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자금 추적하던 검찰 ‘정권 실세’ 장벽에 고민

권력실세-정치권 낙하산 인사 연결고리 로비스트 추적

수사 전방위 확산 검찰 일부 자금 출처 조사 누락 의혹도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정경유착의 검은 커넥션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자금이 흐른 곳을 구석구석 추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우조선에서 부당하게 급여를 수령한 이들과 대우조선 관계자들이 다량 구입한 고가의 명품 시계 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우조선 관계자들이 명품을 어떤 용도로 구입해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은 대우조선에 부당자금지원이 이뤄진 배경과 자금 횡령 내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야권 안팎에서 검찰 수사를 놓고 의혹을 제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이 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최근 검찰 수사를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검찰이 일부 자금 추적을 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도 깃털만 건드리나

검찰은 강정원 KB국민은행 전 행장,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 등 핵심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거나 소환 통보하면서 내부에 흐른 자금과 그에 따른 각종 특혜를 추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수사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송사 로비와 관련해 조 전 부사장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해외체류 상태로 검찰은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조기 귀국을 요청한 상태다. 동륭실업 대주주인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가 ‘형제의 난’ 때 뉴스커뮤니케이션과 수억원대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당시 박씨가 홍보대행업을 넘어서 소송 전략수립, 변호인단 추천, 법률 상담 등 법률적 문제를 자문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씨가 금융감독원 검사에 도움을 주겠다면서 홍보 용역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진 강 전 KB국민은행 전 행장에 대해서도 두 차례에 걸쳐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주요 혐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석 연휴 전까지 그를 구속기소 한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의 재임 시절 업무 전문성이 의심되는 외부 인사를 고문으로 임명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도 수사 중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사로 알려진 김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씨는 2011년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임명돼 2년간 2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새누리당 분과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칼끝은 전 정권 핵심으로

특히 검찰은 이재오 전 의원의 특보·이 전 대통령의 지지모임 대표 등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 중 일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위촉 배경, 수행역할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여권 내 친이계 인사들은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타고 흐를지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KB금융지주를 조준하면서 KB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를 수사 중인 검찰은 KB국민은행과 KB금융 전직 수뇌부를 소환 조사해 뉴스컴과 KB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살피고 있다.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금융감독원에 대한 로비 명목 등으로 KB금융과 업계의 관행을 웃도는 거액의 홍보계약을 체결한 내용이 드러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ㆍ관ㆍ재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형 로비 비리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2009년 10월 무렵 박수환 대표가 이끄는 뉴스컴과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글로벌 지주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컨설팅을 받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감원 검사에 대응하도록 법률사무 등을 해주겠다’는 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호사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더불어 실질적인 로비 업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짙어지고 있다.

당시 KB금융은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고 있었고, 이 검사를 잘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박 대표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달 초 금융감독원을 압수수색했고, 관련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강 전 행장은 국민은행이 2008년 3월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을 인수할 당시 이사회를 설득하려고 BCC은행의 주가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허위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사 금감원 감사를 받은 적 있다.

한편 강 전 행장의 KB금융지주 회장 도전과 관련한 로비가 있었는지도 검찰이 살피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09년 10월 뉴스컴과의 계약 당시 황영기 지주 회장이 중도에 하차하면서 최인규 전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강 전 행장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수장으로 실질적인 일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은 그해 12월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됐으나 공정성 시비와 당국의 고강도 조사에 부담을 느끼고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바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