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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중위 의문사 '증거조작' 논란

유족"공신력있는문서, 대법원판결
유족 "김훈 중위 관련 중요 감정서 조작해 '자살' 결론 활용"
유족, 진상조사 및 공개토론 요구… 당사자 처벌과 사죄 요구도
국방부 "이미 결론(자살)난 일, 특이 사항 없어 응하지 않겠다"
  • 김훈 중위 영정
6월 6일 현충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에 있는 한 군 부대의 영현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노모가 방치된 자식의 유해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17년 전 판문점 경비소대(JSA)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육사 52기)의 모친이다. 그 옆에는 김 중위의 부친인 김척씨(72ㆍ육사21기ㆍ예비역 중장)가 비장한 표정으로 부인을 바라보고 있다.

두 부부는 매년 김 중위가 사망한 날 추모 미사를 지내고 현충일에는 억울하게 죽은 자식의 넋을 위로한다. 그러면서 김 중위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유족과 제2ㆍ제3의 김 중위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진실'을 향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척씨는 지난 4월 3일 국방부 장관에게 김 중위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공개토론을 요구한 데 이어 5월 27일에는 '증거조작'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육군총장 등에게 보냈다. 국방부는 김씨의 공개토론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증거조작에 대한 조치 요구에도 침묵하고 있다.

김씨는 자식까지 이어 한평생을 바친 군이 진실에 당당하기보다 오히려 증거조작을 해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것을 개탄하면서 군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김 중위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김훈 중위 유족-국방부 '진실 공방'

  •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경비소대(JSA)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 당시 모습.
대법원은 5월 14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강씨는 1991년 김기설씨 시국사건에서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3년을 복역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강씨는 국과수의 필적 감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폈고 결국 24년이 지나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을 이뤄냈다.

김척씨는 김훈 중위 죽음의 진실을 위해 17년째 국방부와 싸우고 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경비소대(JSA) 241GP에서 경계근무를 지휘하던 중 의문사했다. 국방부는 당일 현장 검시도 하기 전에 '자살'로 발표했고, 1~3차 수사 및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 중위의 유족과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과학적 증거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타살' 주장을 해왔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제3 기관인 국회(국방위원회), 대법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최고 국가기관과 국가권익위원회는 국방부의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1999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치되었던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는 그해 5월 31일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 15가지를 제기하며 '김훈 중위가 타살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정활동보고서를 펴냈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김훈 중위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해 "초동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 미국군수사연구소감정서(1998년3월25일)는 "근거리 사격당한 사람의 손에 발포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 반드시 자살로 귀결되어져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자살' 입장을 고수하자 유족은 2011년 9월 권익위에 사건 재조사후 순직 인정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권익위는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 22일 총기 격발실험 등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후 김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권익위는 그해 8월 6일 김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따른 순직처리 권고안'을 육군본부에 보냈다. 그러나 국방부는 3개월 뒤인 11월 26일 유족에게 김 중위 사건을 타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고 통보를 했다.

'증거 조작' 공개 토론 물건너가

김훈 중위 유족 측은 국방부가 '자살'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 증거를 조작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활용한 것을 확인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김척씨는 지난 2013∼2014년 김훈 중위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를 상대로 네 차레 민원을 제기하고 대법원 판결을 조작한 당사자의 처벌과 사죄, 권익위의 조사결과 및 순직권고 수용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당사자의 전역 등을 이유로 처벌 불가 입장을 밝혔고, 권익위의 권고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김 중위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태도였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1998년 10월 2일)는"변사자(김훈 중위) 어깨 위에서 검출된 화약 성분만으로 발사자가 변사자 자신인지 논단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4월 3일 국방부 장관에게 김 중위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공개토론을 요구한 데 이어 5월 27일에는 '증거 조작'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육군총장 등에게 보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김씨의 공개토론 요구에 대해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기존 국방부와 육군의 결론(자살)에 특이 사항이 없기 때문에 공개토론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증거조작에 대한 조치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국방부의 태도에 대해 "'증거조작'과 관련한 명백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공개토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 "그들이 떳떳하면 왜 진실규명에 나서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씨가 국방부에 공개토론을 요구한 증거조작은 크게 ▦세계적 권위의 미국 군수사연구소 조사 결과를 무시한 것 ▦김훈 중위 좌우측 어깨 부위의 화약성분을 왜곡 해석한 것 ▦대법원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등이다.

"군, 공신력 있는 감정서 조작했다"

  •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은 1999년4월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 중위의 야전 잠바 좌·우측 어깨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김 중위가 사격 하였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척씨는 4월 3일 국방부에 대해 진상조사 및 공개토론을 요구하면서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미국 군수사연구소'의 김훈 중위 '뇌관화약감정서'(1998년 3월 25일)를 왜 조작했는지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김훈 중위 사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온 서종표 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예비역 육군대장)은 2011년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에 '김훈 중위 자살 판단 근거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국방부가 10월 17일 서 의원에게 김훈 중위의 자살 판단 근거 자료로 제출한 것은 '뇌관화약감정서'(손에 대한 뇌관화약 검출여부 확인) 사본 일체로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화약감정결과(1999년 2월 4일) 및 미국 군수사연구소 증적(證跡)과 보고(1998년 3월 25일)를 첨부했다. 또한 총기 자살자의 화약성분 검출 관련 논문 일부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들 자료는 그동안 국방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자살' 결론과 상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시말해 국방부가 문서를 조작해 '자살'의 입증 자료로 활용했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실제 미국 최고감정기관인 미국 군수사연구소는 김훈 중위의 왼손손바닥에만 뇌관화약이 검출된 것에 대해 "근접사이며, 스스로 쏘지 않았다"고 감정했다.

  • 김훈 중위의 부친 김척씨는 국방부가 증거를 조작해'자살'을 강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약감정결과(1999년 2월 4일)는 총기 실험 발사자의 오른손에 100% 뇌관화약이 검출됐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런데 김훈 중위의 오른손에서는 뇌관화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즉, 김 중위는 스스로 총을 발사(자살)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인 셈이다.

유족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장 승장래 소장 외 2명(민원조사단장 김지환 대령, 수사지도관 정선모)은 2011년 11월 1일 국방위 서종표 의원에게 "김훈 중위 어깨 부위 무연화약이 자살 사격의 근거"라고 조작된 문서를 제시하면서 권총 자살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1998년 10월 2일)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감정서는 "본 감정의 경우 변사자(김훈 중위)의 야전상의 좌ㆍ우측 어깨 부위에서 무연화약 선분은 검출되나 팔 부위에서 화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변사자의 좌ㆍ우측 손바닥 및 손등에서의 화약성분 검출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제시된 증거물의 실험결과만으로는 발사자가 변사자 자신인지에 대하여 논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 조작 논란

김척씨는 지난 2013∼2014년 김훈 중위 사건과 관련해 육군본부를 상대로 네 차레의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의 취지는 ▦김훈 중위 관련 대법원 판결을 자살로 조작한 육군본부 법무실장 김흥석 준장, 전 국방부조사본부장 승장래 및 수사팀 처벌 ▦전 국방부장관 김태영, 전 육군참모차장 조정환의 유족에 대한 사죄 ▦국민권익위의 조사결과 및 순직권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김척씨가 김흥석 준장과 승장래 본부장 및 수사팀의 처벌을 요구한 것은 이들이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이를 대외적으로 강변하고 알리는 데 대법원 판결을 왜곡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중립적 입장'(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음)임을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자살'로 판결했다며 허위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대법원(김영란 전 대법관 주심, 김황식 전 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배석)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한 판결문(2006년 12월 7일)에서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흥석 법무실장은 2010년 11월9일 육사총동창회에서 "국방부 합조단에서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 자살이라고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라고 말했다. 국방부 합조단에서 내린 '자살'결론에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라고 거짓 보고한 것이다.

승장래 전 국방부조사본부장은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은 자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묻자 승 전 본부장은 "군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201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김훈 중위 사건 질문에 "대법원 판결 모두에서 자살로 인정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서 의원이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재차 질문하자 김 전 장관은 "판결문을 읽어 보지 못했다. 보고만 받았을 뿐이다"며 말을 바꿨다.

동일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정환 육군참모차장은 "김훈 중위 사망에 대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자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을 뿐 고등법원은 '자살'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만 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자살'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게 고등법원의 판단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조정환 전 차장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군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물론 하급심 모두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ㆍ타살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판결문(2006년 12월 7일)에서 "만일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도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 현장 증거품에 대한 미비한 조사, ▦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 2소대 상황일지 및 부소대장의 컴퓨터 등의 미확보, ▦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군의 2차, 3차 수사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을 근거로 '자살'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처럼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한 유족 측과 군의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 온 상황에서 대법원은 지난해 3월 31일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JSA 김훈 중위, 오른손의 미스터리'편을 방송하면서 대법원에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나타냈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군수사기관의 수사상 직무소홀 행위가 유가족의 사인에 대한 알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원심을 수긍하였기에 대법원의 입장은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의 자의적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김척씨는 "군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은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증거조작단'"이라며 "이런 군에 누가 충성하겠나. 상관에 대한 신뢰, 전우애가 없다보니 군 폭력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7년 간 '진실'을 향한 싸움이 김훈 중위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군과 더 많은 장병들을 위한 것이기에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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