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자 아웅 "접대 강요받아"… 주최측 "거짓말은 그녀가"

아웅 양이 가슴수술을 마치고 마취상태에서 가슴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미스아시아 퍼시픽월드 조직위
아웅 "성접대, 전신 성형 강요" 주장 파문… 주최 측 수술 회복'사진'공개 반박
아웅 9일 머물러… "접대 강요할 시간 없었어"
미얀마 반한 분위기 확산, 교민 피해 우려… 1회 대회도 미숙한 운영'성추문'논란 일어

미인대회 우승자 주장 파문

국내에서 열린 국제미인대회 우승자가 주최측으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은 뒤 10만 달러 상당의 티아라(왕관)를 들고 고국으로 돌아가 "성접대를 강요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대회는 지난 2011년 11월에도 주최측 간부의 '성추행' 의혹과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경찰내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배임 및 횡령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성추행 의혹은 신고 여성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법적 대응을 포기하면서 유야무야된 바 있다. 재차 불거진 성 관련 의혹으로 현재 문광부, 미얀마 한국 대사관, 주한 미얀마 대사관도 관심을 갖고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테테 아웅(16)양은 미얀마 양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승한 후 한국에서 K팝 가수가 되려고 훈련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며 "앨범을 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재계 거물들이 원할 때마다 접대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머무는 동안 머리에서 발끝까지 성형 수술을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도 했다.

아웅 양은 지난 5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 2014' 대회에서 46개국 참가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6월 4일엔 조직위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6일 자국으로 일시 귀환한 후 지난 8월 19일 대회 조직위의 초청으로 모친과 함께 입국했다.

아웅양과 모친의 수술동의서. 사진=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 조직위
대회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웅 양은 입국 당일 어린이 대공원에서 가진 일정 외엔 대외적인 공식일정이 없었고 다음날인 20일 오전 부산의 KS 성형외과로 이동해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았다. 돌아가는 당일인 27일까지 그녀는 병원 입원실에 있었다. 본인의 주장처럼 어떠한 훈련과정에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웅씨는 모친의 체류 기간과 비용을 놓고 주최측과 갈등을 빚다가 입국 9일 만인 27일 실밥도 제거하지 않고 미얀마로 돌아갔다.

성접대, 성형수술 공방 진실은

조직위 측은 5일 <주간한국>에 아웅씨의 성형수술 외래진료서, 수술동의서, 수술 당시 회복 사진, 9일간의 스케줄표 등을 단독으로 제공하며 아웅양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상을 하면 상금이 없는 대신 탤런트 스쿨, 동양액션, 보컬, 뷰티 매니지먼트 등을 선택사항으로 제공한다"며 "아웅 양이 선택한 것은 가슴 수술이었다. 수술 후 만족해 간호사에게 '히프 수술도 이렇게 만들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외래진래서와 수술동의서 등의 증거가 있는데도 기자회견을 열어 수술을 하지 않았다거나 강요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아웅 양이 미얀마로 돌아간 후 현지에서 광고를 무료로 찍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우리에겐 수수료를 전혀 지불하지 않았고 미얀마 지부에도 10% 밖에 지불하지 않는 등 계약을 어기고 거짓말을 했다" "모친은 원래 자비로 입국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항공권을 보내달라고 해서 주최 측이 모친의 항공권까지 구입했다. 또 모친은 2주짜리 비자를 받아서 29일까지 체류하기로 돼 있었는데 갑자기 아웅양이 데뷔할 때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면서 3개월간 함께 있게 해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웅 양은 한국식의 엄격한 연예 매니지먼트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현지에서부터도 주최 측이 선임한 보컬 매니저와 잘 연락이 되지 않았고 태국에 가서 성형시술을 받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술 전후'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해당 시술은 주최 측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이었다. 주최측이 병원에서 금품을 받고 수술 전후 사진을 올린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누적된 갈등으로 결국 지난 8월 26일 주최측은 아웅 양에게 파기서를 보내 여왕 취소를 통보했다고 한다. 주최 측은 1위 직위를 박탈한 이유로 계속되는 거짓말과 "어머니와 함께 3개월간 체류할 수 없으면 자국 귀환하겠다" 등 터무니없는 일방적 행위를 들었다.

이에 대해 앞서의 관계자는 "파기서를 보내면서 28일에 출국하라고 했는데, 27일에 옷가지도 남겨놓고 왕관만 들고 가버렸다"면서 "기자회견 때 수술을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해서 수술 사진을 보냈더니 포토샵이라고 주장하더라. 수술동의서를 제시하니 그냥 써 준거라고 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것은 뭐냐고 다시 물으니 그냥 있었던 거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후 외적인 변화가 있지 않냐고 했더니 '정신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했다. 간호사와 속옷을 사러 가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간적 없다고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의혹의 핵심인 '성접대' 논란에 대한 조직위의 반응은 어떨까. 조직위 측은 "성접대 강요를 할 시간도 없었다. 서울서 1박 2일 있었고,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사진 찍고 다음날 오전 6시에 만나서 부산에 10시에 도착했다"면서 "그때부터 계속 병원에만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강요를 했다는 것인가. 여왕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자기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성접대 강요 의혹에 대해선 앞으로 아웅 양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그러한 말을 들었는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 관계자는 '전신 성형' 강요 논란에 대해선 "전신 성형이 아니고 전신 스킨케어다. 수술 마치고 머리 스타일을 손보고 손톱 정리 등을 하고 서울에 올라오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로 볼 때 전신 성형 논란은 서로 간의 언어 차이에서 비롯한 오해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테테 아웅 양은 싱가포르에 나고 자란 이슬람교도로, 지난해 6개월 동안 한국 드라마 300여 편을 보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한국에서 가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진 그녀는 한국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했으며 영어도 잘했다. 우승 당시 미얀마 언론이 우승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방송 출연, 인터뷰, 광고 출연 등으로 유명세도 탔다.

미인대회우승자 아웅양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 주최측
3년전 대회서도 성추행 논란 일어

한편 해당 대회는 3년 전에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1년 11월초 SBS <그것이 알고 싶다-미녀들의 고백> 편에서 해당 대회의 성추행 및 성상납, 상금 미지급과 관련한 대회 부실 운영 의혹 등이 전파를 탔다.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북부경찰서에서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에이미 윌러튼(영국)을 비롯한 몇몇 참가자가 대구지부 정모(54) 명예회장(일명 화이트맨)이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다며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이 정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경찰은 자국으로 돌아간 신고자들에게 고소장을 접수하면 사건을 수사하겠다는 영문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으나 아무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신고자들로선 자국에 돌아온 마당에 좋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신고자들이 경찰이 정씨에게 명함을 받는 것을 보고 사건을 무마해주는 것으로 오해했음이 밝혀졌다. 대회 운영에 미숙한 점은 다수 발견됐으나 사기 의도가 뚜렷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경찰이 개입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의자들은 대구조직위로 한정됐으며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며 "미인대회는 허가나 신고 사항이 아니어서 누구나 개최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상금 2만 8,000달러는 서울과 대구조직위가 계약불이행으로 지급하지 못했지만 사기 의도는 없는 것으로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BBC가 대구 경찰이 금품수수 사실이 없다고 정정보도를 했음도 덧붙였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현재 우리 팀도 상황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피디와 작가는 현재 방송 제작차 외국에 나가 있어서 우리도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해왔다.

미얀마 반한 감정, 교민 사회 악영향

수술 상담하고 있는 아웅양과 모친의 모습. 사진제공=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 주최측
미얀마에선 현재 테테 아웅 양에 대한 동정론과 반한 감정이 일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거주 12년차의 한 교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여기 사람들은 아웅 양이 거짓말을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자긍심이 강하고 여성들을 나라 밖으로 보내지 않는 보수적인 나라"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현재 아웅 양은 주최 측의 사과가 있어야 왕관을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최 측은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은 자신들이라며 관련 증거를 갖추고 조만간 기자회견은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진실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신상미기자 frontpage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