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핵협상 조율 실패 트럼프 궁지에…김정은 관광 행보 지나쳐

트럼프, 대북 압박 강화할 수도…남북관계에 악영향 줄 수도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저녁 가든스바이더베이를 방문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6ㆍ12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두문불출 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밤 늦게 외출에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11일 밤 9시쯤(한국시간 오후 10시) 싱가포르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이 뒤따랐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지인 마리나베이샌즈를 돌아보고 밤 11시쯤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다음날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제 조율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한다.

이는 김 위원장이 외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인트리지스 호텔로 돌아왔던 북한 협상팀 최선희 부상이 실무협상장인 리츠칼튼 호텔로 이동, 미국 협상팀 성 김 대사와 협의를 이어간 것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즉, 양측이 이미 대체적인 의제 조율에 합의해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것이다.

반면, 북미회담 직전까지 양측 실무팀이 의제를 조율했지만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다.

김 위원장이 외출하기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수용을 공개적으로 최후 통첩했다.

하지만 북한은 CVID 수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특히 이번 북미회담의 핵심인 북핵에 대해 기존의 ‘보유핵’은 판문점 회담 때부터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이어진 북미 실무협상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따라서 ‘세기의 담판’이라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북핵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완전한 비핵화(핵폐기)’를 원하는 미국의 기대는 북한의 ‘보유핵’에 막혔고, 이번 북핵회담은 실질적 성과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북미회담에서 북핵에 관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회담을 먼저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밤늦게 시내 나들이에 나선 것은 미완의 회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는 일이다.

국제 외교가 일각에서도 김 위원장의 의도를 알 수 없으나 외형만 놓고 볼 때 상대방(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례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회담에 부담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불만을 나타내거나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도 “북한이 중국의 지원으로 6월 식량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8월 이후 또 식량난에 처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나설 경우 북한이 위험할 수 있는데 싱가포르 회담이 잘못되면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번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보유핵을 고수하는 한 트럼프 정부도 어쩔 수 없어 북한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회담 하루 전 상대방을 앞에 두고 관광을 하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북미회담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파행적으로 흐를 경우 후폭풍은 한반도에 밀어닥칠 수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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