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고리로 여야3당 ‘非文 연대’ 로 ‘문재인 대세론’위협

‘개헌’매개로 비문(非文) 결집하면 대선판 흔들릴 수 있어

‘분권형 대통령제’ 공감… 꺼져가던 ‘제3지대 빅텐트론’ 꿈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최종변론 기일을 27일로 정하면서 5월 초순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에 비해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고 있는 후보들뿐인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통분모로 한 ‘개헌 연대’로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각 정당별로 헌법개정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선 전 개헌’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국민의당이 국회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17일 자체 헌법개정안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초안을 마련해 이르면 금주 중 당론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3당 원내지도부는 21일 분권형 대통령제를 공통분모로 ‘조속한 단일 개헌안’ 마련에도 뜻을 같이 해 당내 개헌론자들과 함께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정당별 개헌안 초안의 내용을 보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줄이고 국무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이양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맡는 이원정부제를 제시했으며, 한국당은 이원정부제 외에 총리가 국정 전반을 담당하는 사실상의 내각제를 함께 검토 중이다.

대통령을 국민 직선제로 뽑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국민의당은 ‘6년 단임’을,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4년 중임’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뽑힐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0년부터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를 맞추는 방안에도 3당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의당은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체 개헌안의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23일께 각각 의원총회에서 토론을 거쳐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들 3당이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에 크게 뒤처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여유있는 1,2위를 달리며 차기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선 전 분권형 개헌 논의를 통해 민주당을 견제하면서 각 당 후보들의 연대를 통해 대선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여야 3당의 연대가 성사된다면 ‘개헌 대 반(反)개헌’의 새 프레임으로 대선판도를 흔들어 볼 수 있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위해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전격 회동을 하고 ‘단일한 헌법개정안을 빨리 만들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 개헌을 주제로 한 연결고리를 구축했다.

반면 민주당은 대선 후 개헌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당내 비문 진영을 중심으로 개헌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 개헌초선모임은 전날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인영 의원과 면담해 ‘의원총회를 소집해 개헌 관련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고 적극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줄곧 4박5일간의 독일 방문을 마치고 오는 21일 귀국한 김종인전 대표의 ‘정치적 행선지’와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비문 계열이 최근 안 지사를 지원하려는 행보가 감지되고 있어 개헌을 고리로 비문계열과 김 전대표가 새롭게 ‘조합’을 형성할 경우 이것이 경선레이스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줄곧 개헌 필요성을 제기해온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당내 비문 인사들과 대규모 만찬 모임을 했고, 15일에는 개헌파인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찬에 이어 당내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만찬회동 등 16일 출국 직전까지 광폭행보를 보였다.

특히 15일 조찬에서 개헌론자인 세 사람이 조찬회동을 통해 분권형 개헌에 공감대를 이룬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꺼져가던 제3지대 빅텐트론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비문(비문재인)과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헤쳐모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주춤한 ‘제3지대 빅텐트론’을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현 구도에서 ‘개헌 대 반개헌’의 프레임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대선 구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 진영은 개헌 논의가 대선판도를 흔들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 대다수도 공감하고 있지만 현재 여야 3당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개헌논의는 ‘개헌’을 매개로 대선판도를 흔들어보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여야 3당과 당내 일부 의원들이 개헌을 고리로 ‘비문’ 연대를 형성한다면 문 전 대표가 안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론분석가인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은 프레임 전쟁이라 할 수 있는데 ‘개헌’은 현재 민주당 우세의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 ‘문재인 대세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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