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의혹 등 이사 만장일치 해임고위 임원 '청탁' 주장… 김 전 회장 '음해' 반박청와대 최대 보수단체 수장 교체 배후 소문 돌아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명환(68) 전 자유총연맹 회장의 퇴임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자유총연맹(자총)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열린 3차 이사회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가결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시 33명 찬성, 7명 기권 등으로 반대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당초 9월 2일 임시총회를 열어 해임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김 전 회장이 지난 8월 25일 사퇴하면서 그의 해임안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선거를 통해 선임된 김 전 회장은 임기 3년여를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해임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전 회장이 불명예를 안고 사퇴한 데는 '금품 수수' 의혹이 크게 작용했다. 김 전 회장이 자총이 대주주인 한전산업개발의 경영자 자리를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것. 김 전 회장에게 경영자 자리를 요구하며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윤기영 자총 부회장(한전산업개발 감사 겸직)은 자신이 경영자가 아닌 감사로 임명된 배경과 관련, 지난달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환 전 회장 연맹 사퇴 '뒷말'

김 전 회장은 제24대 해병대 사령관, 해병대 전우회 총재, 단국대ㆍ서강대 교수 등으로 재직했고 2009년 5월부터 자총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또 한전산업개발의 비상근 임원직,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 등을 겸직해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자총이 대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매달 1,0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산업개발 노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전산업개발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으면서 향후 3년간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 이에 노조는 이 회사 전ㆍ현직 경영진 10명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청와대 낙점설', 금권선거 의혹 등을 사기도 했던 김 전 회장은 재임 기간 중 과도하게 사익을 챙긴다는 말이 나돌아 연맹관계자들과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산업개발 노조 관계자는 "자유총연맹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 관변단체여서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도 김명환 회장은 자유총연맹으로부터 550만원의 활동비를 받고 한산개발에서도 매달 1,000만원의 활동비를 추가로 받아 갔다"고 비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김 회장과 달리 똑같은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이호평 전 한전전력구입처장에게는 활동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불과 수개월 전까지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로 겸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장은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임할 수 없고 공공기관장 취임 전에 같은 사외이사직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처럼 한산개발 가스공사 등 모두 3군데에서 모두 1,850만원씩의 활동비를 매달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김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한국가스공사 사외이사직을 맡았는데, 지난해 8월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직에 취임하고도 가스공사의 사외이사직을 반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기가 지났음에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리를 계속 유지하다가 올해 4월에야 물러난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청탁' 얼룩진 난맥상

김 전 회장이 연맹 최초의 경선을 통해 회장이 된 이후 연맹은 적잖이 시끄러웠다. 특히 한산개발 사장인선을 놓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면서 한산개발 노조 등 임직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한산개발 사장으로 이삼선씨를 임명했다. 이씨가 한산개발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말이 퍼지면서 석연치 않는 말이 연맹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이씨가 유정복 당시 안행부 장관과 인연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당시 한산개발 사장으로 김 전 회장에게 이씨를 추천한 인물이 유 장관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 뿐만 아니라 "김 전 회장이 다른 인물에게 사장자리를 약속하고 돈을 받았으나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돈을 건넨 당사자가 분개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이 소문이 나돌 당시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주간한국>에 김 전 회장은 이 부분을 강력하게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음해하는 세력들이 터무니없는 소문을 생산하고 있지만 명예를 걸고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부총재가 임시총회에서 "선거직후 김 회장이 나를 한산개발 사장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며 2억원을 받아갔다. 그러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나를 한산개발 감사로 임명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 폭탄 발언으로 말미암아 임시총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해임안이 가결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현재 윤 부총재는 당시 자신의 발언과 관련, "한산개발 사장자리를 대가로 돈을 준게 아니라 김 전 회장에게 준 돈은 빌려준 돈"이라며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다.

김 전 회장 사퇴, 새 회장에 정치 배후?

최근 김 전 회장의 사퇴를 놓고 자총 주변과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나 여권 핵심부가 김 전 회장을 밀어내고 새로운 인사를 연맹 총재로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회장에 오르는데 유정복 시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소문과 함께 이번 사퇴에도 유 시장과 관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자유총연맹 횝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자총 주변에서는 "유정복 장관이 연맹의 신임 회장으로 김명환씨를 앉히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루머를 비롯해 "이미 김명환씨가 유 장관과 회장 자리를 놓고 교감을 했다"는 말도 파다했다.

자총 회장 선거 당시 김 전 회장은 이오장 후보와 경합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내가 청와대 낙점자""정권 실세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바로 나"등등을 주장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김 전 회장 사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시장이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김 전 회장에게 모종의 부탁을 했는데 이를 김 전 회장이 묵살한 게 원인이 돼 물러나게 됐다는 소문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전격 퇴임하면서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총 주변에선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복잡한 정치적 함수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김 전 회장의 사퇴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새 회장 선임에도 '정치'가 관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청와대 쪽에서 최대 보수단체 수장을 교체하는 데 관여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편 한전산업개발 새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장자리를 놓고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산개발 노조에 따르면 이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대주주인 자총은 기다렸다는 듯 후임을 결정한 예정이며, 이번에도 정치권 인맥을 타고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전망이라는 것이다. 당초 윤 부총재는 자신이 한산개발 사장으로 가기를 기대했으나 이번 폭탄발언을 작심하면서 이 같은 꿈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