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범보수 ‘희망’ 되겠다”… “‘文 대세론’ 바뀔 것, 사드 해법 내놔야”

“진정한 보수 가치 인정받으면 진보로 기운 대선판도 바뀔 수 있어”

“문재인 강한 상대 아냐…우파 결집하고 마음 모으면 좌파 이길 수 있어”

“경남 1조4000억 빚 다 갚아, 복지 예산 38% 늘려…청년 일자리 창출”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형식적 접근 아닌 ‘서민 복지’ 중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파면되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린 여론은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후 더욱 극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앞길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갯속을 항해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분열된 국론 수습보다 5월로 다가온 대선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대권 고지를 향한 무서운 돌진이 거셀뿐 상처난 민심을 어루만지는 지도자다운 주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선 판도는 진보 성향의 야권 후보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고, 구여권 보수나 중도 진영에선 그에 필적할 후보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이런 와중에 범보수 진영의 새로운 주자로 홍준표 경남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2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 2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범보수의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 후보 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단숨에 지지율 2위를 차지하며 계속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 탄핵 심판 후 대선판도가 진보ㆍ보수, 또는 좌파ㆍ우파 진영으로 뚜렷하게 갈리면 홍 지사가 범보수의 대표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황 권한대행 지지층이 홍 지사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표심을 숨겨 온 범보수층이 홍 지사 지지에 나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 지사 역시 대선 출마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범보수의 희망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있기 전인 지난 6일 서울에 상경한 홍준표 지사를 여의도에 있는 경남도 서울사무실에서 만나 현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와 대선 출마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정치적 탄핵은 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순실 같은 여자에게 인사를 묻고 정책을 물었다는 건 국민들이 화낼 만하다. SNS에서 최순실 딸이라는 정유라가 공개된 내용(돈없고 빽없는 부모 탓해라)은 국민들을 자극했다. 또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탄핵한 것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의 사법적 판단은 엄격한 증거절차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 탄핵 심판 결과를 봐야겠지만 기각되더라도 물러나는 것이 맞다.”

-특검 수사 발표에 대한 입장은.

“특검이란 본래 정치적 색깔이 강하다. 정치적으로 임명하고 여론에 따라 수사하는 경향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 가서 받는 사법적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특검 발표가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된 지금은 내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범보수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대선 출마에 대한 생각은?

“어느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초상집 상주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된다는 확신이 섰을 때 출마할 생각이다.”

-대통령이 된다는 ‘확신’은 어떤 뜻인가?

“국민의 의미 있는 지지가 있어야 한다. 우선 ‘동남풍’이 불어야 된다. 영남에서 바람이 시작돼 북상하면 대선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의 지지율 합이 60%를 넘어 진보쪽으로 정권교체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좌파 광풍이 불고 있다. 현재의 여론조사는 골수 지지층만 응답하고 있고 우리쪽 편든다는 보수는 거의 응답하지 않아 정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광풍이 불었을 때 그해 동대문 총선에서 선거운동 마감 직전 여론조사 결과 홍준표 16%, 허인회 48%였다. 그런데 선거 끝나고 나니 내가 1.2% 이겼다. 30% 넘는 여론 격차가 2주만에 뒤집어진 게 아니다. 탄핵 찬성 여론조사에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지지층이 숨어있던 것이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표본 샘플링에 문제가 있다.”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도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인데.

“제대로 된 여론을 보려면 각 당의 후보가 세팅된 이후여야 한다. 그때부터 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의미가 있다.”

- ‘문재인 대세론’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종의 경향성만 보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유력 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되는 압도적 지지는 아니다. 이회창 총재도 7년 동안 37~38%를 안정되게 유지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됐나. 그 당시 ‘이회창 대세론’은 워낙 강고해서 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후보가 세팅된 뒤 지지율이 바뀌었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대세론’도 마찬가지다. 후보가 세팅되고 나서는 모르는 일이다.”

-지난해 총선과 탄핵 등의 이유로 인해 보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상당하다. 이는 여론으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과연 보수가 집권할 가능성이 있나?

“‘가짜 보수’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당연하다. 대선과 관련해 나는 진영을 짤 때 보수ㆍ진보가 아니라 좌파ㆍ우파로 짠다. 보수ㆍ진보ㆍ중도로 국민을 나누면 언론에서 4-4-2로 보지만 우파ㆍ좌파로 나누면 6 대 2 정도가 된다. 보수ㆍ진보 개념으로 대선판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파ㆍ좌파로 진영을 짜서 우파들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마음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당원권이 회복되면 자유한국당에 복귀해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데 새누리당 후신인 한국당에 국민의 부정적 시각이 상당하다. 당이 변해야 대선 출마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는데.

“대선 후보가 결졍되면 후보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게 된다. 후보 캐릭터에 맞게 당이 바뀌어야지 그렇지 않고 어떻게 대선을 치르겠나. 예전에 당을 운영하던 주축은 2선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선은 후보를 보고 투표하는 게 일반적이고 오로지 당 보고 투표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수 진영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높게 지지하고 있다. 범보수 주자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데 황 권한대행을 평가한다면.

“황교안 대행은 훌륭한 사람이다. 청주지검 근무할 때 2호, 3호로 1년간 같이 근무한 적 있어 잘 안다. 황 대행은 명석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다. 지금도 대통령 유고인 상태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범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라는 인상인데.

“일부 인사들의 문제로 보수의 진정한 가치가 훼손되고 폄하된 게 사실이다. 보수는 수구의 의미가 아니다. 진보를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보수는 국가의 정통성과 가치를 지키며 국민을 위한 철학을 기본으로 한다. 나는 위기에 놓인 범보수의 ‘희망’ 이 되고자 한다. 이는 대선에 출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 국면인데 바른정당과의 관계는?

“대선을 앞두고는 통합이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선에서 국민의당과는 관계는?

“정치는 유동적이라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리 연대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문재인 대세론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세론을 부인하는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문재인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난 97년, 2002년, 2007년 한국 대선을 세 번 겪어봤다. 대선 중심부에서 세 번이나 대선을 치러본 경험은 당내에서 제일 많다. 다음 대선판도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지 지켜보고 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를 놓고 국론이 갈려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북핵 문제를 어떻게 사드로 해결이 되나. 사드가 북핵에 적절한 대책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북의 미사일이 1000기가 넘는다고 한다. 북이 한국을 공격할 때 장사정포로도 되는데 사드 표적이 되는 미사일을 쏘지 않아도 된다. 또 한꺼번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사드로도 못막는다. 사드는 북핵의 적절한 수단이라기보다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한다는 상징적 의미다.

나는 작년부터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은 20년간 무용했으므로 외교론 안된다고 했다. 이제는 핵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럴려면 핵무장을 하든, 전술핵무기를 도입해야 한다.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국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미국이 반대하는 등 난관이 상당한데.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플루토늄이 많다. 재처리하면 핵폭탄은 100개도 만들 수 있다. 무장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에 대한 국제 제재 때문에 안하는 것일 뿐이다. 북핵이 폐기 불가능한 상황에선 핵 균형을 이뤄야 전쟁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핵무장이든, 전술핵배치이든 남북이 핵 균형을 이룰 때 안보가 유지되고 북의 핵공갈도 없어진다.

미국은 핵무장에 반대만 하지 말고 자신들의 핵 안보 정책에 자국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을 포함시키든가 전술핵무기를 우리와 논의하는 등 실효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은?

“대북교류정책이란 말을 가끔 쓴다. 북한과 단절해선 안된다. 교류는 하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처럼 북핵을 지원해서는 안된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북핵 위협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금강산관광도 북핵 자금을 대주는 관광이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지원하는 건 북한 주민이다. 북핵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북의 주민 생활 향상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다. 현금을 지원하는 것, 핵 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 있는 지원은 1원도 안된다. 그래서 대북정책을 대북 교류정책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의 보복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는데.

“나는 중국을 대국으로 알고 대범한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사드 배치를 놓고 하는 것을 보면 옹졸한 소국처럼 행세하고 있다. 중국은 북핵을 확실히 억제하든지, 북 정권을 통제하든지 그리 못할 바엔 사드배치 반대하면 안 된다. 일방적으로 한국 경제에 보복하는 것은 대국답지 않은 처사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사실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는데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보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중국도 손해를 본다. 중국이 계속 경제 보복을 한다면 투자처를 동남아로 옮기거나 기업 철수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인도만 해도 인구가 12억이고 동남아에 투자를 할 곳이 많다.

일본에도 사드가 있는데 한국만 문제삼는 것은 우리를 소국으로 보는 측면이 없지 않다. 경제 피해를 이유로 중국에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 단호하게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개헌 문제가 대선의 중요 이슈가 되고 후보 및 진영 연대의 변수가 될 수도 있는데 개헌에 대한 입장은

“개헌은 필요하다. 하지만 당위성은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 지금 문재인 후보가 반대하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안희정 지사 등 대통령 임기 3년을 수용하겠다는 주자들은 얼마나 대통령이 하고 싶으면 저럴까 생각이 든다. 5년짜리 대통령도 나라 바로잡지 못하는데. 관건은 국민들이 권력분산에 동의를 하느냐이다. 국회에서 주장하는 이원집정부제는 합리적으로 하면 좋다. 이원집정부제는 국회가 실권을 쥐게 되는데 지금 국회에 불신이 극에 달해있는데 국민이 힘을 실어주겠나. 국민 대다수는 4년 중임제를 원한다.

개헌에 대한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 개헌은 권력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헌법의 모든 불합리한 조항을 전부 손봐야 한다. 이 경우 각종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 극렬하게 나설 것이다. 정부 공백도 문제다. 개헌은 87년도처럼 밑바닥에서 국민적 요구로 끓어오르면 쉽다. 국회의원끼리, 정치권 일부에서 자기들의 지분확보를 위해 달려드는 개헌이 되겠나. 그런 개헌에 국민이 동의하겠나. 그래서 당위성은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탄핵 심판 이후 혼란, 국론 분열이 예상되는데.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헌재 결정은 승복해야 한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모두 대한민국국민이다. 갈등을 넘어 치유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상이 좀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경남 도정 가운데 가장 평가할 만한 일은.

“우선 땅 한 평 안 팔고 1조4000억 빚을 다 갚았다. 금년부터 흑자도정이 되고 빚이 없으니까 복지 예산이 37.9%으로 대폭 늘었다.

두 번째가 신성장동력산업 유치다. 이 정부 들어 국가산업단지 4곳 중 경남에 3곳이 선정돼 앞으로 50년 동안 먹고살게 됐다. 그래서 10년 안에 경남 지역 생산력은 현재의 두 배이상 될 것이다. 일자리도 수십 만개 늘어나 경남 젊은이들은 타지에 가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는 서민 복지를 정착시킨 것이다. 나의 복지 개념은 ‘부자에게는 자유, 서민에게는 기회’이다. 잘 사는 사람에게는 자유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자가 눈치 보면 살아야 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눈치 보지 말고 소비해야 한다. 세금만 철저히 내고. 서민들은 부족하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홍 지사의 ‘복지론’ 에 대해 보편적 복지와 어긋난다는 이견도 있는데.

“왜 복지를 보편적, 선별적으로 나누나. 내가 주창하는 복지는 ‘서민 복지’다. 야당의 보편적 복지는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똑같이 주자는 공산주의다. 우리는 가난하고 힘들고 못사는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그게 서민복지다.

일률적으로 29만원 주는 누리과정도 반대다. 먹고 살만한 사람에게는 지원하는 것은 반대한다. 차라리 힘든 사람에게 100만원 주는 게 낫다. 그게 복지제도의 기본이다. 왜 먹고 살만한 사람에게 29만원 주느냐. 요새 강남 며느리들이 29만원 돈 갖고 명품계라는게 생겼다는데 그게 무슨 경우냐.

-무상급식 논란이 여전한데

“좌파가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는 공산주의식 배급제도다. 거기에 현혹된 게 무상급식이다. 애들한테 밥 주는 건 반대 안한다. 하지만 일본은 97%가 급식비 받는다. 미국도 48%가 받는다. 무상급식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면서 서민에 교육 혜택을 더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복지의 최대 수혜는 서민이어야 한다.”

대담= 박종진 편집국장

정리=허인회 기자

사진=이규연 기자

#사진 캡션

-홍준표 경남지사는 “위기에 처한 범보수의 ‘희망’이 되겠다”면서 “현재의 문재인 대세론은 거의 무의미하고 우파가 결집해 마음을 모으면 대선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사드는 한미군사동맹의 상징”이라며”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무장을 하거나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핵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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