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복제 기술 소유권 내놔라"박세필팀 매머드 복제 핵심 기술 성공황우석 측, 복제 기술 소유권 주장… 타협 안 되자 황씨 측 박 교수 등 3명 고소
매머드 복제 연구가 일정한 성과를 내며 추진되는 과정에 복제 기술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동물 복제기술에서 큰 성과를 보였던 황우석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측과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팀이 매머드 복제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 다툼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재단법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 6월 18일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교수, 정형민 건국대 줄기세포교실 교수, 김은영 미래셀바이오 대표 등 3명을 횡령과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현재 황 박사와 박 교수 측은 매머드 복제 핵심 기술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매머드 복제'기술을 둘러싼 법적 다툼의 전말을 추적했다.
황우석 매머드 복제 첫 연구…박세필팀 복제 핵심 성과 이뤄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부터 4000년 전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포유류로 긴 코와 4m 길이의 어금니를 가져 현대 코끼리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게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지만 마지막 빙하기에 멸종했다. 매머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황 박사팀이 추진한 매머드 복원은 그동안 태어난 복제동물과 같은 '체세포복제 방식'이다. 우선 시베리아 동토에서 찾은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잘 보존된 체세포(피부세포 등)를 분리·배양한 뒤 생물학적으로 매머드와 가장 유사한 코끼리 난자에 이식해 융합한다. 이렇게 형성된 수정란을 대리모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임신기간(약 22개월)을 거쳐 매머드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냉동 매머드 조직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황 박사팀은 국내는 물론 러시아 연구팀과 함께 수년간 이 작업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 박사팀은 국내외 유명 동물복제 연구팀에 러시아산 매머드 조직을 주고 세포 배양 연구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올해 이 연구에 참여한 박 교수팀이 놀랄만한 연구성과를 내놨다.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내고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황 박사가 매머드 조직을 전달했던 미래셀바이오는 줄기세포 치료제 실용화 기술 개발 및 특수동물 유전자 종 보존 연구 등 BT산업 연구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박 교수와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은영 미래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이 소속돼 이번 매머드 복제를 진행했다.
황우석 측 복제 기술 소유권 주장…박 교수팀 반발하자 검찰 고소
박 교수팀은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내고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뒤 미국 플로리다의 탄소연대추정 전문 바이오기업에 의뢰해 배양에 성공한 세포가 3만2,000년 전 것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매머드 복원의 가장 큰 난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에서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정형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 1월 황 박사로부터 매머드 조직을 나눠줄 테니 연구해 보라는 식의 말을 전해 들은 뒤 지난 3월 중순 예고 없이 택배로 '크기 4㎝ 정도 매머드 사체 조직'이 연구실로 배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바짝 마른 육포인 줄 알았다. 매머드 조직은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고, 연구비를 받거나 공동 연구를 위한 정식 물질양도각서(MTA)를 맺은 것도 아니었다"면서 "박 교수, 김 대표 등과 함께 세포 분리ㆍ배양을 시도했는데, 세포가 잘 자라난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교수 등은 "황 박사가 조직을 넘겨 줄 때 연구 성과물에 대한 아무런 계약조건이 없었고, 우리만의 독보적 세포배양 기술이 있었기에 세포 추출이 가능했던 만큼 양측 공동 연구성과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주장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과정에서 황 박사가 속한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극동연방대학이 연구성과를 내주지 않는 박 교수팀을 횡령 및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매머드 복제 가능성 열어… '성공'까지는 멀어, 협력해야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호박 화석 속 모기의 피에서 공룡 DNA를 찾아내 공룡 복원에 성공했다. 영화 속 장면이 이번 매머드 복제 연구에서도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과학계는 매머드 복제가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복제 기술로 되살려 자연계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생명과학계는 이번 법적 다툼에 "논문으로 발표해 과학적 평가를 받아야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대학 교수는 "동토에 묻혀있던 매머드 조직에서 세포를 되살려냈다는 게 사실이라면 최종 복제 성공 여부를 떠나 이것 자체만으로도 유명 과학저널과 세계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양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는 1만 년이나 된 냉동조직에서 매머드 유전자가 남아있는 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과학계에선 어렵게 체세포 추출에 성공해 연구의 첫발을 뗐더라도 매머드 복원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고 지적한다. 매머드의 체세포를 이식할 코끼리 난자를 채취하고, 이 수정란이 착상할 수 있는 대리모 코끼리를 구하는 일 등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복제 매머드가 탄생하더라도 현재 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