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文 백의종군' 이후 연일 핫이슈…비례대표 논란 불구 잔류 결정… 다급한 야권 선택에 위기감도총선 통해 야권 계파갈등 일단 봉합… 일부선 시한폭탄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공천' 논란으로 촉발됐던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되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고민끝에 당 잔류를 선언했다. 주변의 끊임없는 설득이 김 대표의 당 잔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더민주는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야권 주변에서는 계파갈등에 시달리던 더민주를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 김 대표가 이른바 '셀프공천'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날 경우 야권은 또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민주 내부 분위기는 김 대표의 잔류로 다시 활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야권 지지자들의 실망이 적지 않은 만큼 더민주는 작지 않은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수준의 민심 이반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 총선 과정과 결과를 통해 당 내 입지가 결정되는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이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 오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에 더민주 내부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잡히지 않아 언제든지 다시 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풀어야 할 숙제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서울 구기동 김 대표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민주 안팎에서는 '비례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온 당내 갈등을 초기 수습할 수 있었던 것도 김종인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온 김 대표였기 때문에 더민주 입장에서는 한걸음 한걸음이 다급한 시기에 그 카드를 쉽게 버릴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의 사퇴가 현실화됐을 경우 4·13총선은 물론이고 향후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김 대표는 계파갈등과 분당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더민주를 상당히 빠른 시간에 안정시킨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례대표 논란은 김 대표를 무너뜨리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 대표의 잔류로 한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비례대표 논란에 따른 민심 이반 현상에 대한 대책강구가 요구된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인 만큼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이를 어떻게 정리할지 관심을 끈다.

논란 이후 더민주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략 공천 과정 등에서의 논란과 더불어 비례공천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도 이런 점을 의식해 최근 "당을 사랑하고 당을 잘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선거 생각했으면 이런 사태를 연출할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라며 "사태는 벌어졌다. 이것이 적지 않게 선거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떨어진 지지율 외에도 일단 봉합된 계파갈등이 공천갈등을 통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더민주의 총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례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권력 싸움과 정체성 논란 등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도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계파갈등을 하루아침에 잠재우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 대표도 이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에 중앙위원회를 거치면서 제가 보기에는 매우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상당수 발언자들이 당의 정체성 운운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며 "표결 결과로 나타난 것은 그와 같은 말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 얼마 전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선거를 앞두고 미래의 수권 정당으로 탄생하고 정권을 지향한다면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문-김의 전쟁 촉발 가능성도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으로 확정되면서 '김종인 체제'는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대표가 4월 총선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원내에 남아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에 다름 아니다.

더민주 관계자도 "김종인 대표가 2번을 맡게 되신 거는 우리당 총선 결과를 위해 당의 간판 얼굴로서 총선승리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총선에 관여하기보다 김 대표을 위해 백의종군하며 물밑에서 선거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 대표를 중심으로 선대위의 대체적인 골격을 갖춘 더민주는 다음 주에 기존 선대위를 '경제선대위'로 전환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 역시 김 대표의 계획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총선 지지율을 따라잡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당의 지도부도 비대위 체제에서 선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김종인 체제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비례대표 공천 논란 국면에서 비대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명한 만큼 이를 받아들이고 새로 구성되는 선대위가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민주 주변에서는 김 대표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당 내부 권력싸움에서 밀려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세력간 갈등이 잠시 봉합된 것일 뿐 총선과정에서나 특히 총선 이후 언제든지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는 아직 뇌관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번 확정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기존 김 대표의 생각이 반영된 것은 본인을 포함해 3명 뿐이었다. 전문성을 강조하며 기존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김 대표의 계획이 당 주류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어서 갈등 부상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주진형 정책공약단 부단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더민주가 자신들의 전통적 정체성을 고집하는 한 정권교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더민주는 호남의 지지세력, 비영남권 운동권, 그리고 노사모로 대표되는 진보적 네티즌 세력이 연대한 정당"이라며 "지역색을 제외하고 보면 이념적으로는 수구적 진보와 개혁적 진보가 뒤섞여 있지만 운동권 시절 학습한 논리가 아직도 우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불안하다.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어서 항상 내분이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총선 후 김 대표의 행보와 관련 당 핵심부로부터 '토사구팽(兎사구팽)' 가능성 마저 나오고 있다. 총선 결과가 좋을 경우 문 전 대표와 당 권력을 둘러싼 암투에 휩싸이게 될 것이고 총선 결과가 나쁠 경우 주류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더민주가 선거체제에 돌입한 이후 총선까지는 당내 잡음이 일지 않겠지만 총선 이후 권력주도를 위한 세력간 주도권 경쟁,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종인 향후 행보 어디로?

4ㆍ13 총선 공천을 마친 김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섰다. 사퇴하지 않고 당에 남기로 했지만 "김 대표의 당내 위상이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김 대표와 갈등을 빚던 당내 인사들도 일단 선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본격적인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김 대표의 위상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대권 주자인 문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다닐 경우 총선 본라운드에서는 문 전 대표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문 대표에 쏠리는 시선을 어떤 방식으로 자신에게 돌릴지는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주목을 끌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김 대표가 내놓은 '경제심판론'에 좀처럼 관심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근거다. 김 대표는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안 등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놨지만, 여론과 유권자들은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선 때마다 나타나는 선심성 공약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경제심판론과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에서도 별 반응이 없어 찬반논란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경제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더민주 지도부는 선대위의 성격을 경제선대위로 규정하고 조직 개편과 인선을 고민 중이다.

당내 경제분야 전문가를 '경제대변인'으로 선임하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선대위'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면서, 선대위원장을 과거처럼 전직 대표들이 공동으로 맡을 지도 관심사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을 찾아 조직을 구성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경제심판론 부흥을 위해 김종인 표 컨텐츠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경제이슈를 전면에 부각할 수 있는 인물 위주로 선대위 인물이 구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 mailto: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