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전 회장 '정조준'… 검찰 '데쓰노트' 작성했나포스코 비리·해외투자 사업 윗선 지시 내용 규명 관건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청문회 이후 본격화될 사정정국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등 사정기관이 포스코, 경남기업과 더불어 해외자원외교와 해외투자사업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청와대가 개혁을 필수과제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황 후보자도 청와대의 이러한 뜻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향후 '사정정국의 도래'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 비리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포스코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지난달 28일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의 회사 돈 650억원가량을 빼돌려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는 기업들 운영 자금으로 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전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의 전신에 해당하는 성진지오택 회장을 지냈다.

앞서 같은 달 23일 검찰이 횡령과 입찰방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여러 관측이 무성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정 전 부회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더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포스코 수사의 연장선상으로 해외자원외교와 관련된 다른 의혹 수사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석유공사 윗선과 2차 타깃 기관인 광물자원공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이하 광자공)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개발을 둘러싼 굵직한 소송전이 병행되면서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여기에 해외자원외교와 해외투자 사업의 핵심으로 꼽혀온 메릴린치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메릴린치와 관련된 해외투자사업 비리 의혹 수사는 2011년 10월 <주간한국>이 단독보도한 이후 검찰의 지속적인 내사 끝에 본격화 되는 것이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 전방위 압박에 정치권 긴장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포스코건설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통해 포스코 그룹 본사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전 회장을 반드시 구속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 회장이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전 회장의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전 회장이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포스코플랜텍에 팔아넘길 때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받아 '특혜' 논란이 일었는데, 그때 포스코 최고경영자가 바로 정준양 전 회장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전 회장이 유착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비리의혹과 관련해 두 사람 모두 연루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전 회장을 구속 수사할 경우 곧바로 정 전 회장 수사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전 회장 신병을 확보하면 이명박정부 시절 포스코플랜텍이 커다란 손해를 입어가며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당시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추궁해 진술이 확보 되는대로 정 전 회장을 '정조준'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 전 부회장과 전 회장이 구속될 경우 정 전 회장의 구속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 전 회장에게 제기됐던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정 전 회장이 재직했던 2009년부터 2014년 초에 불거진 각종 의혹의 사실 관계를 대부분 확인한 상태다. 따라서 정 전 회장이 구속될 경우 포스코 수사는 포스코 그룹을 넘어 정치권 등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우선 수사 중인 업체 대표들과 정 전 부회장 등 포스코건설 전ㆍ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정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하거나, 정 전 회장에게 비자금을 상납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 임원들의 백화점식 비리혐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청와대는 포스코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범죄단서가 나오면 다 수사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회장을 수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권 실세들과의 유착 의혹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의혹 사정

검찰은 경남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특혜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최근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앞서 직권남용 혐의로 김 전 부원장보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부원장보는 2013년 금감원 기업금융구조개선국장으로 재직하며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이 채권단 은행들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도록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의 대주주는 일정한 제재를 감수해야 하는데, 당시 경남기업 대주주였던 성완종 전 회장은 되레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이란 특혜 조치를 받아 158억원 상당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신한은행, 수출입은행 등 경남기업 채권단 은행들에게 "경남기업을 잘 좀 봐주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원장보는 당시 재무구조가 지극히 불건전했던 경남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까지 몇몇 은행에 사실상 '지시'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검찰은 경남기업의 2차 워크아웃 기간인 2009∼2011년에도 김 전 부원장보가 금감원 기업금융구조개선국에 재직한 사실에 주목하고 경남기업에 부당한 특혜를 준 사실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해외자원외교와 투자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암바토비 사업실패과정, 수천억 대출과정 등 난맥상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암바토비 사업은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과 함께 광물자원공사가 주도한 자원외교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정치권은 암바토비 광산에서만 수천억대의 손실이 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광물자원공사가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경남기업에 투자금 171억원을 대납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지난 3월부터 러시아 캄차카 반도 석유 탐사 사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자원외교 관련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번 달에는 한국석유공사와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하베스트 부실 인수'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원외교 의혹과 관련 "매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가 점점 '윗선'을 향하면서 김신종 전 광자공 사장과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소환 여부도 이르면 내달 중에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메릴린치다. 검찰은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와 메릴린치의 검은 커넥션 의혹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KIC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 등에 투자해 2조 원에 가까운 투자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IC의 메릴린치 투자를 놓고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조 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 과정과 결정에 여러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KIC의 투자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많다. 특히 투자를 결정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메릴린치 투자가 결정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IC는 2008년 2월 투자 결정에 앞서 2007년 말경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를 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위 경제1분과에는 KIC를 잘 알고 있는 강만수 간사와 KIC 법 제정을 주도했던 최중경 전문위원이 포진해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와의 '특별한 관계'가 있는 회사가 중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전 KIC 투자운용본부장이었던 구안 옹(Guan Ong)씨를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국회부회장의 아들 지형씨가 헤지펀드 회사인 블루 라이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Blue Rice Investment Management)에 몸담고 있는데, 국내에서 'BRIM'으로 통하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바로 구안 옹씨다.

구안 옹씨는 미국 푸르덴셜금융그룹 글로벌 투자 총괄책임자로 있다가 지난 2006년 KIC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 2009년 임기가 끝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형씨는 BRIM에서 마케팅 담당이사(Senior Director of Marketing)로 일했다. 현재 그가 어디에 재직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