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우병우 암초’ 심각… 차기 대선 개입설도 돌아

박 대통령 ‘우병우 구하기’여론 악화, 야권 공세 빌미 줘

여권에서도 우 수석 사퇴론 비등…계파 간 견해차로 갈등

우 수석 사퇴 않는 이유 해석 분분… 與 X파일, 차기 대선 관련설도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지지율은 우병우 수석 문제로 곤두박칠 치고, 여야는 우 수석의 사퇴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우 수석의 거취에 비판론이 점증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병우 감싸기’에 나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여권이 ‘우병우 수렁’에 빠진 데는 박 대통령의 ‘결단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문제를 애써 피하거나 ‘의혹만으론 내칠 수 없다’는 식의 옹호적 태도를 보여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엉거주춤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병우 사태에서 가장 의문스럽게 거론되는 것은 박 대통령의 행보다. 여론 악화와 여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우 수석을 감싸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라거나 ‘말 못할 사정’ 이 있는 게 아니냐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다.

박근혜 정부와 여권을 추락시키고 있는 ‘우병우 스캔들’의 배경과 후폭풍을 짚어봤다.

여론 악화와 여야 비판에 오른 우병우 사태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가 박근혜 정부 임기말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가 우병우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서 박근혜 정부 지지율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매각 의혹이 불거진 뒤 가족 회사를 통한 편법탈세 의혹, 농지법 위반, 아들 의경 특혜 복무 등 각종 비리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박근혜 정부 지지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월 1일 발표한 7월 4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3.8%포인트 하락한 31.6%를 기록했다. 앞서 7월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도 31%로 취임 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박 대통령은 7월 21일 여름 휴가를 앞두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며 우 수석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여론은 그와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 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우병우 사태로 내상內傷)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8월 16일 개각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유임’을 택해 야권의 거센 반발과 함께 싸늘한 여론을 불러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개각 발표 직후 브리핑을 갖고 “국정쇄신의 의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개각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특히 “무엇보다 각종 의혹 속에서 국민과 언론, 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우병우 민정수석 해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은 믿기조차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도 “한마디로 국정쇄신도, 민심수렴도, 지역탕평도 없는 ‘3무(無) 개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해임이 배제된 점은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일부 친박 인사를 제외하고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민심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며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자신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재차 퇴진을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18일 “우 수석 문제가 더는 국정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24일 열린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속회의에서 우 수석 거취에 대해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친박 의원 상당수는 우 수석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박 대통령과 당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우 수석 문제에 따른 여론도 악화일로에 있다. 리얼미터가 개각을 단행한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전국 유권자 2018명(총 통화시도 2만1006명 중 2018명 응답 완료. 응답률 9.6%)을 대상으로 조사한 8월 3주차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국정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8월 2주차 주간집계 대비 0.2%p 오른 34.6%(매우 잘함 11.1%, 잘하는 편 23.5%)로 지난주에 이어 횡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1.3%p 상승한 58.8%(매우 잘못함 34.0%, 잘못하는 편 24.8%)로 조사됐다. 부정평가엔 우 수석을 재신임한 박 대통령의 결정도 큰 부분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대통령 과도한 ‘우병우 감싸기’에 해석 분분

‘우병우 사태‘가 여론을 악화시키고 야권 공세의 빌미가 되는 것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박 대통령이 안팎의 비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을 신임하는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가 우병우 수석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를 ‘박근혜 정부 흔들기’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는 21일 우 수석을 겨냥한 잇따른 의혹 제기를 ‘우병우 죽이기’라고 규정하고 “그 본질은 집권 후반기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데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며 “‘우병우 때리기’가 결국 우 수석 개인의 의혹 입증에 있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정권 흔들기에 있다”고 말했다.

한 참모는 “우병우 죽이기는 내년 대선 국면까지 감안한 고도의 정권 흔들기”라며 “과거 정부에선 이런 의혹 제기에 적절하게 타협을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청와대 기류를 전했다.

둘째로 박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11월 불거진 ‘정윤회 문건 사태’ 때 우 수석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성된 뒤 박근혜 정부 저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우 수석을 내치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셋째, 박 대통령이 임기말 국정운영을 원만하게 수행하는데 우 수석의 사정기관 장악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힘을 키웠다. 직속상관인 민정수석을 무시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직보해 당시 김영한 수석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김영한 민정수석이 물러난 뒤 청와대는 ‘우병우 천하’가 됐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 우 수석은 대학동기이자 ‘절친’인 최윤수 부삼고검 차장을 올 2월 국정원 2차장으로 옮기는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2차장은 대공ㆍ국내 파트를 관장하는 자리로 우 수석이 정보 라인까지 접수했다는 말이 나왔다.

또한 우 수석은 검찰, 경찰 핵심 요직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배치해 이들 ‘우병우 사단’이 사정기관을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이다.

야권의 공세에 맞서며 임기 말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과반이 무너진 마당에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우 수석까지 물러난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사정라인마저 붕괴되는 것이다.

넷째,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중용한 인물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또한 써 본 사람만 쓰거나 아는 사람만 쓰는 성향을 보여왔다. 이번 개각 때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다시 중용한 것이나 작년 12월 개각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물러나 국회의원으로 돌아간 유일호 의원을 한달 만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언론이나 야권의 공세에 등 떠밀려 하는 인사를 극도로 싫어한다. 박 대통령도 우 수석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처럼 언론과 야권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패배자처럼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우 여론과 야권,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조차 김 실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소리가 높았지만 박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우 수석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다섯째, 우 수석이 거머쥐고 있는 현 정부 X파일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 수석을 내치는 순간 부메랑을 맞을 수 있어 해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 수석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주도적으로 일처리를 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우 수석이 박 대통령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있다.

민정수석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가족이나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공직자 임명시 인사검증을 한다. 또한 검찰과 경찰ㆍ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국내 주요 인물과 기관에 대한 정보를 장악하고 있고 미래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

박근혜 정부의 인물과 기관, 주요 사안 등에 대한 정보, X파일이 우 수석의 손에 들어있는 셈이다. 더구나 우 수석은 ‘친박’으로 규정하기 어렵고 박 대통령에 대한 로열티가 검증되지 않았다. 우 수석을 내치려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우병우 물러서지 않는 ‘진짜 이유’ 있나?

우병우 수석의 사퇴 여부를 둘러싼 여러 분석에 따르면 우 수석이 물러나느냐는 결국 그 자신에게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 수석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줄 경우 조기에 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우 수석 문제는 개인 차원의 비리 의혹을 넘어 정권의 명운을 건 정권차원의 문제로 확대됐다.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18일 우 수석을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와, 가족 회사 ‘정강’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에 관해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 수사에서 우 수석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진다면, 야권은 강력하게 특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대선과 맞물려 야당의 특검 주장은 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정부여당은 특검 도입을 극구 반대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여야 불협치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은 마비될 수 있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정부’로 전락한다는 것으로 레임덕과 다를 바 없다.

만일 검찰수사에서 우 수석에 대한 혐의가 밝혀진다면 박근혜 정부는 곧바로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우 수석에 대한 혐의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감싸기를 보여 사실상 수사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상황에서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은 우 수석 수사의 불공정을 문제삼으며 벌써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야권이 우 수석 문제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배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가 우 수석을 두둔하는 데는 그가 민정수석을 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광범위한 정보를 갖고 있고 차기 대선에도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 수석 문제가 박근혜 정부 국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 수석이 현 정부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적지않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의 국정에 ‘암초’가 되고 있는 ‘우병우 딜레마’가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주목된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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