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黨心) 문재인, 민심(民心) 안희정 우위… 완전국민경선 예측 불허

선거인단 150만 미만이면 文 유리…200만 넘으면 安 해볼만

역선택, 위장전입 투표 의혹…경선 투표 왜곡 가능성 대두

첫 경선지 호남 두고 경쟁 격화… ‘노무형 바람’ 재현 관심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인단이 모집 8일 만에 8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5일 시작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은 하루에 7만~8만 명 정도가 신청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금주 주말에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당초 목표했던 200만 명을 넘어 250만 명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 시스템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기준 82만5000여 명(대의원·권리당원 19만5354명 포함)이 선거인단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선거인단 모집 열기는 외국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2월 22일자 인터내셔널판 7면(WORLD면) 하단에 한글과 영어를 혼용해 '대한민국 주권자인 당신이 할 일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5분을 쓰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라는 광고가 실린 것이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정연석씨가 올린 이 광고는 "민주당 대통령 경선이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한다"면서 "예선이 본선(This open primary election will be the main event)"이라고 경선 참여를 독려했다. 이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5% 유권자(총 200만여 명)가 대통령을 미리 뽑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광고비는 약 3만5000달러(4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를 낸 정씨는 재외 국민들의 민주당 국민경선 참여 독려를 위해 이 같은 일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국내 신문에도 이 같은 광고를 낼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민주당 경선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경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에 대해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 3인방의 지지율은 60%를 넘나들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45%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승리자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경선을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선발전에 비유하기도 한다.

활짝 연 경선 문, 역선택 우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인용으로 결정나거나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가 발생할 경우 헌법 제68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판결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에 따라 두 달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33조에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은 23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37일 안에 정당은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일 지정, 예비 후보자 공고 등 불가항력적인 시간들을 감안하면 실제 경선 기간은 30일이 채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해 민주당은 10곳 넘게 진행해왔던 전국 순회 경선을 호남, 충청, 영남, 수도권(강원+제주) 등 권역별 4곳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경선룰은 2012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원과 일반국민 모두에게 동등하게 1인 1투표권을 부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대선후보를 뽑는다. 민주당 대의원들과 권리당원(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 등 25만~30만 명에게는 자동선거권이 부여된다.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려는 국민은 인터넷 신청, ARS 신청, 서류신청 등의 방법을 택일해 신청하며 투표 방법은 ARS투표 혹은 현장투표,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ARS 투표가 경선룰 타결 막판까지 쟁점이 됐다. 2012년 18대 대선경선에서 선거인단에 포함된 유권자에게 ARS응답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질 때까지 총 5번의 통화를 시도하도록 했는데 제대로 지켜졌는지를 놓고 경선 주자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투표를 희망한 유권자들이 현장투표 신청자로 등록되어 막판에 수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모바일투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ARS투표 검증단'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민주당 결선의 가장 큰 쟁점은 역선택과 순회 일정이다. 역선택 문제는 경선룰 논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간베스트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사이트에 일부 회원들이 ‘선거인단 등록 인증샷’을 올리며 역선택을 예고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탄핵이 기각돼야 하지만 사전대비도 필요하다”면서 “문재인이 후보가 되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경선 동참을 독려하고 선거인단 등록 확인 문자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역선택 타깃인 문 전 대표 측은 민감한 반응이다. 문 전 대표는 “어느정도 자연적인 역선택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경쟁하는 정당에서 의도적 조직적으로 역선택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대단히 비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역선택 움직임이 보이자 문 전 대표 지지층이 결집해 선거인단 등록에 나서는 현상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선택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바라보는 쪽은 역선택을 시도하는 특정 집단의 규모를 근거로 든다. 현재 문재인 역선택을 독려하는 쪽은 ‘문재인은 안 된다’는 강한 비토 정서를 갖고 있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극우 보수층이다. 현재 박사모 회원 수은 6만~7만 명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사조직까지 합친다 해도 10만 명, 최대 15만 명 선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직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행동을 옮긴다 해도 예상 선거인단 200만 명 중 10%에도 해당되지 않는 숫자다. 그리고 역선택을 시도하는 조직 모두가 실제 투표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민주통합당 선거인단은 108만 5000여명이었으며, 약 56%인 61만 42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현재 안 지사 지지율 상승도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경선을 통과할 경우 본선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여지가 보이면서 범보수 진영이 고심에 빠졌다. 독주 중인 문 전 대표보다도 안 지사가 더 큰 산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3자 가상 대결 조사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3자 대결을 벌였을 경우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각각 49.4%, 51.4%의 지지율을 보였다. 황 권한대행 대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넣었을 경우 두 사람의 격차(문 전 대표 47.6%·안 지사 55.3%)는 더 벌어졌다. 역선택 시도 집단들은 ‘문재인’이 싫은 것이지 ‘안희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범여권 진영의 선택이 여전히 안 지사에게 우호적일지는 미지수다. 일단 문 전 대표만 떨어뜨리면 다시 원래 지지 정당이나 후보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단 대선 국면에서 보수층에서 뚜렷한 후보가 없다면 우클릭 행보를 하는 안 지사에게 여권의 지지가 옮아가는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역선택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 쪽도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근거로 든다. 20%대에 진입한 안 지사가 경선까지 전국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 모아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결선투표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문재인-안희정 양자대결에서 안 지사가 이기는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한 머니투데이-조앤씨앤아이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따르면 가상 결선 투표 결과 안 지사 45.0%, 문 전 대표 42.8%라는 결과가 나왔다.

조앤씨앤아이가 22일 발표한 결과도 흥미롭다. 문재인-안희정 결선 투표를 가정한 대결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문재인 72.9%, 안희정 23.9%를 선택해 문 전 대표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기타 정당 지지자들과 무당층을 모두 포함한 전체 응답자로 봤을 때는 초박빙의 승부가 예측됐다. 문재인 42.3%, 안희정 45.0%, 없음/잘모름 12.2%로 오차범위 안에서 안 지사의 우세가 점쳐졌다. 결선 투표에서 대결이 박빙으로 흘러갈 경우 역선택 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편, 지난 24일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해 ‘역선택 인증샷’을 올린 일간베스트와 박사모(박근혜 대통령 지지 모임) 일부 회원을 고발하기로 했다.

선거인단 150만 미만이면 文 유리, 200만 넘으면 安 해볼만

현재 당심(黨心)은 문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당 대표 시절 만든 온라인 입당 시스템으로 당에 유입된 10만 온라인 당원 등을 기반으로 당내에서 확고한 지지세력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60%가 문 전 대표를 지지했다. 안 지사 지지율은 20%였다.

민주당 경선 관전 포인트는 조직력의 문재인을 상승세의 안희정이 넘어설 수 있느냐다. 한 의원은 “선거인단이 150만 명 미만이면 문 전 대표가 유리하다. 150만~200만 명은 혼전, 200만 명이 넘으면 안 지사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민주통합당 선거인단은 108만 명이었다. 진영 갈등이 극심했던 당시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정권교체 요구가 60~70%에 달하기 때문에 선거인단 100만 명 이상 규모는 확실하다. 관건은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들의 경선 참여 정도다. 150만 명 돌파는 전통적 야권 지지층 외에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참여해야만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200만 명 수준에 도달해야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지사 측은 선거인단 증가에 긍정적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탄핵 이후에는 250만 명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선거인단 규모가 커질수록 우리의 승리 가능성도 커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경선에 보수·중도층이 대거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선거를 치르는 건 아니지만, 집토끼뿐 아니라 산토끼도 잡아야 집권도 가능한 것 아니냐"며 "우리는 민심을 흔들면 당심도 흔들릴 것으로 보고 뛰고 있다"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역선택 등 문 전 대표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에 우리 지지층도 선거인단에 대거 몰리고 있다. 1위 자리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인단 신청자가 폭주하자 민주당은 180명으로 시작한 콜센터 인력을 400명으로 늘렸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선거인단 규모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200만 명 정도를 예측했는데 경우에 따라 250만 명이 될 수도 있다. 200만 명은 무난하게 완료될 것"이라면서 "탄핵이 결정되는 기간과 선거인단 접수가 연동되니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첫 경선지 호남 두고 경쟁 격화

민주당은 첫 경선지로 호남을 선택했다. 이번 대선은 경선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전국을 돌면서 분위기를 조성할 시간이 없다. 때문에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화끈한 승부를 통해 전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다.

호남은 야권의 심장부라는 정치적 상징성 외에 민주당의 4개 순회경선 가운데 첫 무대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 후보라면 누구나 반드시 기선을 잡고 싶은 곳이다. 또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에게는 의미가 깊은 곳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한화갑, 이인제 대세론에 밀려 주목 받지 못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두의 예상의 깨고 광주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선거의 판도를 바꿔 놓은 곳이다. 2007년 정동영, 2012년 문재인도 호남에서 1위를 하며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가 됐다.

하지만 선거인단 등록 과정에서 구조적 허점이 발견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 선거인단 등록 시스템은 자신의 주거지가 아닌 지역을 경선 참여 지역으로 신청해도 참여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확인만 거치면 주소지가 실거주지와 동일한지는 확인하지 않고 선거인단 접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 투표로 인해 경선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권오중 정무특보는 “선거인단이 200만 명이라면 이 중 100만 명이 호남 경선에서 투표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기준이 강화돼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제대로 입력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영춘 당 선관위 부위원장도 “과거에는 신용카드사 등의 도움을 받아 카드의 실제 사용 지역과 주소지가 비슷한지 확인했지만 최근엔 당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제도적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역선택 우려와 함께 위장전입 투표로 인한 경선 결과 왜곡 가능성은 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허인회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