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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위기의 열린우리당 비대위원장 맡아… 대선후보 역량 가늠할 분수령



우여곡절 끝에 김근태(GT) 비상대책위원장을 새 선장으로 하는‘열린우리당 호’가 출범했다. 5ㆍ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도체제가 해체되면서 위기에 빠진 열린우리당의 ‘구원투수’로 GT가 등장한 것.

GT는 “당을 살리는 길이라면 독배(毒杯)도 피하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그의 제구력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출발부터 타 계파의 견제로 삐걱거린 데다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GT와 가까운 소장파 의원들은 “퇴주잔을 받아봐야 선거패배 뒤치다꺼리만 하고, 득 될 게 없다”고 만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GT는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가만히 앉아 자연사(自然死)하기보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독배를 들어 당을 구하고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확보하겠다는 복안에서다.

GT가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원장의 키를 잡았지만 숱한 난관과 암초가 가로놓여 그의 행로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가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면 향후 대권 레이스에도 유리한 고지에 서겠지만 잘못하면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대권주자 반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GT호의 앞날은 산적한 과제를 얼마만큼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GT가 사실상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8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 머물며 온종일 향후 행보에 대해 고민한 것도 과제의 ‘무거움’ 때문이다. 핵심 측근은 “고민의 중심은 ‘국민’이었다”면서“다시 일어나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아니면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을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해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당 정비·신뢰회복이 급선무

당 안팎에선 GT체제의 제1 과제로 선거패배에 따른 수습책 마련과 체제정비를 꼽는다.

이광철 의원은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우리당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며 "처절한 반성과 함께 무엇을 잘하고 못했는지 근본적 원인 분석을 통해 대안과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래 의원도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분석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보고, 수습책을 찾아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GT측은 우리당과 참여정부가 벼랑끝까지 몰리게 된 원인을 국민과의 의사소통 실패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개혁성과의 부재로 진단했다. 그래서 당내는 물론 국민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고, 공허한 정치담론보다는 민생경제 등 국민의 관심사 해결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GT 지지그룹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김찬 정책실장은 “‘주먹 쥐고는 악수할 수 없다’는 게 GT의 지론”이라며 “촌로에서부터 국가 원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민들을 만나 반성하고 사과하고,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당 체질도 ‘말하는 정당’에서 ‘일하는 정당’으로 방향을 잡고 민생경제 회복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타 정당이나 정치세력과의 통합, 연대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당 체제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상임위원과 8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하고 3선 이상의 중진의원과 중량감 있는 초ㆍ재선 의원, 여성 의원 일부를 참여시켜 ‘통합과 효율성’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막상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GT가 넘어야 할 파도는 이뿐이 아니다. 당내 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당내 노선갈등 해결,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 정계개편 등 GT호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며 “이에 대한 해법이 이른 시간 안에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결단으로 속전속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 노선을 둘러싼 해묵은 ‘실용-개혁 논쟁’은 GT가 비대위원장이 되는 길목에서도 재연됐다.

5ㆍ31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동영(DY) 전 의장이 물러난 뒤 김혁규ㆍ조배숙 최고위원을 비롯해 실용파측이 GT를 비토, 당 의장 계승이 아닌 비대위원장에 올라야 했다. 게다가 GT체제는 실용파(DY계)-개혁파(GT계)의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에서 출범해 노선에 따른 충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야파인 한 재선 의원은 “당내 노선갈등을 끝장내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GT 체제도 희망이 없다”면서 “그간 당권을 장악해온 실용파는 말로만 민생과 개혁을 외쳤는데 앞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게 등돌린 민심을 어루만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우리당을 지지했던 그룹은 개혁을 지향하고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사람들인데 그동안 소리만 요란하고 개혁 성과가 없었다"며 "개혁 정책을 점검하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을 비롯한 중도ㆍ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실용주의ㆍ시장주의를 강조하며 GT측의 개혁 노선에 반대하고 있어 GT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노선갈등 불씨 여전



/ 신상순 기자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정리와 청와대와의 관계설정도 GT가 풀어야할 숙제다. 당장 부동산 및 세제 정책, 국민연금 개혁,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양극화 해소 등 폭발성 높은 과제에 대한 당ㆍ정ㆍ청 간 이견 조율이 발등의 불이다

GT측은 정책에 이견이 있을 경우 당의 입장을 적극 개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측근 의원은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면서 “정책 차이가 노정되면 당의 판단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요구하겠다는 게 GT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계급장 떼고 붙자’는 식의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우원식 의원은 “정책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개혁 과제를 골라 과감히 추진할 것”이라며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서민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료출신 등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GT체제의 출범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온 터라 한미 FTA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당내에서조차 견해차가 표면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와대와의 관계는 ‘정치적 카운터파트너’가 됐지만 시너지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5ㆍ31 선거 결과에 대해 당ㆍ청 간 시각차가 엄존하는 데다 부동산, 보건복지, 교육, 한미 FTA 등 참여정부 현안에 대해 우리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미 FTA에 대해 청와대는 연착륙을 준비하는 데 반해 우리당은 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GT계의 386 초선의원은 “현안을 두고 경제관료들과 충돌도 할 수 있으나 감수해야 한다면 감수하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쳐 당ㆍ청 간 불협화음이 예고되기도 한다. 또 정계개편 논쟁이 확산되면 노 대통령의 ‘소신론’(지역주의 회귀 반대)과 GT의 ‘연합론’(정권 재창출 기반)의 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대선정국에서 펼쳐질 정계개편 문제도 GT체제가 맞닥뜨려야 할 뜨거운 감자다. 우리당 일각에서는 ‘고건 대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안개모’의 안영근 의원은 공공연히 고건 중심의 정계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GT측은 “당내 안정과 정책적 노력을 통해 당의 기력을 회복한 뒤라야 천하의 인재를 모셔올 수 있다”며 당 체질 강화를 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GT측은 당권을 쥐고 있을 경우 향후 범여권의 통합 등 정계개편에서 구심력을 발휘하는 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통합’의 범위를 놓고 계파 간에 이해가 충돌, 조율이 안될 경우 당이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재건 작업 주도… 기회이자 위기

한편 비대위의 활동시한은 내년 초반까지가 유력시 된다. 그러나 정계개편 등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활동기한이 단축될 수도 있다.

정가에서는 비대위가 내년 전대와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과도체제로 가기보다는 제2 창당을 준비하는 당 재건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T의 역할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비상국면에서 당을 책임진 GT는 1995년 정치입문 이래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역대 어느 의장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결단력과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가와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떨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면 1~3%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당당한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반면 당 정체성과 노선 결정, 당ㆍ정ㆍ청 관계 재정립, 범민주세력 대연합 추진, 기간당원제를 포함한 당헌ㆍ당규 개정 등 각 계파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사안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 수습하면 GT의 정치적 야망이나 위상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

오는 7월의 재보선은 GT의 역량과 행로를 가늠할 수 있는 1차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GT호가 순항할지 역풍을 만날지는 GT 자신에게 달렸다.

당내 만년 2인자 꼬리표 떼나


"GT가 당에서 대장을 해 본적이 있느냐. 이번이 기회다.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5ㆍ31 선거 참패에 따라 열린우리당 정동영(DY) 의장이 물러난 뒤 김근태(GT) 최고위원이 의장직 승계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결정타가 된 말이다. DY의 그늘에서, 당내 만년 2인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극은 GT를 움직이게 했다.

참여정부 들어 GT는 항상 DY에 밀렸다. 첫 대결인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1.ㆍ11 전대에서 GT는 아예 출마를 접었다. 그해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DY가 지원한 천정배 의원이 GT가 민 이해찬 의원을 제쳤다. 이어 두 달 뒤 7월 DY는 통일부 장관에, GT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해 또다시 밀렸다.

2005년 4ㆍ2 전대에서는 DY가 민 문희상 의원이 당 의장에, 염동연 의원이 최고위원이 됐고 GT측에선 장영달 의원이 최고위원에 올랐다. 지난 2ㆍ18 전대에서도 DY는 1위로 당 의장에, GT는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당내 세력분포도 DY계가 '바른정치모임' '평화개혁연대', 친노그룹인 '국민참여1219'외에 보수성향의'안개모', 친노직계의 '의정연구센터'소속 의원들을 흡수, GT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 '국민정치연대', 신기남 의원이 이끌고 있는 '신진보연대', 유시민 복지부 장관 주도의'참여정치실천연대'규모보다 앞서고 있다.

GT가 대권경쟁에서 DY에 밀리는 이면에는'2인자'라는 딱지도 무시할 수 없다. GT가 비대위원장으로서 DY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6/06/12 14:56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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