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신뢰 '왕실장' 교체 가닥… 사정라인 강화, 대북정책 전환급전직하 지지율 좀처럼 회복 안돼 귀국후 강도 높은 '승부수' 띄울 듯문창극 총리 후보자뿐만 아니라 구설수 장관들 모두 교체 검토세월호 관련 사정라인도 대폭 손질

김기춘 비서실장
박근혜정부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 수준을 나타냈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또한 부정적 평가가 처음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이른바 '문, 참극'으로 비유되는 지명이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래 50%를 넘는 고공행진을 견고하게 지속하다 급전직하했고, 좀처럼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데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유병언 검거 실패, 문창극의 난, 여당 비리 의원, 2기 내각 장관 후보들의 문제 등 악재성 '뇌관'이 산재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 이후 국면전환을 위한 강도 높은 '승부수'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기 내각' 후보자들을 점검해 거르고, 김기춘 실장 등 청와대 내부도 손을 댈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와 함께 사정라인을 개편해 관피아 척결과 함께 야권에 대한 압박도 병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부적으로는 경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비장한 '승부수'를 추적해 봤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실질적 '2기 개각' 꾸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6월 셋째 주 주간정례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취임 이후 최저 지지율이었던 41%와 불과 2%p차다.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43%는 긍정 평가했고 48%는 부정 평가했다. (9%는 유보, 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5%).

처음으로 부정률이 긍정률을 넘어섰다. 역전이 된 주요 원인으로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지명이 지적됐다. 박 대통령 직무수행을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들의 인사 문제 지적은 지난주 20%에서 이번 주 39%로 무려 19%p나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박 대통령도 '문, 참극'의 심각성을 알고 중앙아시아 순방 중이던 1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요구서 재가 여부를 귀국 후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문 후보자 카드를 접겠다는 암시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운데)이 지난달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홍양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으로부터 개성공단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통일부 제공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2기 내각' 후보자들에 대해 재검토가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논문 표절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의 거취가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총리를 교체하고 김기춘 비서실정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려 국가개조의 출발을 새롭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후임 총리에 대해 벌써 얘기가 나오고 있고, 김 기춘 실장에 대해서는 교체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후임 총리와 관련, 문 후보자 사태를 거울삼아 지역안배(충청권)도 고려하겠지만 실질적 '2기 내각'에 무게를 두고 신선한 인물을 발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후임 총리 후보로 정치권에서는 충청 출신의 이완구 원내대표, 심대평 전 충남지사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거론되고, 학계에선 김희옥 동국대 총장을 비롯해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연세대 총장을 역임한 김한중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오르내린다.

법조계 인사로는 '딸깍발이' 판사로 알려진 조무제 전 대법관, 그밖에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거론되고 있다.

'왕실장' 교체 시기만 남아

박근혜정부 인사 때마다 논란이 돼 왔음에도 화살을 비켜간 이 이번엔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에 대한 신뢰가 돈독해 왠만하면 김 실장을 감싸왔지만 이번 문제로 교체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 실장의 교체는 사실상 결정됐고 시기만 남았다는 얘기도 비중있게 들린다. 한 관계자는 7ㆍ14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된 후 7ㆍ30 재보선 전에 김 실장이 물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7ㆍ30 재보선이 끝나고 사실상 2기 내각의 가동과 맞물려 퇴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이 대북 정책관 관련 접근 방식을 놓고 견해차를 보여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 이어 물러나게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김 실장의 퇴임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 비서실장 후보로 홍사덕 민화협 의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사정라인 강화해 국가개조 나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손 댈 곳이 사정라인이라는 말이파다하다. 박 대통령이 주창한 국가개조를 실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데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거 작전이 별반 소득이 없이 장기화하면서 검경 등 수사 당국에 대한 인사교체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유병언 전 회장 체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정기관 핵심인사들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고 총리 후보 및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이같은 현안이 마무리된 시점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찰 간부들의 인사 개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우선적으로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인사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이다. 유 전 회장 검거에 잇따라 실패한 데 대해 모종의 문책이 뒤따를 것이란 분석에서다.

경찰도 대대적인 인사교체를 포함한 일부 조직 개편이 점쳐진다. 유 전 회장 검거에서 이렇다 할 수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다른 하명사건에 대해서도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여권 핵심의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2기 내각이 안착하는 대로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의 일환으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적폐 도려내기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 수사에 문제점을 노출한 검경은 물론, 국정원,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사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태풍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정라인 교체 이면에 야권의 비리 및 문제 있는 이명박정부 사람들에 대한 '손 보기'를 통해 압박하려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북관계 대전환 나서

박근혜 대통령의 첫 중아아시아 순방의 '방점'은 '유라이시아 이니셔티브'에 있다.

유라시아이니셔티브는 2013년 10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국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공식 주창한 것으로 유라시아 역내 국가 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만들고, 유라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아아시아 순방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5월 21일 염수정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 측과 통일부는 염 추기경의 방북과 관련, "개성공단에 들어가 신자공동체와 개성공단 관계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노고를 치하했으며 북측 인사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국내외 한반도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는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북 측과 모종의 접촉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는 북한이 염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 직후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한 데서도 추정된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방문에 앞서 남북관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해왔고 7월 출범하는 통일준비위원회(위원장 박근혜 대통령) 발족에 맞춰 남북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5ㆍ24 대북제재조치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실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온다면 내부 문제로 여론이 악화된 박근혜정부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