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낙점 인사 등 선거개입 없어"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선거 야권 촉각후보자들 치열한 물밑 경쟁 온갖 소문 무성전임 총재 비리로 얼룩져… 새 총재 '변화' 오나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이 회장 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연맹은 김명환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지난해 8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대행체제로 운영돼 오다 지난 4일 자총 중앙회장 보궐선거 공고를 냈다. 자총 총재는 정관상 선출직이지만 사실상 그동안 청와대 낙점 인사가 단일후보로 출마해 총재 자리에 앉았다. 자총은 2013년 김명환 전 총재 선출 때부터 복수후보가 출마해 경선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자총 총재 낙점설은 지난 경선을 혼탁하게 만들었고 선거 후에도 부정선거 의혹 등이 제기돼 당선무효 소송으로 비화하는 진통을 겪었다. 자총이 이번 선거를 놓고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는 이런 까닭에서다.

자총은 관변단체인데다 역대 정부에서 총재를 임명직과 다를 바 없이 지명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 뒤에 청와대의 입김이 서려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총은 투명한 경선을 위해 안팎으로 흐르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내부 관계자들의 언행 단속을 각별히 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자총 총재 선거에 나서는 특정 후보가 청와대 내부 관계자의 메시지를 받은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후보 진영에서 "모 후보의 출마는 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이 들리고 있어 경우에 따라 이번 선거도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진흙탕 선거 되나

오는 25일 예정된 자총 중앙회장 선거에는 대의원 450여명이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총재 후보자들의 윤곽이 나오자 일부에서는 이번에 또 중앙회장 선거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기도 전에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5명으로 허준영 전 경찰청장, 이동복 전 국회의원, 이오장 자유총연맹 전 서울시지회장, 최승우 예비역 육군소장, 윤상현 전 자유총연맹 총재 직무대행 등이다.

이들 중 일부 후보가 진영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총이 지난해 11월 26일과 12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선거에 적용된 선거관리규정과 선거관리규칙을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문제삼고 있는 '특정인'은 김 전 총재 사퇴 이후 대행역할을 수행해 온 윤 후보다.

윤 후보자는 "임직원(총재 포함)이 입후보하고자 할 때는 입후보 등록 전에 그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지난 4일 그 직을 사퇴했다. 일부 후보자들은 "윤 후보자가 사퇴 직전까지 직무대행을 해 오면서, 업무수행이란 명분을 내세워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을 만나고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정치권 선거의 경우 선거일 60일 전 공직에서 사퇴하는 게 선거관리 규정"이라며 일정 기간 공백없이 현직에서 바로 공식 후보자로 전환되는 구조는 분명 특정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공정선거의 기본원칙을 훼손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관련 규정 개정이 결과적으로 윤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종 음해성 루머 무성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을 포함한 자총 회원들 사이에서 각종 음해성 루머와 문제제기가 난무하고 있다.

모 후보 진영 주변에서 "이번에 청와대로부터 확실한 메시지를 받고 자총 선거에 출마한다. A후보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고 내가 총재가 되면 자총과 인연을 정리하도록 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또 다른 후보의 진영에서는 "특정 후보가 청와대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후보등록을 했다는 거짓말로 주변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내가 확인해 본 바로 해당 후보는 청와대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은 적 없었다. 청와대가 염두에 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청와대 낙점설을 기정사실화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루머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총 주변에서 "특정후보가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선거인단을 포섭했으며,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모종의 특혜 약속을 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청와대로부터 출마 메시지를 받았으며 내가 당선될 경우 자총 사무총장 등 주요 직책에 누구를 앉힐 것인지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와 논의했다"며 지지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총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온갖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실무근이고 후보자들이 직접 청와대 낙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선관위에서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청와대 역시 자총 선거에 일절 개입하게 않는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싣는 이들도 없지 않다. 자총 주변에서는 "자총 내에 친박 핵심이나 여권 핵심 실세와 연결된 이들이 적지 않고 청와대에서 사실상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인사들이 자총 핵심 요직에 자리하고 있어 자총 선거가 청와대와 완전 별개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함께 현직 인사의 선거운동 기간 문제와 더불어 자총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선거관리위원이 모두 윤 후보자에 의해 지명됐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총은 지난해 11월 "9명의 선거관리위원을 모두 회장이 지명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윤 후보자는 회장 직무대행으로 있던 지난달 20일 9명의 선거관리위원을 지명했다.

현행 정치권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임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서 임명, 선출 또는 지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선거관리위원 모두를 출마 직전의 현직 총재가 지명토록 한 자총 규정은 개선될 점이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8~10대 회장을 역임한 권정달 전 총재는 2004년 재임 당시 호주령 크리스마스 섬에 있는 카지노에다 20억 원을 투자했다가 실패해 비난을 샀다. 이어 납골당 사업에 10억 원을 투자하여 날리기도 했다. 또 2008년에는 특가법상 횡령 및 배임혐의로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한 박창달 전 총재 역시 안행부의 특별감사에서 공금유용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10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자유총연맹 지도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져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비난을 샀다. 그 당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고보조금 횡령, 자회사를 통한 부당급여 수령 및 낙하산 인사 등 최근 몇 년간 임원진의 줄 사퇴로 이어진 각종 비위 문제를 집중 추궁당했다.

당시 야당 의원은 "총재들이 연달아 횡령, 배임, 비리, 인사 청탁, 금품수수 등으로 구속돼 비리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며 "비리총연맹인지, 한국자유총연맹인지 의문"이라고 질타해 자총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