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ㆍ대기업 수사와 우선 순위 조절

檢,‘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펴본다’…우 전 수석 구속 전력

삼성ㆍSKㆍ롯데 수사 따른 오너 공백 우려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특검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수사 방향을 놓고 여러 갈래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전반적인 수사대상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장 시급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방향과 관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대기업 수사 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먼저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특검 수사자료를 토대로 대기업들의 수사일정을 검토하면서 대기업 수사는 일괄적으로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 전 수석 조사와 대기업 수사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수사팀 내부적으로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펴본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그랬던 것처럼 수사 효율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수사하겠다는 뜻이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 조사와 함께 여론의 요구가 높은 우 전 수석 수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우 전 석에 대한 구속 수사 의지가 강한 것을 말해준다.

대기업 수사는 검찰 최정예인 특수1부가 담당하기로 했지만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수본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성격을 뇌물로 볼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낸 자금으로 볼지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은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면서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규정했지만 특수본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특수본은 일단 관련 정황을 살피면서 수사시기를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최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출연 대기업 중 일부가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뇌물 성격의 출연금을 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수본이 이를 토대로 대기업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과 관련된 보완수사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작년 10월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에 오른 이후 국회의 국정조사,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다시 2차 검찰 특수본 수사를 받게 되자 재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 5개월간 대규모 압수수색과 총수의 출국금지, 소환 조사 등에 시달리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은 총수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부회장 등 전ㆍ현직 수뇌부가 한꺼번에 재판에 넘겨진 상태여서 경영공백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장기 부재는 삼성전자에 큰 부담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SK그룹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의 파급력이 있는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태원 회장이 출금으로 발이 묶여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20조 원대 빅딜’로 불리는 도시바 인수를 위해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 그룹이 손을 잡을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추진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의 롯데마트 점포(99개)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는 2차 검찰 수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출금 상태에 있어 재계에서는 하루빨리 이 시국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