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반기문 긴밀한 관계 전망에 ‘반기문 테마주’ 들썩
반기문 테마주 반 UN사무총장과 특별한 연관 없어 위험
김무성 테마주, 황교안 테마주 등 관련 기업 주가 등락 반복

친박계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손잡는 ‘친반(親潘) 연대’ 준비 소식에 지난 13일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친반연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가 동반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선 반기문 테마주가 핫이슈로 연일 언급되고 있어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일명 ‘정치 테마주’를 주시하고 있다.

같은날 오전 9시50분 씨씨에스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인 29.87% 오른 913원에 거래됐다.

씨씨에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렇다 할 명분 없이 테마주로 뜬 종목이다.

한창도 전 거래일 대비 24.47%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고, 보성파웨텍도 20%이상 올랐다. 테마주로 묶인 이유를 살펴보면 그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한창은 최승환 대표가 현재 유엔환경기구(UNEP) 상임위원이라는 이유로, 보성파워텍은 반 총장의 동생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란 이유에서 반기문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친반연대와 반기문 테마주

반 총장의 지지자 일부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최근 선관위에 ‘친반(親潘) 연대’라는 이름으로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결성 신고서를 제출했다.

창당 전(前) 단계인 창준위는 발기인 200명 이상이면 결성할 수 있다. 발기 취지문에는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2017년 민족의 미래를 열어 갈 새로운 리더로서 (반 총장이) 적임자임을 확인한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3박 4일 동안 미국을 방문하면서 반 총장과 긴밀히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가 들썩인 적 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반 총장과의 학연, 지연 등을 이유로 수혜주로 꼽히고 있어 개미들의 늪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 총장의 동생이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진 보성파워텍의 경우 지난 13일 20.42%의 주가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를 살펴볼 때 이 같은 테마주는 매우 위험하다. 반기문 테마주로 해당 회사의 주식이 계속 들썩일 경우 이에 부담을 느낀 반기호씨가 부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주가가 곤두박질 쳐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력 기자재 전문업체인 보성파워텍은 최근들어 주가가 상한가 근처로 치솟았다가 다시 가라앉았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인 씨씨에스(7.48%)와 보광그룹 계열사 휘닉스소재(7.32%)도 이날 일제히 7% 이상 뛰었다.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휘닉스소재는 홍석규 회장이 반 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 동문이라는 점에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된다. 최승환 대표이사가 유엔환경기구 상임위원을 맡고 있어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 한창도 4.95% 올랐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다시 최근 3박 4일의 유엔총회 기간 동안 7차례나 만남을 이어가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불거지자 증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 총장은 21.1%로 1위를 차지하면서 반기문 테마주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등락이 심한 정치인 테마주의 특성상 섣불리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반기문 테마주도 반 총장과 직접 관련이 있기보다는 단순히 인맥만을 근거로 테마주로 묶인 종목이 많다. 지난해 말에도 반기문 테마주는 동반 급등세를 보였지만 일부 종목이 얼마 안 가 하한가로 고꾸라지기도 해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개미들 큰 손해 볼 수도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오른 기업의 최대주주 혹은 주요주주가 잇따라 지분 매각에 나서며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단기 급등 이후 주요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주가는 하락, 테마에 편승해 투자한 개인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지난 대선 때에도 미래산업의 대주주가 보여준 행태와 똑 닮았다.

반기문 테마주에서도 이런 악재가 반복되고 있다.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갑을메탈의 최대주주, 보성파워텍의 주요주주가 최근들어 잇따라 지분 매각에 나섰다. 갑을메탈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군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서 반기문 테마주로 인식되고 있다. 갑을메탈은 지난 9월 25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9월말 주가가 급등했다. 급등 전 500원 안팎이던 주가는 지난 10월 1일에는 장중 912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오르자 갑을메탈 최대주주측 특별관계자가 잇따라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다. 갑을메탈 최대주주인 갑을오토텍의 특별관계자인 국인산업은 지난 9월 30일 321만5000주, 동국실업은 10월 1일 8만6246주를 장내매도했다. 한 주당 처분단가는 국인산업이 870원, 동국실업이 762원으로 갑을메탈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점에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갑을메탈의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58.17%에서 52.31%로 줄었다. 5%가 넘는 물량이 이틀 동안 출회되자 갑을메탈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달 1일 장중 912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같은 달 8일 종가 기준 698원으로 하락했다.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치우는 대주주의 차익실현행위는 ‘김무성 테마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무성테마주로 꼽히는 수산중공업도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가 고점에서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수산중공업은 지난 7월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지지율 1위에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주가가 급등, 최근 5년간 처음으로 주가가 3,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수산중공업은 정석현 회장이 김 대표와 한양대학교 동문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수산중공업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지난 8월 5~6일 이틀에 걸쳐 총 9만5000주(0.19%)를 장내매도했다. 한 주당 처분단가는 3039원으로 수산중공업 주가가 고점이었을 시점이다. 수산중공업 주가는 지난 7월30일에 최근 5년간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원을 넘어선 뒤 점차 하락, 8일 종가는 2400원이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 테마주 그룹은 드론 바이오 줄기세포를 비롯해 메르스 등과 같은 질병 테마주 등 그 수가 15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정치인 테마주는 각종 루머 유포가 활발해 작전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특히 정치인 테마주에는 시세 조종세력이 끼어드는 경우가 많아 개미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선거나 개각, 인선 등 정치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인 테마주’는 곳곳에서 ‘작전세력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거의 없었다. 반 총장의 대망론에 따른 테마주 뿐만 아니라 문재인 테마주 안철수 테마주 등도 이슈에 따라 들썩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의 위험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한방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예컨대 황교안 테마주도 그랬다.

황교안 총리가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도 어김없이 ‘황교안 테마주’가 등장했다. 인터엠, 솔고바이오, 국일신동 등 세가지 종목은 총리 발표 당일인 5월 21일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들 황교안 테마주들의 공통점은 대표가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유독 이들 회사만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뚜렷한 실체 없이 학연이나 지연 등의 이유로 수혜주로 분류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음날 이들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문제는 세 기업이 어떤 경로를 통해 황교안 테마주로 묶였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전문가들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말을 만들어내 주가를 부양했고, 뛰는 주가를 추종하는 개인 세력이 추격매수에 나서면서 관련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짐작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단속하기는 어렵다.

중권가의 한 전문가는 “특정 정치인과 묶인 테마주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근거없는 것들이 많다”며 “오너와 유력 정치인의 고향이 같다거나 출신 학교가 같다는 등의 이유로 묶인 테마주는 이슈에 따라 오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시점에 갑자기 변수가 생겨 거품이 급속도로 빠진다. 이럴 경우 피해는 피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