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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칼럼]야권은 ‘후보단일화’만이 살길…원칙 지켜야

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호감도 하락
‘압도적 1위’ 이재명, ‘노무현의 길’ 갈까
  •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기자회견이 주목받는 이유는 임기 마지막 한 해 동안의 국정 운영 방향과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해법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메시지와 논쟁이 될 만한 발언을 했다.

우선,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가구가 늘어났다”며 “이렇게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 물량에 대한 수요가 초과하게 됐고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1·2인 가구 증가를 강조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그동안 늘 “집값 급등은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언급해왔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번에 문 대통령은 허황된 자신감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면서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무능과 오류가 아닌 상황 탓으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가령,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주택 공급 부족의 더 큰 원인은 주택 공급을 적시에 하지 않았다는 점과 임대차법을 무리하게 도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둘째,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방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국정 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그 국정 농단이나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사면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대통령이 진정 국민 통합을 기대한다면 ‘국민 공감과 당사자 사과’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정치 메시지를 던졌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새해 첫날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추풍낙연’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셋째,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은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리고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간의 갈등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보다 건강하게 그렇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지난 1년 동안 추 전 장관이 수사 지휘권 발동, 징계 및 직무정지 등 윤 총장 찍어내기를 할 동안 침묵했고, 윤 총장이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법무부가 요구한 징계를 재가했는지가 의문이다.

넷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어떤 경우에도 핵을 완전하게 포기할 의사는 없는 것이 명확해지고 북한이 최근 핵 능력을 과시하는 등 비핵화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 움직임은 비핵화 협상이 타결 안 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여러 가지 핵을 증강하고 새로운 무기 체제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북한의 일방적 감싸기’에 과연 국민들은 얼마나 공감할까.

다섯째, 입양 아동 학대 방지 대책에 대한 실언이다. 문 대통령은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아이하고 맞지 않을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등 여러 방식으로 입양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통상 대통령의 발언은 답변 내용의 맥락과 취지를 감안해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발언은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양 아동의 인권을 무시한 실책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원칙 속에서 회견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회견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상황 판단과 현실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데다 변화 메시지도 없었고 국민 공감대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새해부터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30%대로 추락하고 있다. 한국리서치는 2주 간격으로 한국 사회의 국정 운영 방향성에 대해 조사한다. 조사 결과, 작년 7월 3주부터 우리나라 국정이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보다 훨씬 높았다. 올해 1월 1주차(1월 8일~11일)에는 그 비율이 53%대 33%까지 벌어졌다 [그림1].
덩달아 문 대통령에게 ‘호감이 간다’는 비율도 하락했다. 1월 1주차에 42%로 대통령 호감도를 측정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53%로, 2019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그림2].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정운영 방향성에 대한 부정평가가 늘어나고, 문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약화되면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36%, ‘못하고 있다’는 58%였다. 지난해 11월 둘째 주 3%포인트 차이였던 국정운영 긍ㆍ부정평가의 격차가 22%포인트까지 벌어졌다[그림3].
여하튼 이러 흐름이 지속된다면 향후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다시 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들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둘러싸고 민심을 잡기 위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도록 내각에 지시했다. 여당이 구상하는 ‘손실보상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집합 금지 업종의 경우 손실매출액 70% 범위까지 보상하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매달 24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추계가 나온다. 4개월분만 보상하려 해도 100조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합동 업무보고 때 ‘손실보상제, 당정과 관련부처가 함께 검토’를 지시한 후 손실보상제가 여권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그 국채는 한국은행이 매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의 법제화에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힐책했다.

정 총리는 손실보상제 보상 원칙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외신기자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헌법의 정신은 매출액보다는 매출 이익에 대한 피해를 보상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별로 매출액은 많지만 이익이 적을 수 있고, 매출액은 적은데 이익이 클 수 있어서 보상 대상은 매출 이익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손실보상제의 소급 적용 주장에 대해선 “일단 헌법 조항에 충실한 입법 노력을 할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다시 말해, 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피해만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야권 대권 후보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여당에서 추진 중인 영업 손실 보상법에 대해 비판했다. 원 지사는 “돈을 찍어 재정지출을 하는 것은 하책 가운데 하책이다. 모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시작되었고, 결과는 참혹했다. 손실보상의 재원은 2021년 본예산 중 불요불급한 예산의 전용을 통해 최대한 확보하고 국채발행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익을 본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피해 계층을 돕자는 취지다. 그런데 일각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이익이 얼마인지를 따지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의 손익은 경기, 제품의 경쟁력, 마케팅, 시장 흐름, 업황, 환율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며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지급할 수 있는 돈을 다른 기업이나 소상공인과 나누는 것은 주주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도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와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추진했지만 정·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입법에 실패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각종 규제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이익을 세금처럼 걷겠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익공유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무역이익공유제에서 출발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경우,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목표로 했지만 그 비율은 29.2%에 불과했다. 무역 이익과는 전혀 무관한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금융권 기업들이 기금의 대부분을 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세계경제포럼(WEF) 특별연설을 통해 “영업제한을 받는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제, 약자를 돕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익공유제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가 감염병 재난을 이겨내는 포용적 정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은 차기 여권 대권 후보인 정 총리와 이 대표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최근 이 대표는 잠재적 경쟁자인 정 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정책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서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정 총리와 이 지사가 강력하게 비판한 데 대해 “기재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정간 얘기하면 될 일이지, 언론 앞에서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라며 “하물며 같은 정부 내에서 좀 의아하다”고도 했다. 또한 이 지시가 경기도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10만원 지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총리도 지난달 24일 방송에 출연해 “경기도가 지원하는 건 좋다”면서도 “3차 유행이 진행되는 상황이면 방역이 우선이고, 지금 상황에선 차등 지원이 옳고 피해를 많이 본 쪽부터 지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설 명절(2월 12일) 이전에 경기도민 1인당 10만원의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요청 이후 열흘 동안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다”며 “그 결과, 지금이 3차 대유행의 저점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기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경제가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다면 우리는 또다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월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내달 1일부터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의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 3자 간 주도권 경쟁에서는 이 지사가 크게 앞서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1월 25~26일) 결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지사가 28.7%로 가장 많은 득표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윤 총장 14.0%, 이 대표 11.4% 등 순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1월 22일)에서도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는 이 지사 26.2%, 윤 총장 14.6%, 이 대표 14.5% 순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1강 체제’가 구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 대권 가상 대결 구도에서도 이 지사의 압도적 우위가 확인됐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이 지사와 윤 총장이 대결할 경우 어느 쪽에 투표할지’를 물은 결과 이 지사는 45.9%를 얻은 반면 윤 총장은 30.6%를 얻었다. 두 주자 간 차이는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난 15.3% 포인트였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이 지사(39.2%)는 윤 총장( 36.0%)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도 이 지사(39.8%)가 윤 총장(33.1%)을 앞섰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지지가 윤 총장을 앞섰다. 한편 윤 총장과 이 대표의 가상 대결에서는 이 대표가 34.7%, 윤 총장이 33.8%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달 26일 이 지사가 참석한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 주관으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여권 국회의원 50명이 토론회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경기지역 국회의원 20여명이 토론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맞붙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도 이날 토론회를 찾았다. 향후 이 지사가 2002년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쟁에서 보였던 ‘이인제의 길’을 갈지, 아니면 ‘노무현의 길’을 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근 민주당 지지도가 상승세다. 리얼미터·YTN이 1월 4주차(25~27일)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33.3%)과 국민의힘(30.5%)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보선 지역인 서울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5.8%포인트 급등한 32.4%를 기록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6.6%포인트 급락하며 28.5%가 됐다. 작년 12월 3주차 이후 6주 만에 민주당이 서울에서 국민의 힘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민주당(33.5%) 지지도가 국민의힘(36.4%)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통상 정당 지지도 변화의 배경엔 정책 또는 인물 요인이 작용한다. 손실 보존제 또는 이익공유제와 같은 정책 구상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자영업자층의 정당 지지도에서 변화가 감지돼야 한다. 그런데 리얼미터 1월 3주차(18~20일) 조사 결과, 이 계층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29.3%인 반면 1월 4주차(24~25일) 조사에서도 29.6%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같은 기간 이 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5.4%에서 41.2%로 5.8%포인트 상승했다.

자영업자층은 정부 여당이 구상하는 보전 보다는 영업금지 또는 영업 제한 해제를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정책 효과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민주당 지지도의 변화는 여권 유력 대선 후보인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통상 한국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할 때 정당 지도자 또는 유력 대선 후보와의 정서적 일체감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 변화는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 총장의 지지도 하락과 연계되는 것 같다. 추 전 장관의 퇴장은 윤 총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를 둘러 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간의 논쟁이 시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문제 진단과 함께 수권정당으로서의 국민의힘이 향후 추진해 나갈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으로 ▲코로나 대란 초래 ▲경제정책 실패 ▲부동산 대란 ▲법치 헌정질서 파괴 ▲외교안보 위기 등 5가지 분야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미래 변화 선도 ▲약자와의 동행 ▲저출산, 국가 책임제 ▲교육 대전환 추진 ▲국민안전을 위한 정책 최우선 등 5가지의 비전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기존의 무시 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한쪽에서만 급하다고 단일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안 대표가) 몸이 달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정도면 단일 후보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자신이 그동안 주장했던 ‘3월 단일화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그때 시작하면 임영웅이 와도 흥행은 실패한다”면서 강하게 맞받아쳤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현재 국민의힘 후보 누구로도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없고, 안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도 점점 벌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몸이 달은 건 국민의힘이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끝나는 3월 4일까지는 야권의 단일화 논의는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3월 단일화론’ 근저에는 여러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현재는 국민의힘 후보가 안 대표에게 밀리고 있지만 국민의힘 경선이 주목받을 경우 안 대표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다. 특히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면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종 단일화 게임에서도 안 대표를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듯하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국회 의석 102석의 거대 야당 후보가 3석의 미니 정당인 국민의당 후보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이 깔린 셈이다.

그 밖에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최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역선택이 오히려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에 대한 질문이 없다면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야당 후보로 누가 되는 것이 유리한지를 놓고 판단할 것이지만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직관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은 기존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안 대표보다는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계나 여론조사업체에서는 역선택이 실제로 작동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금 국민의힘이 역선택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가설이 정반대로 작동될 수도 있다. 만약 안 대표가 최종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 지지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은 안 대표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질서 있고 예측 가능한 후보단일화를 위해 적어도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실무협상을 가능한한 빠른 시기에 시작해야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할지 로드맵 발표가 우선이다.

둘째, 후보 단일화 승복 서약이다. 단일화 패자 측이 승자 측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함께 치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만약 야권이 승리하면 1998년 정권교체 후 ‘DJP(김대중ㆍ김종필ㆍ박태준) 공동 정부’가 수립된 것처럼 서울시 공동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을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셋째, ‘상호비방 금지 원칙’을 채택하는 것이다. 최종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전까지는 양측이 상호 비방을 중지하고 정책 경쟁을 하는 포지티브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같은 당의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 수습 조치로 4월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정의당이 공천을 하지 않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면 서울 재보궐 선거는 명실상부한 ‘진보’ 대 ‘반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질 것이다. 이럴 경우 승부는 ‘48%(패자) 대 52%(승자)’가 된다. 그야말로 누가 승리할지 모르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단언컨대, 선거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전략이고 이런 전략을 수립하는 세력은 승리한다. 반면 최고의 상황만을 염두에 두고 행보하는 세력은 필패한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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