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김 약속 지켜지지 않아…김, 안 지원에 소극적

국민의당 당권파 김종인 영향력 우려해 제동 소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다급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데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김 전 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통합 정부’ 구성에 합류할 것을 부탁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합정부준비위에 전권을 부여해줄 것, 개헌을 통해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힐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이튿날인 28일 안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개혁은 대통령의 권력과 청와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무소불위 권한을 완전히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개혁의 첫 대상으로 청와대를 꼽으며 청와대 비서실 축소·민정수석실 폐지·대통령 집무실 비서동 이관 등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국회와의 협치도 주장했다. 그는 “집권하면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겠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국민의당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라며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인 개혁 세력과 힘을 합쳐 나라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대통령 안철수의 정부가 아니다. 새 정부 주인은 국민”이라며 “새로운 정부는 대통합 정부, 개혁공동정부가 될 것이다. 기득권 양당 체제에 막혀 수 십 년간 해결 못했던 문제들을 과감하게 풀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대표가 요구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안 후보는 “김 전 대표에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맡아달라고 부탁드렸다. 함께 개혁공동정부에 대한 부분을 의논하고 싶다”고 말하며 통합정부 구성 과정에서 김 전 대표의 역할론을 부각시켰다. 안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실시도 또 다시 언급했지만 김 전 대표가 주장한 ‘2020년 제7공화국 출범’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은 ‘개헌에 3년 임기단축이 포함되느냐’라고 물었고 안 후보는 “국회에서 국민들 의사를 반영해 합의하면 저는 전적으로 거기 따르겠다. 저는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되는 대로 모두 수용하고 받아들이겠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국회에서 합의할 경우를 전제로 임기단축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 후보 기자회견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개헌안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본인이 2020년에 반드시 제7공화국을 출범시킨다는 의지가 피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최명길 의원은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김 전 대표가 큰 틀에서는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안 후보가 본래 자신과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은 채 마치 안 후보를 지지하기로 공표한 것처럼 태도를 보인데 대해 매우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김 전 대표가 안 후보 지지를 유보하거나 철회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 전 대표 지인들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불쾌하게 여긴 것은 안 후보의 애매모호한 태도와 국민의당 특정 세력의 김 전 대표에 대한 비토 분위기다.

이들에 따르면 안 후보는 김 전 대표와 회동 후 약속한 것을 공표하려했으나 당내 일부세력이 강력하게 제동을 걸어 축소ㆍ후퇴한 내용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당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호남 당권파가 김 전 대표 영입시 그의 영향력을 우려해 안 후보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안 후보가 애써 김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기대했던 효과는 물 건너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안 후보 입장에선 대선 막판 반전의 계기로 삼은 김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이 쉽지 않을전망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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