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곳서 선거, 강삼재 허준영 등 거론… 우리당은 썰렁

▲ (좌로부터) 강삼재 전 의원, 허준영 전 경찰청장,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월드컵 열기에 묻힌 7·26 재보선은 한 달 이상 남아 국민들의 관심은 차갑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뜨겁다. 출마 희망자들은 자리선점을 위해 벌써부터 출마선언은 물론이고 예비후보등록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열기가 느껴지는 곳은 한나라당. 지난 5ㆍ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후, 이번에도 비슷한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자 각 지역별로 출마 희망자가 줄을 서고 있다.

출마자들 등쌀에 한나라당은 지난 8일 7ㆍ26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구성을 마쳤다. 정치권의 어떤 정당보다도 가장 먼저 공심위를 구성한 것이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당 정비에 급급한 상황이어서 아직 당차원의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 지역구 중 승리를 기대해볼 만한 곳이 별달리 없어 보인다는 점도 적극적인 출마희망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당내 강삼재 비토 분위기도 강해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네 곳이다. 맹형규 전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의 배수진을 치면서 내놓은 서울 송파갑,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내놓은 경기 부천소사, 그리고 신계륜 전 의원과 김정부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공석이 된 서울 성북을과 마산갑 등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인천 남동을)과 민주당 한화갑 대표(전남 무안·신안)가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있어 7월 재보선 지역은 최대 6곳이 될 수도 있다.

일단 경쟁이 가장 치열한 한나라당 내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마산갑과 송파갑이다. ‘한나라당 공천=당선’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마산갑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람은 강삼재 전 의원. 강 전 의원은 이 지역 출마를 강력 희망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비토 분위기가 강하다.

공심위 소속 한 의원은“당내에 강 전 의원에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지금까지 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왔는데 이제 와서 강 전 의원을 공천하게 되면 거꾸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도“예전에 홍사덕 전 의원이 공천 못 받았던 것을 생각해봐라. 그 분위기가 아직도 당내에 남아 있어 누구도 5ㆍ6공 이미지나 부패 이미지에 당이 다시 물드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특히 강 전 의원 공천에 대한 거부감이 세다. 강 전 의원이 국회에 재입성하면 6선의원으로서 지역수장 역할을 자임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강 전 의원 외에도 오승재 당 부대변인, 전수식 전 마산시 부시장, 박정성 전 해군제독 등이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역시 경쟁이 치열한 송파갑은 이회창 전 총재의 연고가 있는 탓에 이 전 총재와 연관있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흥주 씨와 송파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이원창 전 의원은 이 전총재 특보를 지냈고, 주진우 전 의원은 이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전 총재는 99년 재보궐 선거에서 송파갑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전 총재는 실제 이번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에게 자신을 배려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에선‘이회창 전 총재 배려설’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이흥주 전 특보의 경우‘이회창 전 총재가 정치복귀의 교두보를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가 당내에 나돌면서 의원들의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외에 7ㆍ11 전당대회와 재출마를 두고 저울질하던 맹형규 전 의원도 재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분위기를 떠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내던진 지역구에 다시 출마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여론이 적지 않아 이 여론이 정리되지 않는 한 공개적인 출마선언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성북을은 대선주자 측근들 대결?

서울 성북을은 한나라당 내에선 가장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 곳이다. 민주당의‘거물’조순형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장하자 움찔하고 있다. 조 전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고 지역에 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재보선 출마자 관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조순형이 나타나면서 다른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력 있는 인물을 외부에서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자천타천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인물은 허준영 전 경찰청장,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다. 애초에 송파갑 지역에 관심을 보였던 허 전 경찰청장은 최근 성북을 쪽으로 방향을 선회, 출마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북갑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는 정태근 정무부시장도 물밑에서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사석에서는 “선거에 나가게 되면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등 출마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성북을 지역은 우리당 내에서도 유일하게 하마평이 나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네 곳 가운데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전에 정동영 전 의장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 전 의장의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동영 당의장 시절 비서실 차장을 지낸 이재경 전 차장과 정기남 전 보좌관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한나라당 후보로 정태근 부시장, 열린우리당 후보로 정동영 참모진 중 한 명이 각각 후보로 나설 경우엔 대선주자 측근끼리 맞붙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박창완 당 예결산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경기도 부천소사는 김문수ㆍ손학규의 마음이 어디로 가 있느냐가 관심사다.

현재로선 김문수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자 경기도 공보관을 역임한 차명진 경기지사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지만 ‘김심과 손심’이 작용하는 데 대한 당내 거부감이 있는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할 지역구로 꼽힌다.

노용수, 김부회 전 도의원도 출마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에선 17대 총선에서 김문수 의원에게 석패한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형선 내일신문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