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맨’ 금융계ㆍ군 출신 요직에…정치ㆍ경제 ‘대변화’ 예고

‘아웃사이더’ ‘월스트리트 맨’ ‘초갑부’ 특징 ‘3G’내각 평가도

美 국익 우선 강경ㆍ보수파 대거 진출…한국 경제, 국방 영향 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에 지명하면서 내년 1월 10일 출범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인선이 사실상 완료됐다.

13일 현재 행정부 15개 부처장관 중 11개 부처의 지명자들이 선정됐고, 나머지 에너지ㆍ내무ㆍ농무ㆍ보훈 4개부처 인선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내각의 3분의 1이 트럼프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국정 경험이 전무한 ‘아웃사이더’이고, 골드만삭스(Goldman Sachs)ㆍ군 장성(Generals)ㆍ초갑부(Gazillionaires)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3G 내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ㆍ외교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미국 정부를 이끌어 갈 ‘트럼프 맨’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아웃사이더(비주류)’ 주류로 입성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내각은 ‘아웃사이더’들로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가 운용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안보와 경제팀은 물론이고 교육, 노동, 환경 등 주요 포스트도 비주류와 외곽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 본인이 기성 정치권 주류의 공고한 아성을 무너뜨리고 공화당 경선과 대선 본선을 승리로 장식한 만큼 초대 내각도 그 취지를 살려 ‘아웃사이더 행정부’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무장관 내정자인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이다. 30년 이상을 석유사업에 전념해 온 틸러슨은 오랜 기간 공화당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외교 분야 경험은 전혀 없는 정통 비즈니스맨이다. ‘외교 총사령탑’ 국무장관을 거물급 정치인이나 외교관들이 맡았던 관례를 과감히 깬 파격 기용인 셈이다.

또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내정된 스티브 배너도 극우 색깔을 띤 아웃사이더이다.

스티브 배넌과 함께 트럼프 안보라인의 삼각축을 형성할 ‘안보 총사령탑’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국방장관에 낙점된 제임스 매티스도 해당 분야에선 전문가이지만 워싱턴 정가와는 거리를 둔 비주류 군인들이다.

경제팀 역시 월가 출신 아웃사이더들의 독무대가 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정부 경험은 전혀 없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 역시 공직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밖에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내정자, 패스트푸드 기업 ‘CKE레스토랑’ CEO 출신의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 학교선택권을 주창하는 교육운동가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소유주인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워싱턴의 주류 정가와는 거리가 있는 아웃사이더로 분류되고 있다.

월가 출신들 경제 라인 장악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내각의 경제 라인은 ‘월스트리트 맨’으로 요약된다. 특히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출신이 줄줄이 요직을 차지했다.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골드만삭스로 대표되는 월가에 강한 반감을 표출했던 태도와는 정반대의 인선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등 친(親)기업적인 정책을 펼쳐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일각에선 미국 경제와 금융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 파워를 의식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인 게리 콘은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이다. 재무장관 내정자 스티븐 므누신은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대선기간에 트럼프 캠프의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콘과 므누신은 골드만삭스에서 12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 지명을 받은 스티브 배너도 골드만삭스에서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약한 바 있다.

상무장관에 지명된 윌버 로스는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회장까지 지낸 ‘기업사냥꾼’으로 정평나 있지만 공직생활을 한 적은 없다.

트럼프의 경제 라인에 대해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래리 서머스처럼 거시경제를 잘 알고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트럼프 경제팀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군 장성 출신 대거 진출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 내각에 군 장성 출신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그 숫자는 금융업계 출신들에 뒤지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란과의 핵협상에 극력 반대하거나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워서 불법이민자들을 막아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주장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군 장성 출신 내각 구성원으론 국방장관에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을 꼽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참군인’으로 소개한 바 있는 매티스는 44년간 군복을 입으며 4성장군에까지 진급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서 활약하며 ‘미친개’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약 7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알려질 정도로 이론적 측면에서도 내공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존 켈리는 남부사령관을 지냈고 40년 이상의 군 경력을 갖고 있다. 사령관 재직 때 중남미 지역의 마약조직들과 맞섰던 켈리는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 구성원은 아니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역시 트럼프 정부 고위직으로 발탁된 대표적인 군 장성 출신이다.

이들 세 명의 또다른 공통점으로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방ㆍ안보정책에 반대해 왔다는 부분이 꼽힌다. 매티스가 이란 핵협상에 반대하고 켈리가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감시설 폐쇄에 반대한 것처럼 플린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미군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초(超)갑부’ 억만장자와 ‘반(反) 오바마’

트럼프 당선인은 ‘보통 미국인’ 백인 중산층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이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장관 내정자들의 개인 재산은 최대 6조원 이상에서 최소 160억원에 이를 정도로 ‘초갑부’들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상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토드 리케츠(시카고컵스 구단주) 재산액이 53억달러(약 6조1000억원)인 것을 비롯해 교육장관 벳시 디보스 51억달러(약 5조9000억원), 상무장관 윌버 로스 29억달러(약 3조4000억원), 중소기업청장 린다 맥마흔 5억달러(약 5795억원), 재무장관 므누신 4600만달러(약 535억원), 주택도시개발장관 벤 카슨 2600만달러(약 301억원), 교통장관 일레인 차오 1690만달러(약 196억원),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 1580만달러(약 183억원), 보건복지장관 톰 프라이스 1360만달러(약 157억원) 순이다.

또한 친(親)기업과 반(反)환경보호 성향의 ‘반 오바마’ 인사들이 요직에 진출해 오바마 행정부가 남긴 금융규제ㆍ기후변화 드의 업적이 폐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후변화에 반대하는 집단 소송을 주도한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 청장, 환경보호단체의 비판을 받은 징커 내무부 장관 내정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선의 또다른 특징은 ‘백인’으로, 장관 지명자 11명 중 9명이 백인이며, 나머지는 흑인 1명, 소수인종(대만계) 1명이다. 백악관 주요직까지 포함한 ‘트럼프맨’ 17명 중 백인이 13명을 차지하고, 히스패닉계는 한 명도 없다.

트럼프의 차기 행정부 인사 중에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난 움직임이 일고 있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일부 인사의 낙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장동민 기자

‘외교 총사령탑’ 틸러슨 국무장관, 한반도 영향은?



친러파, 정통 비즈니스맨…군 출신 강경파 포진, 한반도 불안정성 높아져

트럼프의 1차 행정부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국무장관에 내정된 렉스 틸러슨이다. 트럼프 정부‘외교 총사령탑’이란 중책을 맡은데다 행정경험이 없는 정통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이다.

텍사스 출신의 틸러슨은 1975년 세계 최대 석유 회사 엑손모빌에 입사해 4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회사 중역으로 수시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절친’이 됐다. 2013년엔 러시아로부터 ‘우정훈장’도 받아 미 재계의 대표적 친(親)러 인사로 인정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오바마 정부와 서방은 러시아를 제재했지만 틸러슨은 제재 비판 여론을 주도했다.

트럼프의 틸러슨 기용은 그의 ‘친러 반중(反中)’ 입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 지도자 가운데 푸틴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선 승리 후 일본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방문한데 이어 일본에서 푸틴 총리를 만난 것을 두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중국 포위망을 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도 틸러슨 외교팀의 등장을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맞서 러시아와 밀착해왔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푸틴 대통령과 지금까지 20차례 이상 만났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침공으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2014년에는 4000억달러(약 467조원)어치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도입하는 초대형 계약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중·러는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 시리아 문제 등에서 한목소리를 내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중국은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이런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안보라인의 삼각축을 형성할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매파형 군 출신이고,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내정된 스티브 배너가 극우 인사여서 북한에 강경 입장이다.

트럼프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트럼프 안보라인이 군 출신 강경파로 채워지면서 한반도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트럼프 차기 정부의 인선과 정책에 따른 우리 정부의 현명한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장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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