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는 비호감 대선, 리스크 관리·대응이 결정적 변수로 떠올라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김씨 본인과 윤 후보가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함께 여론 악화 속에 내놓은 사과마저 어정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서다.

사태가 커지자 국민의힘에서는 대국민 사과 등을 포함한 후속 입장 발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후보는 사과를 하면서도 '사실 관계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사과 형태를 놓고 서로 엇박자가 나는 모양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즉시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를 한 것과 대비된다.

이번 일로 인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른 김씨의 공식 '등판'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건희씨 관련 리스크는 크게 세 갈래다. 과거 김씨의 사생활 의혹, 법적인 이슈, 그리고 허위 이력 문제가 그것이다. 이른바 '쥴리'로 대표되는 사생활 의혹은 말초적인 관심을 끌지만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의한 것이고 지극히 사적 영역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법적인 문제는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면 된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커진 허위 이력 문제는 윤 후보가 출마를 하게 된 계기였던 '공정'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리스크보다 민감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신상 털기'가 아니냐는 지적과 대선판의 중심이 되어야 할 정책 담론이 묻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부인이 될 수 있는 대선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검증은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허위 이력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김건희씨가 몇몇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도 다소 거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씨의 언론 노출이 선대위와의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선대위의 후보 배우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유례 없는 '비호감 대선'에서 수면 위로 급부상한 '가족 리스크'를 후보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줄줄이 쏟아지는 김건희 허위 이력 의혹

김건희씨가 과거 여러 대학에 제출한 교수 임용 지원서에 허위 경력과 가짜 수상 기록을 기재했다는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기존에 국민대 졸업논문 표절 등 부정의혹에 더해서 김씨의 과거 이력에 의문점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허위 이력 논란은 지난 14일 언론 보도로 시작됐다. YTN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제출한 초빙 교수 지원서에 지난 2002년 3월부터 3년 동안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기재했지만 해당 협회는 2004년 6월에 설립돼 김씨가 재직했다는 기간과 맞지 않았다. 또 '기획팀'과 '기획 이사'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김씨를 본 적이 없다"는 협회 관계자 발언이 이어지면서 '거짓 이력'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씨의 지원서에 적힌 수상 경력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적었으나, 주최 측의 확인 결과 김씨의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이라는 이름으로 응모된 출품작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다음날에는 김씨의 안양대학교 교수 지원서에도 허위 내용이 적혀있다는 의혹이 나왔고, '삼성미술관 전시' 이력과 한림성심대 강사 지원때도 허위 이력 의혹이 연달아 불거졌다. 안민석·도종환·권인숙·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씨의 허위 경력과 수상기록이 18개에 달한다"면서 파상공세를 펼쳤다.

여기에 서류 위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김건희씨가 수원여대에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재직증명서에 찍힌 회장 직인과 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식으로 제출한 문서의 회장 직인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협회에서 발급받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부인 김건희 씨 '허위 이력' 논란 관련 질문에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안일한 대응과 상황 인식...여론 악화에 마지못해 사과

허위 이력 기재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이후 김씨와 윤 후보, 나아가 국민의힘의 대응은 화를 키웠다.

김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가짜 수상 경력에 대해서는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며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일부 의혹을 인정하는 듯 했다. 하지만 “수상 경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강변했다. 나아가 허위 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서는 "믿거나 말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자신은 공무원, 공인도 아니고 당시엔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김씨가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씨의 인터뷰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의겸 의원은 다음날 "YTN 기자가 검증을 하니까 '아니, 그러면 왜 나만 이렇게 괴롭히느냐. 억울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씨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마주친 기자를 피해 황급히 달아나는 듯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더팩트는 지난 14일 공개한 영상에는 한 남성이 옷가지로 얼굴을 가린 김씨의 목덜미를 손으로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윤 후보의 초반 대응도 부인 김씨와 다를 바 없었다.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제기가 된 이후 여권의 '기획공세'라며 역공을 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오전 기자들에게 "교수 채용에서 시간 강사라는 것은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 하는 게 아니다"며 "여러분들 가까운 사람들 중에 대학 관계자가 있으면 시간 강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한번 물어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저쪽(여권)에서 떠드는 걸 듣기만 하지 마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엔 송구하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부인 김씨가 이날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한 직후였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의 부인이 아무리 결혼 전에 사인의 신분에서 처리한 일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높은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 거기에 대해 미흡하게 자기(김건희씨)가 처신한 게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선대위도 초기 부실 대응으로 화 키워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국민의힘 선대위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후보자와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건 후보자의 배우자와 가족에 관한 문제고 오히려 이재명 후보 당사자와 관련된 문제가 큰 문제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선대위의 공식 입장도 비슷했다. 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설립하지도 않은 협회의 허위 경력', '가짜 수상기록'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재직기간 기재는 착오한 것이고 수상 이력은 '개인수상'과 '회사에서의 주도적 역할로서의 수상'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기재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이처럼 사태 초반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인사들이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 보다는 방어와 역공에 힘을 쏟는 듯 보였다. 초반 설익은 해명은 국민들에게 '변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후보의 대응이 심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왜 쓸 데 없이 변명을 하는지"라며 "사과해야 할 윤리적 상황을 돌파해야 할 정치적 상황으로 이해하는 듯"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조국과 민주당이 걸었던 길 아닌가"라며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너무나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여권은 집중 포화 쏟아내…"허위 경력 기재는 범죄"

민주당은 김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본질은 김건희 씨가 허위 경력으로 자리를 얻은 것"이라며 "돋보이려는 '욕심' 정도로 치환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용빈 대변인은 윤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전체적으로 허위경력은 아니다"고 한 것에 대해 "그렇다면 부분적인 허위경력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길 바란다"며 "윤석열 후보는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공정’을 말했는데 과연 김건희씨에 대한 후보의 잣대가 ‘윤석열식 공정’이냐"고 따졌다.

민주당은 김씨의 허위 경력과 수상내역 의혹과 관련해 고발도 시사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6일 "김씨의 허위 경력 관련 고발 여부를 검토한 결과 고발할 법적 요건 갖추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내에서는 김씨에 대한 검증에 파상공세를 펼치면서도 역풍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이재명 후보 역시 본인의 전과, 형수 욕설은 물론 '장남 불법도박' 등 가족과 연관된 여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로남불' 프레임에 역공을 받을 수도 있다.

이 후보가 지난 16일 장남의 불법도박 의혹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아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즉시 사과한 것도 논란의 불씨를 조기에 진화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에서는 검증의 잣대를 사생활 영역에까지 확대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건영 의원은 "검증에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나누어서 봐야 한다"며 "사적 영역은 후보 배우자뿐만 아니라 영부인이라도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이 끝난 뒤 아들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건희 리스크…국민의힘 선대위의 메시지 관리 시험대

김건희씨의 '등판'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은 국민의힘 선대위에 향후 후보자뿐 아니라 후보 배우자의 메시지 관리 측면에서 과제를 남겼다. 김씨의 언론 노출이 어느 때, 어떤 상황에 나와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차원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우자팀'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팀은 배우자 메시지 관리 등을 일원화하고 공보와 일정 관리 등을 하면서 김씨와 관련된 추가 의혹이나 돌발상황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김건희씨의 공식 '등판'을 위해 자연스럽게 대외 접촉이나 언론 노출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캠프에서도 인터뷰를 한 걸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의 언론 인터뷰가 선대위와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후보자처럼 현역의원이 배우자 실장이니 하는 정도로 황당할 정도의 관리에 나설 것까지는 아니지만 지금부터 (김씨의) 메시지라든가 모든 선대위 관할 범위에 포함시켜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도 지난 16일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뭔가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을 좀 갖춰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