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숙청' 노림수 의혹… 경색된 남북관계 공동발전 통해 풀어가야현영철 숙청 의문 많아… 가장 '이득' 볼 세력 배후 가능성남북관계 파탄 막아야… 남·북·러 3국 공동 발전방안 주목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 소식이 다양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장 김정은 정권의 '공포 정치'가 비난과 조명을 받고 있고, 남북관계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국내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편에선 '현영철 숙청' 과 관련한 미스터리와 김정은 체제의 불완전성이 거론되면서 북한의 변화, 남북관계 영향, 한반도 주변국의 태도 등이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향후 대북 행보가 주목된다.

'현영철 숙청'이 가져온 파장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그'실체' 파악이 급선무다. 정통한 대북소식통과 국제 정보관계자에 따르면 '현영철 숙청' 은 여러 의혹 속에 적잖은 함의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관계가 또다시 위기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대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영철 숙청' 국정원 공개로 알려져

/=연합뉴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다. 국가정보원은 현영철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불경·불충으로 지적돼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영철 숙청의 사유에 대해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 ▦ 김정은 지시 수차례 불이행 혹은 태만 ▦ 김정은 주재 군 훈련일꾼대회(4.24~25)에서 졸고 있는 모습 포착 등을 꼽았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4월30일경 평양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명이 자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데 무게를 두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현영철 숙청은 과거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때와 달리 당 정치국의 결정 또는 재판절차 진행 여부에 대한 발표 없이 체포 후 3일 내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보고대로라면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이 '반역죄'로 잔인하게 제거된 것이다.

'현영철 숙청' 둘러싼 미스터리

국정원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현영철 숙청'에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숙청'의 배경이다. 국정원은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과 지시불이행, 회의 중 졸았다는 것을 꼽았다. 그러나 북한 군 핵심 중 핵심인 인민무력부장을 그러한 이유로 숙청했다는 데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더구나 재판 없이 즉결 처분식으로 숙청한 것도 의문이다.

현영철은 지난 4월 8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4월27~28일간 진행된 모란봉 악단공연을 김정은과 함께 관람했다. 그런 현영철이 3일만인 30일께 처형됐다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의 신임을 받던 현영철이 갑자기 숙청될 정도로 상황을 변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선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 등 군 고위직을 거친 그가 나라 걱정을 하면서 지도자를 비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는 현영철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김정은이 부여한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그 결과 숙청됐고 김정은의 방러도 무산됐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국내외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영철의 방러가 문제가 돼 숙청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현영철이 방러한 또 다른 목적은 러시아에 잠수함을 요청한 것이라는 대북 전문가의 전언도 있지만 이것이 무산돼 숙청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베이징의 정통한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방러가 무산된 것은 국내 사정 때문이며 그 과정에 중국의 언질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중국의 언질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피하며 김정은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북한 내부 분위기라고만 알려 왔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현영철의 숙청은 김정은에 대한 비판 발언 때문이라는 데 무게가 주어진다. 현영철의 그러한 발언이 누군가를 통해 김정은에게 전달됐고, 결국 숙청에 이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 과정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김정은 친위그룹이 개입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현영철 숙청과 관련한 또 다른 미스터리는 그가 숙청된 뒤에도 북한 방송 등에 계속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현영철 정도의 비중있는 인물이 반역죄로 처형됐다면 노동일보 등에 바로 보도되고 보도매체에서 삭제되는 것이 북한의 관례다.

그러나 현영철 숙청에 대해 북한 보도 매체는 침묵하고 있고, 방송에는 현영철의 모습이계속 등장했다.

이에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영철의 얼굴이 북한 매체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그가 처형이나 숙청을 당한 것이 아니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영철의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처형됐기 때문인지 혁명화란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북한 매체의 보도 변화를 관찰하면서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부에선 국정원이 지난 김정은의 방러 무산을 오판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성급하게 충분한 검증없이 현영철 숙청을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공포 정치' 허실

현영철의 숙청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김정은의 '공포정치'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김정은이 북한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군과 당의 고위 관료를 무자비하게 숙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상당하다. 실제는 김정은이 북한을 장악하지 못하고 '공포정치'로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일반적으로 김정은의 3대 세습을 당연시하는데 이는 북한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김정일 스스로 '3대 세습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 옹호그룹과 군과 당에 힘을 발휘하고 있는 백두혈통(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한 인물과 그 후손들) 그룹이 양립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군과 당의 최고 책임자들이 수행했지만, 지금의 김정은 때는 그보다 서열이 떨어지는 인물이 수행하고, 군과 당의 최고 서열 인물들은 와병 등을 이유로 일부러 수행을 피하기까지 하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현영철 숙청은 현영철(그룹)을 반대하거나 그의 존재가 불편한 쪽에서 처형의 빌미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현영철 숙청의 이유를 김정은에게 보고해 처형을 했거나 미리 처형한 후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영철 역시 백두혈통으로 이번 숙청 사건이 백두혈통으로 하여금 김정은과 친위그룹을 경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며, 양측 간 권력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북한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이 현영철 숙청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사실상 그들과 같은 친위그룹이 김정은을 뒤에서 조정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현영철 숙청' 누가 이득 보나

국정원이 현영철이 숙청된 정보를 입수한 것과 관련, 사람에게 직접 수집한 정보인 휴민트(HUMINT·인적정보)와 통신 감청 등을 통한 시긴트(SI GINT·통신정보), 인공위성 등 과학기술을 활용한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등을 모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은 정보원 노출을 우려해 구체적인 정보 수집 수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현영철 숙청에 대한 정보를 북한 내 휴민트를 통해 입수했다는 얘기가돌고 있지만 국제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는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영철 숙청이 사실이라면 사안의 비중에 비춰 이를 가장 먼저 아는 곳은 중국과 러시아다. 미국도 다양한 정보 루트를 통해 현영철 사건을 알 수 있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보다 빠를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현영철 숙청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중국은 나아가 보도통제까지하는 상황이다.

주목되는 것은 현영철이 러시아를 다녀온 뒤 얼마 안돼 처형된 점이다. 현영철은 지난해에도 러시아를 특사 방문할 정도로 북한의 러시아 라인이다.

최근 북한은 중국을 외면하다시피하며 러시아에 기운듯한 행보를 보여 왔다. 김정은은 중국 방문에 앞서 러시아행을 시도했고, 러시아와의 경협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평양에선 러시아 주도로 남ㆍ북ㆍ러 3국이 경제협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러시아통인 현영철이 숙청됐다. 때문에 국제 정보관계자들 일각에선 현영철 숙청에 중국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현영철 숙청 정보를 국정원에 전해준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현영철은 백두혈통으로 북한의 박두혈통은 '민족주의'성향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입장에선 백두혈통의 그런 성향이 달가울리 없다. 현영철 숙청은 중국에겐 이득이 되는 사건인 셈이다.

현재 북한 경제는 완전히 중국에 예속돼 있다고 할 정도다. 북한내 생필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이고, 물품 거래 또한 북한 화폐가 아닌 중국돈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 경제를 장악한 상황에서 정치마저 중국이 좌지우지한다면 북한은 중국의 동북지역 '제4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북한 위기, 박 대통령 남북 경색 풀어야

'현영철 숙청'으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박 대통령은 그간 남북 교류의 걸림돌이 돼 왔던 5ㆍ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것을 심도있게 고민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전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현영철 숙청 사건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문제는 현영철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차 중국이 남북관계, 나아가 통일에 큰 장애로 작용할 여지를 ㅏㅁ기는 셈이다.

때문에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북한 상황이 어렵고 남북 갈등이 계속되고 있더라도 박 대통령이 통 크게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남-북-러 3국 간 공동발전 방안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줄이면서 남북관계에도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박 대통령이 현영철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북 관계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남북 간 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에게 대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시간)를 주는 셈이다.

위기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결단과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