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당황시킨 ‘김종 오른팔’의 위증… 핵심증거 확보 나선 檢

오락가락 증언 일관했던 ‘김종의 문체부 최측근’ 윤 모 과장, 禹 표정 일그러뜨려

국정농단 사건 재판 최초 ‘현장 위증 발각’ㆍ‘재판 중 압수수색 영장 발부’

재판부, 김종 전 차관·윤 모 과장 재소환 대질신문 예정… 문체부 살생부 의혹 낱낱이 밝힌다

한민철 기자

우병우(50ㆍ불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 최초로 증인의 현장 위증 발각과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일이 발생했다. 뜻밖의 일이 발생하면서 우병우 전 수석의 ‘문체부 살생부’ 개입 의혹에 대한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는 검찰 측은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게 됐다. 여유로운 태도로 매번 재판에 임하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에서의 위증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는 윤 모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재 8차까지 진행된 이 사건 재판에서는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 중 직권남용 부분에 해당하는 ‘문체부 살생부’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윤 전 과장은 이 문체부 살생부를 둘러싼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가 우 전 수석 재판에 관한 지난 몇 차례 보도에서도 다뤘듯이, 문체부 살생부는 지난해 2월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의 경질 그리고 이후 같은 해 5월부터 7월까지 이뤄진 문체부 내 국과장 여섯 명에 대한 좌천성 인사조치를 둘러싼 의혹이다.

박영수(65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과 검찰 수사 그리고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문체부 살생부의 발단은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였다.

지난해 1월 말에서 2월 초순경 최씨가 자신의 측근이었던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체부 2차관에게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봐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차관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관리에 소극적이었고, 최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 등의 설립ㆍ허가에 대해 비협조적이었다. 때문에 문체부의 각종 국책 사업을 장악하려 했던 의혹이 있는 최씨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었다.

최씨의 부탁을 들은 뒤 김종 전 차관은 윤 전 과장을 통해 박 전 차관에 대한 문제점과 이와 연관된 다른 문체부 국과장들의 특이점까지도 듣게 됐고, 이 내용을 정리한 메모를 최씨 측에 넘겼다.

놀랍게도 2월 말 박 전 차관은 문체부 1차관에서 경질됐다. 이후 4월경부터 우 전 수석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문체부 측에 “위에 다 보고돼 곤란하다”라며 김종 전 차관의 메모 속에 기재된 이들을 포함한 여섯 명의 문체부 국과장들을 소속기관으로 전보조치시키라는 ‘반강제적’ 요구를 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관실 김 모 팀장은 상부의 지시로 여섯 명의 국과장들에 대한 세평을 수집해 보고했고 이것이 문체부 살생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 모 팀장은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종 전 차관의 경우와 같이 이들 국과장들의 세평에 관한 정보를 윤 전 과장을 통해 얻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좌천성 전보조치를 당한 이들 여섯 명의 국과장 대부분은 문체부 내에서 ‘박민권 라인’으로 박 전 차관이 특별히 챙기는 인사이자, ‘비(非) 김종 라인’으로 김 전 차관 및 ‘김종 라인’으로 알려진 윤 전 과장과 마찰을 겪거나 눈 밖에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민권 전 차관과 이들 여섯 명의 국과장들 중 일부 인사가 이 사건 재판의 증언에 나서며 ‘박민권 라인’의 존재를 부정했고, 박 전 차관이 특정 인사만을 지나치게 편애했다는 등의 당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면서 김종 전 차관과 김 전 팀장이 윤 전 과장으로부터 얻었던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세평 내용 대부분이 현재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상당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문체부 살생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일개 민간인에 불과한 최순실씨가 문체부 2차관에게 부탁해 1차관 경질에 사용될 세평을 입수했고, 이후 그 1차관과 관련된 문체부 간부급 인사들에 대한 소속기관으로의 좌천성 인사조치가 이뤄진 행정부처 내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 당시 민정수석실이 윤 전 과장의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세평을 통해 박민권 전 차관과 여섯 명의 국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강행했고 당시 세평 내용마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우 전 수석 측은 무고한 공직자를 경질하거나 좌천시킨 문제로 자신의 직권남용 혐의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 전 수석의 민정수석실이 원칙적으로 권한이 없는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전보조치를 지시하고, 그 대체 인사 선정에도 관여하는 등 민정수석실의 통상 업무 범위를 벗어난 사실이 밝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 전 수석 측은 당시 실제로 박민권 전 차관과 여섯 명의 국과장들에게 인사 및 업무 상 부분에 있어 다양한 비위를 발견했고, 때문에 문체부 측에 대한 인사조치 요구도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윤 전 과장으로부터의 이들 국과장들에 대한 세평 입수 과정도 민정수석실에서 특감반을 통해 공직자의 감찰과 세평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업무상 절차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우 전 수석 측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기 위해서는 당시 김종 전 차관과 김 전 팀장에게 전달한 박민권 전 차관 및 여섯 명의 국과장들에 대한 세평이 악의적 음해가 아니었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던 민정수석실 측의 공직자 세평수집 과정이었다는 윤 전 과장의 증언이 필요했다.

다른 핵심증인들의 기존 증언 뒤집는 윤 전 과장

이날 재판에 윤 전 과장은 검찰 측이 아닌, 우병우 전 수석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증언에 나섰다.

그런 윤 전 과장은 오전 재판부터 다른 증인들의 기존 증언과 배치되고 오락가락한 말을 반복했다.

우선 그는 김 전 팀장을 비롯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 관계자로부터 문체부 공무원들에 대한 세평 요구를 받은 것은 맞지만, 문제가 된 여섯 명의 문체부 국과장 중 A 모 국장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의견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물론 이는 특감반 김 전 팀장의 증언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김 전 팀장은 이 사건 재판에서 지난해 1월경 윤 전 과장으로부터 A 모 국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수집했고, 이후 역시 윤 전 과장을 통해 다시 나머지 문제가 된 국과장을 포함한 문체부 직원들의 세평을 얻었다고 증언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A 모 국장에 대한 해당 비위 첩보는 전혀 사실과 맞지 않은 것으로 소명됐다. 때문에 윤 전 과장이 해당 세평을 김 전 팀장에 전달했다면, 허위 사실 전달로 괜한 사람에 피해를 준 꼴이었다.

특히 윤 전 과장은 지난해 1월 말과 2월 초경 김종 전 차관이 자신에게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었다고 밝히면서, 변호인 및 검사 그리고 재판부의 표정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윤 전 과장은 “박민권 차관이 차관이 되기 전에 미디어국장과 체육관광실장을 하면서 김종 차관을 두 번 모셨기 때문에 (박민권 차관의 문제를) 김종 차관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저에게 그렇게 일일이 물어볼 사항이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을 잠시 중지하고, 윤 전 과장에게 김종 전 차관이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점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 확인했다.

이영훈 판사는 윤 전 과장에 “확실한가”라며 3차례나 재확인을 했고, 윤 전 과장은 “그렇다”라며 김종 전 차관이 자신에게 그에 관해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판사는 “김종 차관은 증인에게 박민권 차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말 모르는가”라고 다시 강하게 질문하자, 윤 전 과장은 “박민권 차관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 지나가는 말처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정하게 그 부분에 대해 답한 적이 없다”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영훈 판사는 목소리를 높이며 “지금 질문의 취지가 뭐였는가, 박민권 차관에 대해 김종 차관으로부터 문제가 없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다”라고 묻자, 윤 전 과장은 말을 바꾸며 “들은 적이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윤 전 과장은 우병우 전 수석의 변호인 측이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한 여섯 명의 국과장들에 대해 여러 업무상 문제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신문을 이어가자, 대부분 동의하거나 잘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특히 인사조치를 당한 국과장들 중 체육과 관광 관련 부서에 있던 국과장들을 소속기관으로 전보시킨 이유에 대해 김종 전 차관과 윤 전 과장이 최순실씨의 K스포츠재단 지원에 걸림돌이 되는 동시에 두 사람에게 문체부 내 유리한 인사 자리를 만들려고 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윤 전 과장은 “그때 K스포츠재단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몰랐고, 대부분 문체부 직원들이 작년 국정감사를 통해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김종 라인’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여섯 명의 국과장들을 밀어내기 위한 살생부를 작성하거나 지시를 받은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농단 사태 재판 최초 ‘현장 위증 발각’·‘압수수색 영장 발부’

이날 재판에서도 우병우 전 수석은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는 명언을 몸소 실천해 주듯 얼굴에는 미소가 섞이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어떤 내용을 증인에 신문할지에 변호인들에게 직접 코칭을 해주거나, 변호인의 증인신문 내용이 길어지자 표정이 어두워지며 “이제 그만 끊자”라는 지시를 내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물론 우 전 수석은 이전 재판에서도 그랬듯이 증인의 증언과 검사 측 신문 중간 중간에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측 반대신문이 진행되며 이날 재판이 마무리돼가는 시점에서 우 전 수석의 미소는 당황스럽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다.

충분히 위증으로도 볼 수 있는 윤 전 과장의 오락가락한 증언이 반복되는 동시에, 검찰 측이 윤 전 과장의 위증을 잡아내면서 우 전 수석 측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 또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윤 전 과장은 특감반 김 전 팀장과 최초로 만났던 시기를 묻는 검사 측 질문에 지난 2014년 8월경 자신이 체육국에서 근무하던 때로 당시에는 식사를 같이 한 적도 있지만, 국제관광과로 옮긴 뒤 문체부 살생부 관련 세평 수집이 있던 시기에는 전화통화를 한 번 한 것이 전부라고 증언했다.

이에 검사 측은 갸우뚱한 얼굴로 국제관광과로 옮긴 뒤 김 전 팀장과 전화통화 한 번 외에는 다른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이 확실한지에 대해 재차 질문했고, 윤 전 과장은 지난해 1월경 전화통화 한 번밖에 없다고 답했다.

윤 전 과장의 해당 증언은 우 전 수석뿐만 아니라 검사 측에도 다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특감반 김 전 팀장은 자신이 분명 민정수석실 상부에 보고한 당시 문체부 국과장 여섯 명에 대한 세평에 대해 지난해 2월에서 3월경 윤 전 과장으로부터 중점적으로 듣게 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벌써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게 된다. 앞서 윤 전 과장은 김 전 팀장으로부터 문제가 된 여섯 명의 문체부 국과장 중 A 모 국장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특히 그동안 우 전 수석과 검사 측 모두 김 전 팀장이 윤 전 과장과 전화통화가 아닌 여러 차례 직접적 접촉을 통해 관련 세평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만큼, 김 전 팀장의 기억대로인 지난해 2월이나 3월경도 아닌 1월경 단 한 번의 전화통화밖에 없었다는 윤 전 과장의 발언은 양측에 상당한 의문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어 윤 전 과장은 이날 재판 초반에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박민권 전 차관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재판장의 추궁으로 말을 바꾼 뒤 다시 검사 측의 관련 질문에 전혀 새로운 증언을 했다.

김종 전 차관은 특검 조사와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윤 전 과장으로부터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점에 대해 물어봤고, 그로부터 박민권 전 차관이 문체부 내 동향ㆍ동문 그리고 공보처 출신 인사를 심하게 챙기고 향후 문체부 살생부에 오른 관련 국과장에 대해서도 말을 해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윤 전 과장은 김종 전 차관의 이런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전 과장은 김종 전 차관이 박민권 전 차관에 대해 물어본 것은 맞지만, ‘박민권 전 차관이 문체부 내 동향ㆍ동문 그리고 공보처 출신 인사를 심하게 챙긴다’라는 말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윤 전 과장은 김종 전 차관이 박민권 전 차관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 즉 ‘문체부 내 동향ㆍ동문 그리고 공보처 출신 인사를 심하게 챙긴다’라고 말하며 이런 것이 문제라는 취지로 묻자, 이에 대해 “그런 이야기가 있다”라며 간단히 동의를 해준 것일 뿐 자신이 그 문제점의 구체적 사항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윤 전 과장은 “그때 김종 차관이 박민권 차관이 요새 조금 문제가 있지 않는 가라며, 본인이 몇 가지를 거론 하시면서, 그렇지 않냐고 했다”라며 “박민권 차관이 너무 학교 후배와 동향과 공보처 출신을 챙기지 않는가라고 김종 차관이 직접 말씀하셔서 제가 그런 소문이 있다는 취지로 말씀 드린 것뿐”이라고 증언했다.

오락가락하고 다른 증인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윤 전 과장의 증언에 평소 차근차근한 목소리를 증인신문을 이어가는 검찰 측 허준(43ㆍ사법연수원 34기) 검사도 이날 윤 전 과장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비교적 날카롭게 신문 태도를 바꿔갔다.

검사 측은 윤 전 과장에게 특감반 김 전 팀장과 지난해 1월 이후 전화통화 또는 문자메시지 등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정말 없는지 재차 물었고, 윤 전 과장은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검사 측이 제시한 자료에 방청석은 일제히 소란스러워졌다. 허준 검사는 윤 전 과장과 김 전 팀장의 지난해 전화통화 내역 자료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두 사람이 지난해 1월뿐만 아니라, 3월부터 9월까지 수십건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이 나타나 있었다. 특히 김 전 팀장이 윤 전 과장으로부 터 문체부 국과장들의 세평을 수집했다고 증언한 3월경에는 특정 날짜에 집중적으로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이 있었다.

윤 전 과장은 갑자기 뒷목에 심하게 땀을 흘리면서 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허준 검사는 “2016년 3월에 집중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이 있는데, 그 당시 문체부 국과장들의 세평 관련 문자 아니었는가”라고 물었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한 윤 전 과장은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허준 검사는 “증인, 혹시 그 당시 사용했던 핸드폰 아직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었고, 윤 전 과장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임의제출 해줄 수 있냐는 물음에도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검사 측 신문이 끝난 뒤 윤 전 과장은 재판부의 질문에 명백한 위증을 했다.

이영훈 판사는 윤 전 과장에 “휴대폰 바꾸지 않았는가”라고 물었고, 윤 전 과장은 “고장이 나서 작년 6월에 바꿨다”라고 했다. 이어 이 판사가 “그전 것은 어떻게 했는가”라고 다시 묻자, 윤 전 과장은 “이전의 것은 버렸다”라며 위증을 범했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통화내역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면서, 재판정에서 즉시 윤 전 과장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재판 가운데, 재판 도중 최초로 위증이 밝혀지는 동시에, 재판정 현장 내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순간이었다.

이영훈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하시려면 빨리 하는 게 좋다”라며 “저 증인이 집에 돌아가서 전자레인지에 (휴대폰을) 돌리거나, 어디에 폐기할 수 있다”라며 영장 발부 취지에 대해 밝혔다.

우병우 전 수석 측이 신청한 변호인의 뜻밖의 위증에 검찰 측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게 되면서, 재판 내내 여유로운 태도를 잃지 않았던 우 전 수석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하고 심각한 기색이 돌았다.

검찰 측은 윤 전 과장이 당시 사용했던 핸드폰을 압수해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쳐 김 전 팀장과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를 분석하면서, 민정수석실의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구체적 세평 지시 정황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한편, 재판부는 김종 전 차관과 윤 전 과장의 증언이 정반대로 향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을 다시 소환해 대질신문을 추진해 볼 것을 검사 측에 요청하며, 향후 문체부 살생부 의혹을 더욱 철저히 밝혀나갈 의지를 보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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