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복제 기술 소유권 내놔라"박세필팀 매머드 복제 핵심 기술 성공황우석 측, 복제 기술 소유권 주장… 타협 안 되자 황씨 측 박 교수 등 3명 고소

빙하기 때 사라진 매머드(mammoth)를 되살린다면? 영화나 상상에서 가능한 일이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수의 언론도 관심을 보일 만큼 화제를 모은 가운데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매머드 복제 연구가 일정한 성과를 내며 추진되는 과정에 복제 기술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동물 복제기술에서 큰 성과를 보였던 황우석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측과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팀이 매머드 복제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다툼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재단법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 6월 18일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현재 황 박사와 박 교수 측은 매머드 복제 핵심 기술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매머드 복제'기술을 둘러싼 법적 다툼의 전말을 추적했다.

황우석 매머드 복제 첫 연구…박세필팀 복제 핵심 성과 이뤄

2012년9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린‘매머드 복원을 위한한·러 공동연구협약식’직후 가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 북동연방대학 예프게니아 미하일로바 총장에게 개 복제수정란 대리모 이식수술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가 된 매머드 복제 기술 소유권 다툼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 팀이 2012년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수도 야쿠트 및 야나 강 일대의 얼음과 땅속에 파묻혀 있는 매머드 조직을 채취해 러시아극동연방대학과 공동으로 멸종된 매머드를 복제하는 작업을 추진한 게 계기가 됐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부터 4000년 전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포유류로 긴 코와 4m 길이의 어금니를 가져 현대 코끼리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게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지만 마지막 빙하기에 멸종했다. 매머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황 박사팀이 추진한 매머드 복원은 그동안 태어난 복제동물과 같은 '체세포복제 방식'이다. 우선 시베리아 동토에서 찾은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잘 보존된 체세포(피부세포 등)를 분리·배양한 뒤 생물학적으로 매머드와 가장 유사한 코끼리 난자에 이식해 융합한다. 이렇게 형성된 수정란을 대리모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임신기간(약 22개월)을 거쳐 매머드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황 박사팀은 국내는 물론 러시아 연구팀과 함께 수년간 이 작업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 박사팀은 국내외 유명 동물복제 연구팀에 러시아산 매머드 조직을 주고 세포 배양 연구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올해 이 연구에 참여한 박 교수팀이 놀랄만한 연구성과를 내놨다.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내고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황우석 박사
박 교수는 21세기에 구현될 생명과학의 핵심 화두인 유전자와 간(幹)세포 연구자이다. 1994년 안정적인 난자(세포) 배양법 개발부터 2008년 제주대 연구팀에서 난자 사용 없이 환자체세포만으로 맞춤형 줄기세포를 생산, 거부반응 없이 세포치료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황 박사가 매머드 조직을 전달했던 미래셀바이오는 줄기세포 치료제 실용화 기술 개발 및 특수동물 유전자 종 보존 연구 등 BT산업 연구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박 교수와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은영 미래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이 소속돼 이번 매머드 복제를 진행했다.

황우석 측 복제 기술 소유권 주장…박 교수팀 반발하자 검찰 고소

박 교수팀은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내고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뒤 미국 플로리다의 탄소연대추정 전문 바이오기업에 의뢰해 배양에 성공한 세포가 3만2,000년 전 것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매머드 복원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서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정형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 1월 황 박사로부터 매머드 조직을 나눠줄 테니 연구해 보라는 식의 말을 전해 들은 뒤 지난 3월 중순 예고 없이 택배로 '크기 4㎝ 정도 매머드 사체 조직'이 연구실로 배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바짝 마른 육포인 줄 알았다. 매머드 조직은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고, 연구비를 받거나 공동 연구를 위한 정식 물질양도각서(MTA)를 맺은 것도 아니었다"면서 "박 교수, 김 대표 등과 함께 세포 분리ㆍ배양을 시도했는데, 세포가 잘 자라난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박세필 교수
하지만 황 박사 측은 시베리아에서 들여온 매머드 조직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고, 자신이 세포 분리ㆍ배양 연구를 해보라고 한 것인 만큼 당연히 연구성과는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교수 등은 "황 박사가 조직을 넘겨 줄 때 연구 성과물에 대한 아무런 계약조건이 없었고, 우리만의 독보적 세포배양 기술이 있었기에 세포 추출이 가능했던 만큼 양측 공동 연구성과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주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과정에서 황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 연구성과를 내주지 않는 박 교수팀을 횡령 및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매머드 복제 가능성 열어… '성공'까지는 멀어, 협력해야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호박 화석 속 모기의 피에서 공룡 DNA를 찾아내 공룡 복원에 성공했다. 영화 속 장면이 이번 매머드 복제 연구에서도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과학계는 매머드 복제가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복제 기술로 되살려 자연계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생명과학계는 이번 법적 다툼에 "논문으로 발표해 과학적 평가를 받아야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대학 교수는 "동토에 묻혀있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냈다는 게 사실이라면 최종 복제 성공 여부를 떠나 이것 자체만으로도 유명 과학저널과 세계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양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는 1만 년이나 된 냉동조직에서 매머드 유전자가 남아있는 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과학계에선 어렵게 체세포 추출에 성공해 연구의 첫발을 뗐더라도 매머드 복원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고 지적한다. 매머드의 체세포를 이식할 코끼리 난자를 채취하고, 이 수정란이 착상할 수 있는 대리모 코끼리를 구하는 일 등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복제 매머드가 탄생하더라도 현재 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