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손해 끼친 합병’에 억울한 李, 항소심에서 진실 밝혀질까

檢 ‘삼성-보건복지부’ 커넥션서 묘수 찾나

재판부의 특검 측에 대한 ‘암묵적 특명’ “2차 독대 이외의 청탁 정황 찾아라”

특검, 국민연금 아닌 보건복지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미 1심에서 깰 수 없는 대응논리 마련했다”는 삼성, 이재용 억울함 풀어줄까

한민철 기자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향방이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1심 판결에서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 측의 주장이 받아 드려지지 않았던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과 승마지원 청탁 부분을 두고 항소심에서 어떤 공방 이뤄질지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검 측이 기존 공소사실과 다른 관점에서 당시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1심 재판에서 삼성 측이 세워놓은 대응논리에 기존 결과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두고 삼성과 청와대 간의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7월 25일 소위 ‘2차 독대’라고도 불리는 청와대 단독면담 자리에서, 이 부회장 측이 자신의 경영권승계 작업의 일환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안정적 진행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신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승마지원을 돕겠다는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독면담 이전에 이 사건 합병 건의 ‘최대 현안’이었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반 여부가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찬성으로 결정됐던 만큼, 특검 측이 증거로 제시한 삼성그룹 말씀자료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만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의 청탁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이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1.21% 주식보유)였던 국민연금은 2차 독대가 있기 전인 2015년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이 사건 합병에 대해 투자위원회 위원 12명 중 8대 4로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했다.

때문에 이미 보름 전에 최대현안이 해결된 상태였던 만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 삼성물산 합병 건의 해결을 요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실재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관련 현안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병에 대해 “지분 취득을 위한 현금 출연 없이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주력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피고인 이재용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라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 유리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 후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을 최소화 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강하되며, 역시 경영권 승계작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2차 독대 자리에서 최순실씨 측에 대한 승마지원을 약속하는 등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갔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항소심에서 이 사건 합병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의 여지가 될 부분을 남겨놓은 상태였다.

재판부가 삼성 측의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묵시적인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판부의 판단은 2015년 7월 25일 독대자리에서 관련 청탁이 직접적으로 오고가지는 않았을 뿐, 다른 시기 삼성과 청와대 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그리고 승마지원을 주고받는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삼성-국민연금 아닌, ‘삼성-보건복지부’ 커넥션 주목해야 하는 이유

특검 측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관련된 사항 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승마지원이 뇌물공여의 직접적 연결선상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특검 측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이재용은 2015년 7월 23일 피고인 장충기를 통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일정을 통보 받은 직후 대통령이 단독 면담 시 정유라에 대한 지원 상황을 물어볼 것으로 예상하고…(중략)…정유라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경위를 확인하는 등 대통령과의 뇌물수수 합의의 이행상황을 직접 챙겼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여기서 ‘대통령과의 뇌물수수’는 독대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그룹 비핵심 계열사 매각과 비상장 계열사 상장을 통한 상속제 재원 마련에 도움을 줄 것을 요구했다는 점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1심에서 드러난 관련 증언과 증거만으로는 법정구속된 최지성(66)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실장)과 장충기(63)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차장) 등 미래전 임원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다른 기업체와 전경련 회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만이 재판부로부터 인정받았을 뿐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과 관련된 특검 주장과 공소사실 대부분이 재판부로부터 받아드려지지 않았고 삼성과 청와대 간 직접적 커넥션을 밝혀내기 힘든 만큼, 특검 측은 자신들의 확신을 항소심에서 입증하기 위해서는 2차 독대가 아닌 ‘다른 시기’, ‘다른 입장’에 집중해 삼성과 청와대 간의 이 사건 합병을 둘러싼 간접적 청탁의 정황을 잡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합병이 성사되기 전 삼성 측 그리고 국민연금의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 측과의 접촉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심 재판에서 삼성과 국민연금 사이에 이뤄졌던 여러 증거나 정황들은 자세히 밝혀졌던 반면, 삼성과 보건복지부 사이에서의 부분은 다소 빈약하게 다뤄진 것이 사실이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국회위증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문형표(61·구속기소)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6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당시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사태로 거의 모든 부서가 휴일도 없이 대응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에 이 사건 합병 이슈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청와대 측으로부터도 메르스 대응과 관련된 보고와 지시가 주로 오고갔을 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특별한 지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형표 전 장관과 같은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홍완선(61·구속기소)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6월 21일 삼성 재판의 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메르스 대응에 정신이 없었다는 보건복지부의 상황에 의심이 갈 만한 증언을 해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가 언론에서 연일 대두되고 있던 2015년 6월 30일경, 홍 전 본부장은 서울시 강남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회의실에 찾아온 조남권 당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 합병 안건을 결정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기업 합병 찬반에 대해서는 전문위원회를 통해서 결정되는 만큼, 당시 국민연금 측이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삼성물산 합병 건 처리한 것을 두고 의도적으로 찬성 결과를 얻어내기 위함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메르스 대응으로 모든 부서가 휴일도 없이 바빴던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7월 4일 홍완선 전 본부장과 실무자들을 세종시로 불러 다시 삼성물산 합병 건을 투자위원회에서 먼저 검토할 것을 강조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6월 30일경 조남권 전 국장으로부터 해당 제안을 듣고 “그렇다면 ‘복지부의 압력에 의해’라고 말해도 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조 전 국장은 “삼척동자도 그렇게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라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 전 본부장은 “전까지만 하더라도 복지부에서 저희 공단에 그런 방문이나 이야기 자체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저희 사무실에 와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이례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 외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의결권 행사에 대한 지침을 받은 적 역시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언급한 대로 메르스 대응으로 한창 바빴던 당시 보건복지부가 윗선의 지시나 압력이 없었다면 굳이 이렇게 이례적인 수고를 했다는 점이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 의결이 이뤄지기 3일 전인 7월 7일 홍완선 전 본부장과 한정수 전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 채준규 리서치팀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실장 등 삼성 임원들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회의한 점에 대해서도 여전히 잡음이 일고 있다.

당시 회의 자리는 삼성물산 관계자가 주최했고,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홍 전 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들에게 “플랜B(차선책)를 묻는다면 없다고 답하겠다”라며 “이정도 대가와 노력을 치르고 또 합병을 추진한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라며 국민연금 측이 합병 찬성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본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회의가 합병비율과 중간배당 등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하려고 했을 뿐, 합병 찬성에 대한 확답을 받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이날 회의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합병 찬성 의결을 코앞에 두고 이미 합병 찬성에 대한 확답은 끝난 상태였을 것이라는 지적도 다수 나오고 있다. 정말로 찬성 확답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 국민연금 측이 아닌 같은 해 6월경 보건복지부와 삼성 측 사이의 이야기가 끝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1심에서 이미 다져놓은 탄탄한 대응논리, 이재용 억울함 풀어줄까(?)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7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재판부에 “이것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라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국민연금 측 손실 부분에 대해 강력한 억울함을 표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 오해에 대해서도 꼭 말씀 드려야겠다. 특검과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제가 손해를 끼치고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고 의심하는데, 존경하는 재판장님 결코 아니다”라며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일지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제가 그것을 욕심내겠는가. 너무 심한 오해로, 정말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날 재판에서 언급한 대로 특검 측은 국민연금이 청와대 측의 압력 등으로 독립성을 훼손한 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고, 그 결과 이 부회장 개인의 경영권 승계라는 막대한 이득을 안겨줬지만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최소 1388억원의 손해를 떠안았다고 주장해 왔다.

세간의 반응도 역시 이재용 부회장에 고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다. 서민들의 노후자금에 빼돌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쓰였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특히 문형표 전 장관 등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측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홍완선 전 본부장도 합병시너지 자료를 조작해 투자위원회 위원들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로 인해 공단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감소하는 등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고 반면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 등은 이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라고 판단하며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즉각 항소한 상태로 물론 당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찬성의 입장에 서있던 것은 맞고,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국민연금 기금 운영에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일부 수긍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합병 찬성으로 인해 국민연금 재원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부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며 나서고 있고, 재판부의 판결에서도 합병을 위한 청와대의 압력이나 삼성 측 입김에 대해 명시돼 있지 않았던 만큼 ‘부당한 권력의 개입’은 여전히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문형표 전 장관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안종범 전 수석 그리고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정리해 보자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이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부분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합병을 위한 ‘부당한 권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특검 측이 1심 재판에서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항소심에서 이 사건 합병 건은 특검 측의 묘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1심 판결 부분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다. 특히 합병에 따른 국민연금 손실 부분에 대해서도 1심에서 삼성 측 대응논리가 어느 정도 탄탄했던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억울함’이 명쾌하게 풀릴 가능성도 높다는 해석이다.

이는 삼성 측이 밝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상황’과 ‘만약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을 경우’ 그리고 ‘합병이 성사된 이후 실현 가능한 시너지와 실제 결과’를 종합해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실제로 홍완선 전 본부장은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 이야기가 대두되던 당시 상황에 대해 언론에서 연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국민연금의 의결 방향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고, 만약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찬성을 하면 재벌 편을 들어줬다는 비난이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반면, 헤지펀드사 엘리엇이 합병 반대를 하고 있던 만큼 이를 국민연금이 반대해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부를 외국 헤지펀드사에 넘기는 꼴로, 매국노 ‘이완용’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 뻔했기에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표현했다.

엘리엇은 지난 2008년 재정위기에 놓여 있던 아르헨티나의 국채를 헐값에 매입했고, 이후 아르헨티나가 국가 채무에 대한 불이행을 선언했음에도 감액을 거부한 채 채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달라며 2012년 소송을 벌여 또 다시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뜨린 ‘기업 사냥꾼’으로 불렸다.

무엇보다 당시 엘리엇과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해 이것이 무산됐을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던 23조원 규모의 삼성그룹 주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 국민연금은 총 기금 약 500조원, 국내 보유 주식 규모 약 100조원에서 삼성그룹 주식을 약 23조원(삼성전자 15조원)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삼성 계열사 현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며, 합병 찬성의 명분이 서있는 상태였다.

지난 2014년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되면서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6%, 엔지니어링의 경우 -9% 이상 하락하며, 당시 두 회사에 대해 약 4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도 상당한 손실을 본 사례가 있다.

합병 무산으로 인해 큰 손실을 겪은 전례가 있고, 만약 국민연금이 당시 합병 반대표를 던졌다면 향후 주가하락에 따른 국민연금 지분가치와 기금자산의 증식에 악영향을 끼치며 국민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시 합병이 무산됐다면 국민연금의 경우 주가하락으로 지분가치 증가분 최대 3000억원 가량을 상실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충격으로 추가하락의 위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국민연금 측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와 수익률 증대 기여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의 합병 찬성으로 인해 해당 효과를 불러왔을 경우 찬성 의사는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실현되면서, 합병 시너지 효과의 일환으로 국민연금 수익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 0.59%보다 9배 이상 높은 5.64%라는 우수한 운용수익률을 거뒀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도 6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민연금 측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합병 이후 건설사업 통합을 통한 핵심역량 확보 및 수주 경쟁력 강화,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해외 인프라 활용,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이 시너지가 나타나 있었다.

삼성물산의 2015년 4월 22일 기준 시너지 분석 자료에도 당시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AA-로 합병 후 AA+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실제로 같은 해 9월 1일 해당 등급이 확정됐다.

신용등급이 오르게 되면 회사채 금리가 인하될 뿐만 아니라, 은행 단기 차입 및 해외 공사 입찰에도 보다 유리해질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기금의 장기적인 주주가치와 수익률 증대’를 의결권 행사를 위한 최우선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당시 합병에 대해 반대를 하는 쪽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특히 구 삼성물산 주주입장에서 당시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았고, 합병을 통해 지분율이 올라간다면 대주주와 회사 간 이해관계가 일치되기 때문에 이 역시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에 삼성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이미 1심 재판에서 다져놓은 대응논리로 이재용 부회장의 억울함을 명명백백히 풀어주겠다는 입장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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