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반기문 차기 대선 '신경전'… 본인 부인에도 '대망론' 엿보여김무성·반기문 모두 '대권' 강하게 부인… 오히려 '야망' 의심김무성 대표 방미는 대권 행보 일환으로 해석돼… 반기문 5월 개성공단 방문 시도 '대망론' 엿보여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7월 3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예방,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오후(한국시간 31일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환담했다. 김 대표와 반 총장은 면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 한미 동맹 강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은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만남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약 45분 간 비공개 면담에서 대선 관련 대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반 총장의 대권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려 했고, 반 총장은 능란하게 빠져나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다른 쪽에서는 김 대표가 다른 라인을 통해 단도직입적으로 반 총장의 '대망론'을 알아봤다는 소식도 있다.

이는 차기 대선의 잠재적 라이벌인 두 사람 간에 '뉴욕大戰'이라 할 만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실제 김 대표는 이번 방미 일정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가능하면 반 총장의 대선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기를 기대했다는 전언도 있다.

차기 대선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朴心)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 된다.
두 사람은 차기 유력한 대선 주자이지만 대권에 대해선 손사래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대권에 대해 가능성을 닫아두진 않고 있다. 이들의 지인들 중엔 두 사람 모두 '대망론'을 품고 있다는 말도 전한다.

'김무성-반기문' 간 '뉴욕 대전'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는 가운데 두 잠룡의 대권 가능성을 짚어봤다.

대권 부인은 강한 긍정?

김무성 대표는 30일(현지 시간) 반기문 총장과의 회동에 앞서 뉴욕특파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대선 가능성을 묻자 김 대표는 선을 그었다.

"나 스스로는 대권 주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거하는 시점에)국민이 소망하는 것과 맞아야 하는데 나한테 그런 기회가 오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보수 우파 정당인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가장 우선이며, 내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다음 문제"라고 했다.

김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권에 뜻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5월에는 대한민국헌정회 정책포럼 특강에서 "70살 넘어서까지 정치할 뜻은 없다. 나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70살 넘기기 전에 정치할 뜻이 없고 대권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 사람들은 '김무성 대망론'을 부인하지 않는다. 일부에선 지금과 같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김무성 대세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여야를 망라해(반기문 총장 제외)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난 5월 이후 현재까지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에게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무성 대표는 지지율 24.0%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격차를 8.2% 포인트로 벌리며 4주 연속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대권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오히려 '부자 몸조심'하는 행보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김 대표가 (대권)뜻을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지지자들은 이미 차기 대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김 대표도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방미 자체가 대선주자의 행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역대 대통령들 중엔 차기 대선 1∼2년을 앞두고 대권 행보의 일한으로 미국을 방문하곤 했는데 김 대표의 방미가 그런 행보라는 것이다.

김 대표와 면담한 반 총장 역시 대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한 자리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8년 반 동안 재직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둔 적이 없다"며 "국내 정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나 반 총장 모두 '현재로는' 대권 주자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권은 하늘이 선택해주는 것"이라며 허리를 낮추고, 반 총장은 "남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먼저"라고 말한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국민이 선택해준다면, 또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다면 그 이후까지 닫아두진 않은 셈이다.

이번 김 대표와 반 총장의 면담과 관련해 양측 모두 "국내 정치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밝혔다. 동행한 김영우 대변인도 "정치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대표와 반 총장 간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김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번 방미 일정에서 반 총장과의 만남을 매우 비중있게 생각했고, 가능하면 반 총장의 대권에 대한 진의를 알아보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일설에는 40여분의 비공개 회의에서 김 대표는 우회적으로 반 총장의 한국 정치에서의 역할을 떠봤고, 반 총장은 남북 얘기를 하며 능란하게 빠져나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대표 측에서는 반 총장이 대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인상에서 오히려 '대권 의지'를 의심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김 대표가 방미 중 다른 라인을 통해 반 총장의 '대망론'단도직입적으로 탐색했다는 얘기도 있다.

다시말해 김 대표와 반 총장 간에 차기 대선을 두고 '뉴욕 대전(大戰)'이라 할 만한 신경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무성-반기문 '뜨거웠던 5월'

지난 5월 김무성 대표는 '대권' 청신호에 크게 고무됐다는 후문이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5월 4~8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 결과 김 대표는 지지율 22.6%로 17주 연속 1위를 지켜오던 문재인 대표를 0.1%포인트 차로 앞섰다. 당시 김 대표가 1위에 오른 것은 작년 10월 1주차(18.5%) 이후 7개월여 만이었다. 이후 김 대표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결과 현재까지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김 대표 진영에서는 차기 대선에 대한 희망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한다. 김 대표도 여론조사 결과에 적잖이 기뻐했다는 전언이다.

그런 김 대표에게 복병이 있었다. 바로 반기문 유엔 총장이다. 지난 5월 데일리한국이 창간 기념일을 맞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지난 15∼16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반 총장은 36%를 넘는 지지를 받으며 1위를 기록했다. 김무성 대표는 11.2%로 2위를 기록했고, 문재인 대표는 10.3%로 3위를 차지했다.

당시 김 대표는 반 총장을 뺀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반 총장과 타 주자들 간 격차는 20% 포인트를 넘었다. 때문에 김무성 진영에서는 "반 총장을 경계해야 한다"말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5월 반 총장의 개성방문 소식은 김 대표를 비롯해 여야 차기 주자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대권행보'와 연계해 해석하는 시각이 높았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문했다. 하지만 개성 방문 계획은 애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반 총장은 뜻밖에 국내외 이목을 끌 수 있는 개성공단 방문을 공표했다. 이는 반 총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당시 김 대표 측에서는 그런 반 총장의 행보를 '대망론'의 수순으로 바라봤다. 한 측근 인사는 "5월에 김 대표가 차기 주자에서 지지율 1위에 올라 대권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는데 반 총장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방문 소식은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었다"면서 "반 총장의 대권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에서는 반 총장의 개성공단 행보를 우려했지만 박 대통령의 생깍(朴心)을 더욱 의심했다고 한다. 반 총장의 방북은 박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결행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박 대통령과 반 총장 간에 차기 대선과 관련해 모종의 '묵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고 측근 인사는 말했다.

박 대통령 '배신의 정치' 후폭풍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배경을 밝히면서 국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새누리당과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당리당략에 매몰된 국회와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를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전례없이 화를 낸 가장 큰 이유는 '배신의 정치' 행태였다. 그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사사로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정치라고 박 대통령은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배신의 정치'라는 다소 과격한 용어를 사용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에 따르면 '배신의 정치'의 대표적인 예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재원 등에 대해 정치인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사욕을 꾀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오랫동안 '친박'을 자처하며 신뢰를 쌓아온 인사까지 사욕을 부린 것을 확인하고 충격과 함께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을 질타한 것은 그러한 구태정치를 향한 것이지 유승민 원내대표 개인을 지적한 게 아니라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 있는 정치인은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실제 황교안 총리 취임 이후 사정 정국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위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 불거진 박 대통령의 '탈당ㆍ신당설'은 대표적인 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제3 지대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사들로 신당(또는 정치연대)을 만들고 차기 대선도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신당의 차기 주자로 최우선으로 거론된 인물이 반기문 총장이다.

'유승민 사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는 초기에 유 전 원내대표에 동조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다가 후에 박 대통령의 뜻을 따랐다. 이후에는 "박근혜정부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몸을 낮추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아직 김 대표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의 관계에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경우 '김무성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고, 김 대표가 독자적으로 대권 행보를 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김무성 대세론'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과 무관하지 않고 김 대표가 정치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여권이 총선에서 패한다면 김 대표의 대권 꿈도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여전히 여권에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 배경에 반기문 총장의 존재가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해석도 있다.

반 총장은 차기 대선 1년을 남겨두고 사무총장직을 마친다. 박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남북관계 대전환에 전력했고 앞으로도 이 부분을 국정 최대 현안의 하나로 삼고 있다. 또한 퇴임 후에도 새 대통령이 자신의 과업을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 점에서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인물이다. 정치권에선 차기 대선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반 총장 간에 '밀약'이 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반 총장은 김 대표와의 면담에서 "남북관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반 총장의 발언은 유엔 총장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차기 대선과 무관할 수 없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김 대표와 반 총장 간의 '뉴욕 대전'얘기들은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실제 현실로 나타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