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이피’ 노리는 민주당의 MB 프레임…”MB가 귀환한다” 공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사진=연합뉴스 제공)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재소환되고 있다. 판세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은 MB 프레임을 선거전략으로 구사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포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성추행 의혹까지 재점화되자 마땅히 대응할 카드가 없는 민주당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MB 아바타’, ‘MB졸개’, MB 좀비’ 등 다소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등을 돌린 중도층 표심을 끌어 모아 판세를 뒤집을지는 미지수다.

LH 불똥을 MB 뉴타운으로 방어벽 치는 민주당
현재 각종 여론조사 따르면 서울시장 양자 대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 오 후보는 35.6%로 박 후보(33.3%)에 2.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안 후보는 2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부산시장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는 민주당의 김영춘 후보를 여론조사상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SBS가 지난 13일 여론조사업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산시장 후보 가운데 누가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5%가 박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와 김 후보(24.3%)의 격차는 17.2%포인트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15일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토지공사·주택공사를 통합한 이후 너무 많은 정보와 권한이 (LH에) 집중됐다"며 "상호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국민 주거복지 담당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LH 특검 수사 범위도 MB 정부 시절 뉴타운 등 전(前) 정권 택지개발 사업까지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1·2기 신도시 이후 부동산 비리와 관련돼 있는 건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는 해봐야 한다"며 "이명박 뉴타운 때도 이런 게 있었다고 드러나면 안 되지 않나. 그런 것들을 이번 기회에 한번 판단해보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MB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 후보의 발목을 물고 늘어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17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불법사찰 의혹을 비롯한 각종 의혹 백화점으로 지탄받는 박 후보는 부산 발전의 짐이 될 뿐"이라며 "법원 판결로 공개된 국정원 사찰 문건에는 '홍보기획관 요청 사항'이라는 문구가 선명한데, 명백한 증거 앞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후보의 태도는 MB 아바타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MB를 앞세워 공세를 퍼붓는 데는 오 후보와 박 후보가 MB와 특별한 정치적 인연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 후보는 MB 정부에서 서울시장을 지냈고 박 후보는 MB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 등을 역임했다. LH 사태로 성난 민심의 관심을 MB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다분히 의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MB 좀비’ ‘MB 졸개’ ‘MB 아바타’ 등 원색 표현 난무
민주당이 MB를 소환하는 것은 LH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들을 MB와 연계해 비꼬고 있다. 이달 초 정청래 의원이 SNS에 ‘MB의 후예’, MB의 아바타’라고 거론한 데 이어 18일에는 이개호 의원이 ‘MB 졸개’라며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SNS를 통해 오 후보와 박 후보를 거론하며 "이분들의 공통점이 MB계 인물이라는 것이다. 공인의식과 서민에 대한 공감능력이나 감수성이 1도 없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점에서 딱 MB를 닮았다"며 “이러니 'MB 아바타' 후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안민석 의원도 SNS에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통해 MB가 귀환 중이다. MB가 돌아오고 있다"며 "야당 후보들은 MB 후예들, MB 키즈들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MB 닮은꼴들이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야권 유력주자로 나선 것은 국민들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대한민국 수도와 제2의 도시 부산의 얼굴로 제2의 MB들을 내세우기에 너무 부끄럽지 않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의 이개호 의원은 네거티브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SNS에 "재보선은 이명박 좀비들과의 싸움"이라며 "LH 직원 땅투기 사태로 판세가 바뀌면서, 느닷없는 이명박의 졸개들이 고개를 다시 쳐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해찬 전 대표도 MB프레임을 거들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시 행정을 하려고 시장이 되는 게 아니라 이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MB가 정권 잡으려 한 게 아니고 이권을 잡으려고 한 게 아니냐"며 "오세훈은 완전히 MB 키즈"라고 주장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