제가 자꾸 거론되는데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식민지를 겪은 약소민족의 역사로서 승화시키고 극복해야할 일이다. 박 대표는 엄연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그 분의 공과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친일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하고 “아버지로부터 조국근대화를 위한 헌신과 국가관을 배웠다. 독재가 되풀이 되선 안 된다” 하면 되지 않겠나. 노무현 대통령도 장인의 좌익 전력을 인정했다.


- 박 대표 궁궐 속 공주로 머물러선 안돼

Q :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그리고 대권 주자로서의 박 대표를 평한다면.

A : 리더십 부분은 현재까지 합격점을 받은 게 있고 아직까지 답안지를 안 쓴 게 있다. 합격점을 받은 것은 국가관과 도덕성에서 나름대로 높은 기준이 있고, 정치적 행동이나 표현에서 절제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호소하고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훈련된 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증명해 보여 줘야 할 일은 리더십의 콘텐츠, 즉 내용이다. 나라를 살리고 국민의 아픔을 같이하고 풀어가는 데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 가 하는 점이다.

박 대표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돋보이지만 밑바닥과 현장에서 민초들과 뒹굴며 대중과 진정한 소통을 해왔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없지 않다. 박 대표는 울타리 쳐진 궁궐 속의, 갇힌 공주로 머물러선 안된다. 대권 주자에 대한 평은 “만만찮은 분” 정도로 해 두자.

Q : 당내 비주류측에선 지도부의 대여 투쟁이 유약하고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많다. 또 의원들 이해 관계에 따라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등 이른바 차기 주자를 둘러싼 파워 게임설도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A :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야당 본연의 임무다. 그러나 과거처럼 사사건건 정부 여당의 존재나 역할을 무시한 채, 극한적이고 소모적인 투쟁으로 나가는 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탄핵으로 당이 위기에 빠졌던 일을 생각해 보라. 투쟁을 하더라도 프로그램이 있고 국민적인 지지 ,명분,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리당의 야당성ㆍ투쟁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기 주자들 간의 파워 게임설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러나 주자들 간에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고 1인이 독주하는 것보다 대권 주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현재 박근혜 대표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대선 기간은 시련의 기간일 수도 있다. 리더로서의 철학, 비전, 인간적인 매력이 국민 앞에서 선택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07-29 14:3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