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정 시스템 복원으로 위기정국 정면돌파 의지"어설픈 여야 상생보다 개혁적 여당의 힘 보여줘야"

여권, 돌격 앞으로?
당·청·정 시스템 복원으로 위기정국 정면돌파 의지
"어설픈 여야 상생보다 개혁적 여당의 힘 보여줘야"


노무현 대통령

4.15 총선 이후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몸을 추스르며 ‘개혁 드라이브’로 대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당은 지난 16일 국회 본청에서 있은 의원 워크숍에서 뼈아픈 ‘자성론’을 통해 당이 처한 위기 국면을 黨ㆍ政ㆍ靑간 ‘시스템’ 복원으로 정면 돌파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날 문희상 의원은 “혼선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면서, “당 지도부에 이어 이해찬 총리, 청와대 김병준 정책 실장 등 정책조율을 위한 고위당정회의 멤버들이 제 자리를 잡아 이젠 시스템이 완전히 갖춰졌다”고 밝히며 정국 주도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선일 씨 피살사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인사청탁 로비의혹,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등 계속된 악재로 휘청거리던 여권이 꺼낸 카드가 ‘정면 돌파’라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당 한 핵심 당직자가 “어설픈 여야 상생보다는 개혁적인 여당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여권의 절박함을 반증한다.


- 국보법 폐지 등 개혁 드라이브

이 지난 8일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며 공세의 포문을 연 것, 청와대가 지난 14일 신행정수도 반대 논조를 견지하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해 “‘黨報’인지 ‘신문’인지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것 등은 행정수도 이전공방을 ‘개혁 대 반개혁’ 구도로 몰아서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분명한 개혁 노선을 보여주겠다는 우리당의 의지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과 ‘국가보안법 개폐’, 의문사위의 ‘튀는’ 활동 등 이른바 과거청산과 반부패개혁 입법 부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친일진상규명법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연좌제’ 반발 속에서 조사 대상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두고 사회적 이슈를 불러 모으며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 우리당의 386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구시대 법률인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 종전 대체입법에서 아예 ‘폐지’로 가닥을 잡는 등 굵직한 개혁입법이 준비되고 있다. 21일 신기남 의장이 당내 재야 출신 및 386 의원들이 주최한 ‘보안법 폐지 간담회’에 참석해 “국가보안법은 폐차 직전의 고장난 차”라며 “개인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특히 임채정, 임종석, 우상호 의원 등은 정기국회에서 보안법 폐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준비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임 의원은 “8월 중순 당론 확정, 8월말 폐지안 국회 제출, 정기국회 처리”라는 일정을 내놓았다. 또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서는 개혁 작업이 진척될수록 소장파와 중진간의 이견 노출에 따른 내홍이 예상되고, 한나라당 박 대표 등 보수파가 22일 “보안법 폐지는 절대 안된다”고 밝히는 데서 보듯 ‘자충수’를 두게 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러한 흐름들은 이미 지난 6일 당 기획자문회의와 원내대책회의에서 불법정치자금국고환수법 제정,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등 반부패 정치개혁 입법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원칙이 정해지면서 충분히 예견된 일들이었다. 여기다가 여권 핵심은 ‘언론개혁’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당 언론발전특별위원회 준비위원장인 김태홍 의원은 “언론개혁에 있어 한 템포 속도가 늦춰졌는데 정기국회 개원 전까지 다양한 언론개혁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겠다. 언론자유의 마스터 키이다. 이 작업은 당과 국가 차원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진행된 비공개 워크숍에서는 ‘신문고시 강화, 점유율 및 독과점 규제, 신고포상금제도 도입, 소유지분 규제 및 분산 등 신문개혁 사안은 물론이고, 인터넷 언론의 법제화 부분이 거론됐다. 또 22일에는 준비위원회 한 관계자가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손해배상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까지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여야간 입장 차이가 큰 개혁정Ⅵ湧?국회 내에서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여권 각 계보들의 숨고르기도 바빠지고 있다. 151명의 제1당인 우리당 내부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조율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그룹은 지난달 9일 발족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다. 노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친노 세력이다. 참정연의 유시민, 정청래, 김원웅, 김형주 의원 등은 이광재, 조경태, 서갑원 등 청와대 출신 의원들과 호흡을 맞춰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를 앞과 뒤에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당 신기남 의장(가운데)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국회활동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유의원은 실세 총리인 이해찬 총리 등 청와대와 정부의 집권 2기 국정운영 개혁 드라이브의 이념적 측면을 보완하는 등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노 그룹의 대표주자격인 이광재 의원이 속한 의정활동연구센터는 참여정부 성공을 위한 정책 그룹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임의 한 관계자는 “여당의 위기는 개혁의 위기이고, 개혁세력의 위기다. 우리는 백년 정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자면 개혁을 전제로 한 상생이지 개혁을 배제하고 가로막는 상생은 할 수 없다”면서, “이 개혁정책은 단기간에 끝나는 인기전술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 창출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지는 아직 미지수다. 친노 직계 그룹과 386 의원들의 위상이 강화될수록 여권 내 복잡한 역학관계에 따라 미묘한 파열음이 일어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잇따른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 ‘개혁 속도 조절론’이 언급되는 등 신중론도 만만찮다. 386 의원과 이헌재 경제부총리간 불협화음도 현실을 외면한 지나친 개혁추진 탓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 여권대 파열음 가능성도

특히 “폭넓은 보수 계층이 보안법 폐지안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국보법 폐지 대신 개정안에 비중을 둔 의원들이 있는 등 개혁에 대한 내부 ‘역풍’도 드세다. 또 “시중 여론은 경제 살리기에 치중하라는 것인데, 엉뚱하게 과거사 문제로 야당과 보수층을 자극해 쓸데없는 당력을 소비해서는 안된다”며 ‘선경제 후개혁’을 주창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따라서 여권이 작심하고 꺼내든 진검 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여전히 집권당 내부의 전열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와 당?정간의 시스템이 과연 복원됐는지 의문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당 안팎의 파고를 헤쳐가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런 난제 속에서 지지율 회복과 국정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집권당의 ‘준비된’ 승부수는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절정에 다다를 전망이다.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입력시간 : 2004-07-29 14:49


최진순 서울신문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