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일과의 미숙한 공조로 외교적 해결 난관… 다른 선택폭 좁아 고민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한반도 상공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좀처럼 가실 줄 모르고 오히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그 두께를 더하고 있다.

북·미 간 신경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추가 경제제재 검토 등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불똥은 급기야 남북관계로 튀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결렬되면서 식량ㆍ비료 지원과 이산가족상봉이라는 인도주의적 창구마저 막힌 데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위협받는 등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ㆍ일본ㆍ중국ㆍ러시아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파워게임, 그리고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도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미국 주도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데 이어 돈줄을 죄는 등 압박이 조여오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경고, 제2ㆍ제3의 미사일 후폭풍을 예고했다.

과연 북한은 또다시 대포동 2호나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가. 그렇다면 북·미 관계와 이에 영향을 받는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 사정에 정통한 군사전문가는 “7월 5일 발사된 대포동 2호가 미국을 겨냥한 북미 대화용이라면 다른 미사일은 판매용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에 발사된 대포동 2호는 당장 미국을 위협하기보다는 연료 문제를 시험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1998년 대포동 1호가 액체 연료를 사용해 장거리를 확보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이번에는 고체 연료를 주입해 시험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대포동 2호 발사가 실패했다고 본다면 다시 대포동을 쏘기 위해선 최소 2~3개월이 소요된다는 게 그의 견해이다.

반면 스커드, 노동 미사일은 이란 기술진이 참관했다는 얘기가 있고 사정거리가 300㎞ 정도로 정확도에 비중을 둔 것에 비춰 판매용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참관인들이 미사일의 성능을 다시 확인하기를 원한다면 재발사 가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5일 발사로 종료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美, 북한 전방위 압박으로 관계 최악

북·미 관계는 대포동 2호를 비롯한 북한 미사일의 실체와 미국의 입장에 따라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5일 대포동 2호 발사가 일단 실패했다고 보고 미사일방어체제(MD)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스커드, 노동 등 미사일은 단순히 북한,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대외 전략의 최우선지로 삼는 중동, 그중에서 북한과 함께 ‘불량국가’로 못박은 이란, 이라크 등과 연계됐다고 보고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다.

북한의 노동 미사일은 이란의 주력 미사일인 사하브 3호의 원형(原型)이 됐다. 또 사정거리 3,000~4,000㎞로 추정되는 노동B 미사일은 지난 1월 17일 이란에서 시험 발사됐다. 이란이 2004년 9월 발사 능력을 갖췄다고 발표한 샤하브4 미사일(사정거리 2000~2500㎞)은 대포동 1호의 기술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난 5일 북한이 대포동 2호 등을 발사했을 때 이란 미사일 기술자들이 참관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이란은 1993년 노동 미사일,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했을 때도 직접 참관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핵무장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눈엣가시인 셈이다.

게다가 북한은 1987~1988년 월 8~10기 생산 체제를 갖춘 스커드 미사일 100기를 이란에 판 전력이 있다.

미국이 지난해 9월 말 북한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금융제재 조치를 취하고 계좌추적에 나선 것은 북한 미사일의 판매 루트와 미사일대금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도 한몫했다.

만일 미사일이나 대금의 일부가 테러조직과 연계된 것이 확인될 경우 북한은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선적한 선박을 나포할 근거가 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최근 테러ㆍ금융범죄 담당관인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이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를 돌며 북한의 돈줄을 죄는가 하면 탈북 망명자들이 미 의회에서 폭로회견을 열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미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남북관계는 북한 미사일의 후폭풍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돌변했다. 돌파구는커녕 대응책을 놓고도 국내 여론이 분분하다.

▲ 2005 남한에서 지원한 비료가 개성에 내려지고 있다.

남북 장관급회담 이후 경협 중단과 미국과 공조해 대북 압박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1일 전국(제주 제외)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해 63.3%가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유엔을 통한 제재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3.6%로 나타났다.

반면 북한 핵과 미사일은 6자회담 등 국제적인 흐름에 조응하면서도 별개로 남북 경협과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정부는 외부의 입김에 흔들림 없이 화해협력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남북 간에 신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 돌발행동 가능성도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을 극도로 압박하는 이면에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강화돼온 남-북-중 3국 관계를 끊거나 이완시켜 미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측면이 있다”면서 “북한이 식량과 비료 외에 원자재를 달라는 의미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경제생활의 5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를 확대해 중국의 그늘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남한에서 열린 8ㆍ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해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나 같은해 7월 ‘북남경제협력법’을 제정한 것은 대대적인 남북 경협을 원하는 것인데 남한 정부가 이해를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북한이 현재 기댈 곳은 남한밖에 없다”면서 “북한이 불법자금과 인권문제로 전 세계로부터 봉쇄당할 경우 군부 강경파가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의 복잡한 미사일 수싸움에 끼여 있는 노무현 정부의 다음 선택이 주목된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