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동방경제포럼 참석 가능성…미국 ‘승부수’ 주목

美 폼페이오 평양 방문 결과 따라 김정은 ‘참석’ 유동적

지난해 9월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전체 세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부터),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중순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에 따라 북핵 이슈와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방경제포럼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투자 유치와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국제포럼이다. 4회째인 올해 포럼은 9월 11~13일 열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통해 전달한 친서에서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것인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과 언론도 참석 가능성과 불참으로 각각 견해가 나뉘는 상황이다.

그러한 데는 러시아 정부와 언론의 상반된 입장과 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김정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지에 대한 북한 측의 답변이 아직 없다”고 밝혀 ‘불참’ 쪽에 무게를 뒀다. 타스 통신도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그도(김정은 위원장도) 포럼에 초청했지만, 그가 올지에 대해 분명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그런데 8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광복 73주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을 확인하며,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가능성을 언급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포럼은 모든 역내 지도자들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15일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축전을 교환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절박한 쌍무관계 문제와 중요한 지역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이른 시일 내 상봉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국내 언론은 러시아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과 북한 매체의 보도를 근거로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이 “김정은 위원장이 내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게재된 현지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동방경제포럼 시기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린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와 다수 언론은 러시아 공식인사가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가능성을 부정한 것은 처음이라며,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불참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5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는 모습.(연합)

<주간한국>은 지난 16일 ‘北 김정은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석, 푸틴 만난다’ 제하의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본지는 북한 사정에 정통한 러시아 소식통을 통해 15일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요청에 화답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확실하다’고 알려온 사실도 전했다.

본지는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는 사실은 처음 보도했지만, 당시 대다수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참석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크렘린궁이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언론은 물론, 정치권도 ‘불참’ 쪽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여전히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16일 보도 때와는 달리 ‘변수’가 생겼다. 바로 미국이다. 이달 말 또는 9월초로 예상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획기적인 제안을 해 북한이 수용할 경우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미국의 ‘획기적인 제안’은 비핵화 방식(CVID)을 바꾸거나 대북 제재를 해제 내지 완화하는 것인데 과연 미국이 그런 ‘승부수’를 던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탄핵 위기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인 승부수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살기 위해 비핵화를 양보할 경우 오히려 국내외 역풍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무슨 카드를 들고 평양을 방문할지 알 수 없으나 그것에 따라 김 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베이징 소식통은 “설령 폼페이오 장관이 획기적인 대북 방안을 제시한다 해도 김정은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도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올 경우 세계적 거물들이 동반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기대가 클 것”이라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북한은 김정은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에 앞서 일단 폼페이오를 만나 미국의 견해를 들어본다는입장”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김정은의 참석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방포럼 참석 여부는 결국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카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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