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보루, TK 수성 촉각

대구… 한국당 권영진-민주당 김부겸 ‘빅매치’ 성사 관건

경북…한국당 이철우ㆍ김광림ㆍ박명재, 민주당 김영태ㆍ오중기ㆍ이삼걸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6ㆍ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유일하게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곳은 보수의 보루인 TK(대구·경북)다. 부산, 인천, 울산, 경남 등 6곳 광역단체장을 석권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역 중 가장 수성 가능성이 높은 곳이 바로 TK다.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타 지역에 비해 TK 지역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권영진 재선 도전, 치열한 예선전 예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하며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하다. 지난 11월 리얼미터가 발표한 ‘11월 정례 광역자치단체 평가’에서 권 시장은 38.6%의 긍정평가를 받아 17개 시·도 단체장 중 15위에 랭크됐다.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은 단체장은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홍준표 대표의 엄포에 권 시장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낮은 여론조사에 권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가 시민 판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소명을 꿋꿋하게 해나가며 시민 평가를 받겠다”며 “대구시장 후보를 뽑는 자유한국당 경선도 치열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권 시장은 홍 대표에게도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지만 홍 대표 진정성을 믿는다”며 “상식에 기반을 두고 정치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권 시장에 도전장을 낸 자유한국당 후보도 여럿이다. 현재까지 이재만 전 최고위원과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적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바른정당에서도 대구 지역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통합과정 때문에 뒤로 밀린 상태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불모지 대구에서 소속 국회의원 2명을 배출해 낸 민주당은 이번에야말로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자출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카드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김부겸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경우 자유한국당이 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권영진 현 대구시장과 이재만 전 최고위원과 같은 카드로는 김 장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홍 소장은 ‘김부겸’ 출마의 키는 김 장관 의지가 아닌 청와대와 여당 전체의 ‘바둑판’이 쥐고 있다고 봤다. 그는 “120석에 가까운 자유한국당이 강경노선을 계속 유지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총선까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며 “여당에서는 대구에 강력한 후보를 공천해 보수의 판을 흔들 필요성이 있다”며 김부겸 장관 차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 소장은 “김부겸 장관이 나와 당선될 경우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보수 진영이 느낄 충격은 상상 이상”이라며 파급효과를 언급했다.

김 장관 차출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 장관 개인적 측면에서 대구시장 출마는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했던 노무현 현상의 재림을 기대할 수 있다. 져도 남는 선거”라고 봤다. 그러나 배 본부장은 이념적 측면에 주목했다. 그는 “대구는 여전히 보수 정서가 강하다. 대구에 김 장관이 나서서 실패할 경우 대구의 보수성을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 총선, 대선을 고려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이념 지형을 흐리게 만드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의 2016년 총선 승리로 인해 지역색이 조금이나마 옅어졌던 대구가 또다시 이념 대결의 장으로 번질 경우 대구발 보수 대결집의 불씨가 대구시장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장관 역시 의원직과 현직 장관 포기라는 부담감에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향이 대구인 추미애 대표의 출마론도 제기되나 워낙 진보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외에도 민주당에서는 이재용 시당위원장, 임대윤 전 대구시당위원장,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경북, 이철우·김광림 등 줄줄이 출마

전국에서 가장 보수성향이 강한 경북 지역은 자유한국당이 다시 깃발을 꽂을 가능성이 높다. 경북지사는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바뀐 뒤 치러진 총 6번의 선거에서 모두 보수정당이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의근 전 지사와 김관용 현 지사는 3선 연임을 채운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북지사를 놓고 자유한국당 내 현역의원들의 출마가 줄을 잇고 있다. 3선의 이철우 의원을 시작으로,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3선 김광림 의원,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박명재 의원이 공식 출마를 알렸다.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 남유진 구미시장, 김영석 영천시장 등도 차기 지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영태 군위ㆍ의성ㆍ청송ㆍ상주지역 당협위원장과 오중기 전 경북도당위원장, 이삼걸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의 출마가 유력하다. 바른정당에서는 권오을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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