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붕괴ㆍ쿠데타 희박… ‘민족’ 매개로 ‘남북 통합’이 최선

김정은, 수소폭탄 실험 성공 통해 체제 안정 다져… 세계 향해 ‘갑질’ 할 듯

군부 쿠데타 확실한 동기 전제돼야 가능…주민 봉기도 1주일 못 버티면 불가능

무력 통한 북한 타도시 핵미사일ㆍ화학무기ㆍ세균탄 작동으로 전 세계 공멸

중국의 북한 지배 더 심각… ‘민족’기반한 남북교류로 실질적 비핵화 이끌어야

북한이 6일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종래의 핵ㆍ경제 병진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국내외에서 ‘북한 붕괴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길어야 10년 남짓하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쿠데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북한 붕괴에 대비해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섣부른 주장도 있다.

반면, 북한 정권은 쉽게 붕괴되지 않으며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북한 정권이 붕괴될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절충적 시각도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과연 붕괴할까 ? 세계의 이목이 김정은 시대의 북한과 이를 상대하는 한국을 관망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북한 붕괴론’ 봇물

최근 중국의 유명 정치평론가와 미국의 외교 전문가가 ‘북한 붕괴’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 부편집장 출신의 정치평론가 덩위원(鄧聿文)은 최근 군사사이트 톄쉐(鐵血) 군사망에 올린 기고문에서 “만약 평양(북한)이 유엔의 제재 하에서 타협하지 않고 해결 방식을 찾는다면 조선(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역사는 김정은에게 시간을 많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씨 일가가 북한을 통치할 시간은 10년 정도일 것이며 길어봤자 15년일 것”이라면서 “그 시기 안에 붕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그 근거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시행되면서 북한 내부 경제와 민중의 생활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 감소, 외화 부족으로 인한 일반 가정에 대한 상납 강요, 엘리트 상류층의 탈북 증가 등을 유엔 제재 이후 경제와 민생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으로 제시했다.

그는 북한 혹은 김씨 정권의 붕괴와 관련해 몇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로 경제 문제로 인한 붕괴 가능성을 꼽았다. 경제의 장기 침체와 인민의 빈곤으로 인한 정권에 대한 보편적 불만, 엘리트층의 탈북 등이 맞물리면서 붕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천재지변이나 인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북한 정권이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도 있으며 공포정치로 인한 권력층의 불만에 따른 내부 쿠데타(정변)로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그는 김정은은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개혁개방 시행의 결과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도 존재하며 미국의 군사행동 등 외부요인에 의한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덩위원은 “몇 가지 붕괴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만 발생하더라도 위기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평양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재난이 돼 연쇄적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북한의 붕괴는 가능성이 매우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확실시되는 힐러리 클린턴의 외교책사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3일(현지시간) “북한이 내부붕괴 또는 쿠데타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상정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셔먼 전 차관은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하는 것을 원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정권 몰락과 붕괴, 쿠데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셔먼 전 차관은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때 한국과 미국, 중국 군(軍)은 어떻게 단계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각국 군 사이의 갈등과 충돌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북한에 있는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탈북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북ㆍ중 간 국경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한반도의 정권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등 여러 사안을 모든 당사국이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셔먼 전 차관은 북한의 붕괴 또는 쿠데타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주장했지만 북한이 붕괴하고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논거는 빈약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말 “북한정권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올해는 더 나아가 ‘군사공격을 통한 북한파괴 가능’까지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방송된 CBS 방송의 아침뉴스 진행자 찰리 로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군무기들로 분명히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공격에 따른 인도적인 대가 이외에도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 바로 옆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무기로 북한을 파괴시킬 수 있으나 우방인 한국을 고려해 참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가진 언론사 보도ㆍ편집국장 간담회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불러, 결국 북한이 스스로 붕괴를 재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일부 학자 중에는 김정은 체제에서 쿠데타 발생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북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급변 사태 없는 한 김정은 체제 유지

북한 붕괴론에 대해 북한 체제가 쉽게 붕괴되지 않으며, 급변 사태가 없는 한 김정은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지명된 빈센트 브룩스 육군대장은 “(북한) 김정은이 군과 정부, 당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잦은 간부 교체나 조직,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만한 불안정성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빈센트 브룩스 육군대장의 발언은 북한 붕괴 및 급변 사태를 전제로 대북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상황 인식과 전혀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 중엔 북한이 불안정한 체제이지만 김일성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온북한만의 특수성을 근거로 북한 붕괴에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한 북한 전문가는 “언젠가는 남북이 통일이 되겠지만 당장 북한 붕괴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만 김정은 체제의 불가측성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 ‘북한 붕괴’를 논하는 얘기를 보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은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남한을 비롯해 전 세계가 북한 붕괴 가능성을 점쳤지만 그것은 북한을 모르고 한 얘기”라며 “북한의 당과 군, 김정은 정권과 인민과의 관계, 인민의 형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4ㆍ5차 핵실험 성공을 통해 수소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갖게 되면 김정은 체제는 공고해지고 남한을 비롯한 세계를 향해 ‘갑(甲) 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한을 향해서는 노무현 정부 때 북한과 합의한 것을 근거로 NLL(북방한계선) 침범을 시도하거나 국지전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일부에서 제기하는 ‘북한 쿠데타’가능성에 대해 “북한 군부가 김정은을 제거하는 형태를 가정하지만 군부에 그럴만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불가능하고 그런 작업(동기부여)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 봉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 인민이 1주일을 버틸 수 있으면 쿠데타가 가능하지만 현재 상황은 3∼4일을 버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것과 같은 무력에 의한 ‘북한 타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은 남한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되고, 화학무기와 세균탄 등이 작동해 전세계가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덩위원이 북한 붕괴의 논거로 제시한 데 대해 소식통은 “크게 봐 본질을 짚지 못했다”고 평했다. 북한이 경제난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은 현재보다 심한 고난의 행군기를 거친 북한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장마당과 외국 진출로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개방 바람에 북한이 무너진다는 것도 단견이라고 했다. 쿠데타는 전술한 바와 같이 쉽지 않고, 미국의 군사행동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민족’ 매개로 비정치ㆍ민간 중심의 ‘통합’ 나서야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붕괴’ 여부가 중요한 사안이지만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진척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이들은 준비가 안된, 예상치 못한 북한 붕괴는 남한이나 북한에 피해를 줄 뿐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전략연구소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 붕괴시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남북통일은 영영 멀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도 “북한 붕괴가 바람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라며 “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북한을 장악하고 있는데 북한 붕괴시 중국군이 북한으로 진입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남북 간에, 남한과 중국 간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면서도 심정적으론 ‘같은 민족끼리’미래를 도모하자는 의식이 강하고, 특히 인민들이 그러하다”면서 “ ‘민족’을 모토로 비정치적인 경제, 민간이 중심이 돼 교류를 하면서 ‘통합’으로 나아가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비핵화’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역대 남한 정부는 북한을 모르고 그것(비핵화)에 매달리다 보니 남북관계가 안 풀렸다. 다른 방식을 통한 비핵화도 가능하다.”

그는 역대 정부의 ‘비핵화’ 명분에 미국의 전략적 이용, 국내 반통일 세력의 음모라는 측면도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할 것을 기대했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길은 남북이 무력대결 없이 민족 차원에서 ‘통합’을 이루는 것이지만 역대 정부는 그런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며 “북한을 몰라서 이용당했는가 하면, 정권 차원의 목적으로 북한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정부도 그런 실기를 하는 동안 장성택ㆍ김양건 등 민족통합파들을 모두 잃었다고 소식통은 안타까워했다.

북한을 이해하는 진짜 전문가들은 ‘북한 붕괴’가 아닌 ‘민족통합’이 더 빠른 북한 붕괴의 길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근혜 정부의 향후 대북 행보가 주목된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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