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언딘 유착 배후에 정관계 그림자… 더딘 수사 '유병언 리스트' 의심

세월호 침몰 보름째인 4월 30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민·관·군으로 구성된 구조대원들이 언딘(UNDINE)사의 구조전문 바지선에서 구조작업을 협의하고 있다.
검찰, 해경ㆍ해구협ㆍ언딘 관계자 줄소환
언딘, MB정부 때 투자ㆍ지원금 등으로 급성장
언딘 대표 해경 관련 해구협 등기이사 중 한 명
해경, 적극적으로 언딘 밀어준 이유는 무엇?
해경 수사 더딘 배경에 '유병언 리스트' 소문

세월호 참사에 따른 관련 인물들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양경찰청(해경)과 한국해양구조협회(해구협), 구조 업체 ㈜언딘의 유착관계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정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해경-해구협-언딘의 유착 고리에 정관계 인사들이 거론되고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유 전 회장의 사라진 '1번 가방'에 로비 내역이 담긴 이른바 '유병언 리스트'가 존재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관계의 '뇌관'이 되고 있는 해경-해구협-언딘의 유착관계를 추적했다.

해경ㆍ해구협ㆍ언딘 유착 의혹

지난 7월 초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구난ㆍ수색업체로 언딘이 선정된 것에 해경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발표 직후 조사 결과를 검찰로 넘겼고 현재까지 검찰은 김윤상(47) 대표와 몇몇 해경 간부를 조사 중에 있다.

세월호 참사 발생 51일째인 6월 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사고해역에 정박한 언딘 바지선에서 해군 해난구조대 심해잠수사가 입수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와 해경의 늑장 대응이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언론은 꾸준히 해경-한국해양구조협회-언딘으로 이어지는 유착 의혹을 제기해 왔다. 검찰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해선 관련자 13명 전원을 지난 7월말 재판에 넘기고 123정 정장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으나 유독 해경과 언딘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광주지검 해경수사 전담팀(팀장 윤대진 형사2부장)은 지난 7월 초 언딘 본사 및 목포지사, 언딘 리베로호 바지선 내 사무실, 김윤상 대표 자택을 비롯한 언딘 임원들의 자택, 박모 해경본청 수색구조과장(49·총경) 자택, 한국해양구조협회(이하 해구협) 사무실 등 11곳을 압수수색해 계약 관련 서류,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언딘 본사에서 해경 간부 이름이 적힌 '선물 명단'을 확보했다.

해당 명단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선물을 받은 일부 간부는 약 3년 전부터 선물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언딘의 '법인카드' 내역서를 입수해 부적절한 접대가 있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검찰은 소환조사에 앞서 김윤상 대표 및 박모 수색구조과장과 수색구조과 내 경감 2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한 검찰은 7월말부터 김 대표 및 앞서의 박 과장, 세월호 수색구조작업을 총괄한 이춘재 경비안전국장(53ㆍ치안감ㆍ2급), 최상환 차장(53ㆍ치안정감ㆍ1급)을 줄줄이 소환조사 중이다.

언딘 MB정부 시절 고속 성장

세월호 침몰 사고 37일째인 5월 2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 세월호 침몰 현장의 언딘바지선에서 다이버 등이 수색 작업에 앞서 대기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해경-해구협-언딘의 유착 고리에서 언딘은 해경의 지원뿐 아니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는 등 검찰 수사의 중심에 있다.

2004년 11월에 설립된 언딘은 이명박(MB)정부 시절 급성장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김윤상 대표는 지분 64.52%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부처가 투자, 조성한 펀드가 전체 지분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허청이 중소기업의 특허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인 'EN-특허기술사업회투자조합'이 13.45%, 정책금융공사의 투자조합 펀드인 'KoFC-Neoplux Pioneer Champ 2010-7호 투자조합'과 'KoFC-Neoplux Pioneer Champ 2010-3호 투자조합'이 각각 10.98%와 5.49%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언딘은 전환사채도 정부관련 펀드에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언딘은 'KoFC-Neoplux Pioneer Champ 2010-7호 조합'에 8억 원을 발행(2011년 12월~2014년 12월)했으며, 'KoFC-보광 Pioneer Champ 2010-3호'에 4억 원(2011년 12월~2014년 12월)을, 'KoFC-대경 Pioneer Champ 2010-18호'에 5억1000만 원(2012년 9월~2015년 9월)을 발행했다.

해양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계엔 사실 정부자금이 들어올 일이 없다. 이례적인 경우다. 당시 우리도 정부 투자 지분이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 44일째인 5월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앞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이날 새벽 투입된 팔팔128호 바지(오른쪽)와 사고 초기부터 수색작업을 실시중인 언딘 바지가 실종자 수색 작업과 선체 창문 절개 작업을 병행하기 위해 정박해 있다.
또한 언딘은 2007년에 매출액이 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 61억원으로, 2011년에는 137억원, 2012년엔 189억원까지 급성장했다. 2012년에 5,760만원, 2013년에 2억 3,409만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았다. 이에 대해 언딘 측은 "기술력과 실적검증을 토대로 투자유치를 신청하고 공식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언딘의 고속 성장과 MB정부 사이에 무언가 '배경'이 있다는 의문이 줄곧 제기됐다. 해양산업계 한 관계자는 "언딘은 3명이 함께 동업하는 형태인데 그 중 한 명의 친척이 2007년 대선 때 MB캠프에서 일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언딘은 소규모로 사업을 하다가 한 번 부도가 났던 업체다. 그런데 MB가 당선된 후 그 친척 때문에 크게 번창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윤상 대표를 잘 알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2012년 김 대표와 함께한 모임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김 대표가 MB 사람들 모임에 나갔더니 유명 인사들이 많더라. 사업하는데 인맥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고향인 경북 울진과 지역 정가에서는 김 대표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K 전 군 의원과 이명박 대선캠프와 당에서 중역을 담당한 새누리당 A의원이 막후에서 언딘을 밀어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울진의 한 정치권 인사는 "K 전 군의원과 울진 출신 A의원이 서로 알고 지냈고, A 의원이 이명박정부 실세로 통하면서 언딘이 도움을 받은 게 아니냐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K씨는 이명박정부 시절 군의원을 지냈고 A의원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하지만 A의원과 K전 군의원 측은 김 대표에 대해 "모른다"거나 "관련 없다"고 말했다.

금양호 인양 때도 특혜 의혹

언딘이 단기간에 급성장한데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해양업계 한 관계자는 김윤상 대표에 대해 "한국서 다이빙을 하던 사람은 아니다. 미국에서 2년 과정 다이버 교육을 받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 내에) 왕래나 공유가 없어서 우리도 잘 모른다"고 전했다. 이렇게 외국에서 경력을 쌓은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어떻게 단시간 내에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켰는지 업계에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접한 복수의 해양업계 관계자는 언딘이 기존에 그다지 잘 알려진 업체가 아니며 특히 구조전문업체가 아닌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 업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 언딘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언딘의 목적사업은 ▦수중공사, 토공사, 철근콘크리트 및 비계업 ▦보오링 그라우팅 및 상하수도업 ▦해양시설물 수리 서비스 및 제조업 ▦의료기기 수입 및 제조업 ▦기타 엔지니어링 서비스 및 연구개발업 ▦국내외 기타 무역업 ▦신재생 에너지업 ▦골재 도소매업 ▦육·해상 장비임대업 등으로 명시돼 있다.

'구난업'은 목적사업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언딘의 전문분야가 구난업이 아니라는 업계의 진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의외의 사업도 여럿 포함돼 있다.

해양업계에서는 2010년 금양호 인양 당시 언딘이 인양업체로 내정된 것을 '사건'으로 여기고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천안함을 인양하러 가던 금양호가 침몰된 후 금양호를 인양하는 입찰 설명회가 있었다. 그런데 설명회를 하기도 전에 미리 언딘에서 몇몇 잠수사들에게 연락을 해 우리가 계약을 따냈으니 같이 일하자고 했다. 언딘이 이미 내정돼 있었던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입찰 설명회 당시 약 30개 업체가 입찰했지만 언딘이 수주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참여업체들이 의아해했다고 한다. 언딘은 잠수사들을 수시 모집해 일을 맡기는 구조로, 업계에선 그만한 기술력이 없는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선례 때문에 세월호 참사에서도 묵시적으로 언딘이 낙찰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애초에 그렇게 될 수 없는 일들을 한 것"이라며 "로비를 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스러워했다.

해경, 적극적으로 언딘 도와

해양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세월호 구조현장에서 일어났던 언딘의 민간잠수사 실적 가로채기 논란, 언딘 선 투입을 위한 민간잠수사 대기 등도 해경-청해진해운-언딘의 유착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

우선 청해진해운과 언딘과의 계약 문제다. 배가 침몰하면 사고 선박의 선주(船主)인 선사가 사고를 수습하고 침몰한 배를 인양할 업체를 선정한다.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당일 청해진해운은 세모, 온바다해운 시절부터 20년 넘게 거래한 모 수중공사와 계약을 하려 했으나 해경 측의 요구로 언딘과 계약했다고 한다. 해경 측이 청해진해운에 공문을 보내 언딘과 계약하라고 한 정황이 나오면서 해경과 언딘 간에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시 사고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현대보령호를 배제하고 언딘의 바지선 리베로호를 받았던 것은 해경이었다. 여러 업체의 바지선이 들어가 발 빠른 구조를 해야 함에도 언딘의 바지선만 단독으로 들어간 일, 언딘 선 투입을 위해 해군 UDT 잠수를 막은 사실, 이종인씨가 가져온 다이빙벨은 안전을 이유로 투입하지 않으면서 언딘이 모 대학에서 빌려온 다이빙벨은 투입 대기한 것 등이 모두 해경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언딘이 구난업체로 선정되는 데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전문성을 검토해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언딘 측도 "청해진해운 측이 사고해역에 상대적으로 정통하고, 다양한 실적을 가진 우리를 해외업체 대신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해양구조협회(해구협)를 고리로 해경과 언딘이 직간접으로 얽혀 있어 유착 의혹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해구협 19명 부총재 가운데 언딘 김 대표 이외에 해경 경무관 출신 김모씨, 해경 안전국장을 지낸 최모씨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약 32개 구난업체 중 유일하게 해구협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해양업계 일각에서는 앞서 금양호 인양 당시 이미 언딘이 인양업체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해구협을 매개로 한 해경, 언딘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병언 리스트'수사 걸림돌?

검찰이 세월호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도 유독 해경과 언딘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더디게 진행하는 양상을 띠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해경 수사와 관련,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 '말 못할 사정'이 이른바 '유병언 리스트'와 관련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전두환 정권 때부터 로비에 능한 유병언 전 회장이 역대 정권에서 해경을 비롯한 정관계 권력기관에 로비를 해왔기 때문에 수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유 전 회장의 사라진 '1번 가방'에 '유병언 리스트'가 담겨 있고, '1번 가방'을 확보하고 있는 쪽에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세월호 사건 수사가 '주변인'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상미기자 frontpage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