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ㆍ국민의당 지형변화 승부수

지방선거 앞두고 각자도생 흡수통합 ‘복잡한 셈법’

정계개편 가능성 놓고 청와대ㆍ여권 촉각

여의도의 정치 지형 변화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으로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존폐론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미칠지를 놓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위기를 맞으면서 정계개편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의도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 체계로 회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국민의당을 둘러싼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당의 생명력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지난 27∼29일 전국 성인 1005명 대상, 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로 창당 이래 최저치이자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도 밀리는 수치를 기록했다.

야권, 연합과 흡수통합의 딜레마

국민의당 내부에서 당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그 세력을 받아 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조작파문 사건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내지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조금씩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실상 합쳐지는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관계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각 정당은 진보와 보수간 ‘1 대 1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승률이 올라간다. 이에 누가 흡수의 주체가 될지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당의 유력 당권 주자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지난달 29일 “지방선거는 (좌파와 우파의) 양당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아직 정치권 상황을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당 내 이탈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민주당에서도 이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어서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국민의당 일부 인사의 탈당설이 돌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당은 조작사건이 이유미 당원의 단독 범행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충분히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현재까지 당내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추미애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역시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이 대체로 반문(반 문재인) 성향이라는 점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관계 변화를 제약하는 요소다.

또 지방선거의 경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호남 민심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게 민주당 내 기류다.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합당되지 않을 경우 국회는 원내 7당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무소속 조원진 의원이 창당을 주도하는 대한애국당에 이어 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중심이 된 새민중정당까지 창당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원내교섭단체는 민주당(120석)과 자유한국당(107석),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등 4곳이고 6석의 정의당, 2석의 새민중정당, 1석의 대한애국당 순이 된다.

7당 체제에다 일부 무소속 의원이 남아 있는 다소 복잡한 지형구도가 됐지만 이같은 다당제 구도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각 당의 이념적 위치가 조금씩 다른데다, 당의 대주주들도 각각 차기 대선에 대한 꿈이 있기에 의외로 이같은 다당제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군소정당의 실질적인 한계점을 감안하면 결국 진보와 보수 정당으로 재통합돼 이전처럼 양당체제로 정치권이 재편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원내 1, 2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각각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돌아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원뿌리에서 갈라져 파생된 정당들이기에 이전처럼 복귀하라는 주문으로 이른바 ‘소수당 흡수론’이다.

이와 관련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3일 “바른정당은 지방선거 전 한국당에 흡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 흡수론을 제기한 적은 없으나 내부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후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흡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처럼 현재의 다당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정치권에서 불을 지핀 개헌 논의의 향배가 향후 정계개편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론이다.

이번 개헌 최대 쟁점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대수술이다. 즉 권력분산에 초점이 맞춰진만큼 대통령 4년 연임제와 함께 이원정부제나 의원내각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제가 4년 연임제로 바뀐다면 상대적으로 대통령 권한의 큰 변화는 없다. 이 경우 집권을 위한 정당간 이합집산 가능성이 커져 종래에는 과거 양당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내각이나 의회로 분산시키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모두 연정이 필수적이다. 집권여당이 아니라도 주요 정책 집행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군소정당이라도 나름의 역할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野3당 ‘각자도생’ 눈치작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3당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복잡한 셈법에 골몰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당은 지도부 선출을 위해 당헌을 개정했고, 한국당은 조직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바른정당은 지도부가 민생탐방에 나서면서 지지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의 거취가, 한국당은 혁신위의 우편향이 각각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바른정당도 지지율 회복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까지 미미한 상태다.

국민의당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앞서 당 혁신위원회에서 제안한 안을 수용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최고위원회 규모는 11명에서 7명으로 줄어들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해 선출직 4명(여성위원장•청년위원장 각 1명씩)과 지명직 1명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선 패배, 대선 제보조작 사건 등 연이은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으로서는 지도부 선출이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다음달 27일 열리는 전당대회는 매우 중요한 무대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4선의 정동영 의원에 이어 천정배 의원(6선)이 전대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밖에도 재선의 문병호 전 최고위원과 원외 인사인 김한길 전 대표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굵직한 중진들의 경쟁이다. 그만큼 '혁신'을 보여야 할 당의 새 얼굴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는 당 입장에서 고민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안철수 전 대표의 거취 역시 전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제보 조작 사건의 책임론을 들어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주장하는 목소리와 당 대표 출마를 촉구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4일 혁신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혁작업에 들어간 자유한국당도 고심하는 모습이다. 당장 위원장인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이었던 황성욱 변호사,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등 위원 면면이 과도하게 ‘우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수여식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류 위원장을 향해 “일베, 뉴라이트, 매국노”라며 “돈을 얼마나 받아먹었느냐”고 고성을 지르다 쫓겨난 해프닝은 혁신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사무처 구조조정을 포함한 혁신 및 조직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사무처에 전가한다는 비판과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당내 반감 등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 넘어야 할 숙제다. 당장 이러한 작업이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대선을 거치며 추락한 당 위신과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또 여전히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스탠스 역시 한국당으로서는 정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바른정당은 이혜훈 대표를 중심으로 최근 민심탐방을 돌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 등 영남권에 이어 이날 보수의 불모지인 호남을 찾았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전남을 돌고 이후 수도권, 충청과 강원, 부산•경남(PK) 등 전국을 돈다는 계획이다.

바른정당은 보수정당으로서 한국당과 선을 긋고 ‘개혁보수’의 이미지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지지층 확보가 관건이지만 녹록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 의뢰로 지난 24~26일 전국의 유권자 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7일 발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전 주 대비 2.5%포인트 하락한 4.8%에 그치며 5개 정당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당 vs 바른정당 동상이몽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과의 보수적통 자리를 둔 주도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장 내년 6ㆍ13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범(凡) 보수진영인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보수의 혁신을 통한 재건을 외치고 있지만 두 정당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 및 범 보수 정계개편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보수적통 경쟁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한국당의 홍 대표는 대선 직후부터 바른정당 ‘흡수통합론’에 불을 지펴왔다. 바른정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너지면, 한국당은 바른정당을 흡수하고 민주당과의 거대 양당 체제 속에 지방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한국당 내에서는 홍 전 지사가 당대표로 당선될 경우 바른정당에서 비(非) 유승민계 일부의 이탈 가능성을 점쳐왔다.

현재 바른정당은 20석 규모의 ‘미니정당’으로 한 사람이라도 이탈한다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때문에 바른정당의 추가 탈당 사태와 원내교섭단체 지위 상실은 바른정당으로서는 당 목숨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각 당 분위기는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으로 지지도가 완만하게나마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반면 한국당은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분 양상 등으로 안팎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의 비전 제시 없이 막말과 고성, 감정싸움으로 치우쳐 그간의 구태를 고스란히 재연했다는 비판과 함께 ‘건전한 보수’라는 슬로건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한국당이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에도 당이 안정되기보다 계파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새 지도부 선출을 마친 직후부터 각각 당 혁신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혁신경쟁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 등 3대 혁신을 위해 위원장과 위원 모두가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를 다음주 초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의 혁신의 칼날은 기존 친박(親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최근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는 이들 친박 핵심 인사들의 전횡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기득권 세력으로 불리고 있는 이들을 청산할 수밖에 없는 만큼 TK(대구ㆍ경북)를 중심으로 한 친박 세력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홍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자신의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지명한데 대해 반발하는 등 당내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현재 당내 지지기반이 부족한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 전까지 어느 정도로 세력을 규합해 친박계의 반발을 억누를 수 있느냐에 따라 혁신의 성공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바른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인재영입위원장에 신성범 전 의원을 선출한데 이어 6일에는 전략을 담당할 '바른비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은 반대만을 하는 야당이 아닌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의 싱크탱크인 바른정책 연구소와 '전략통'인 김세연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추경, 정부조직법, 남북문제, 한미동맹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