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특검, ‘검사동일체의 원칙’ 위배했나

최순실 측 변호인단, 검찰-특검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대한 위법성 지적

특검 측 공소사실에 대한 구형의견을 검찰이… 관련 규정 없다면 논란 소지도

재판부, 경합법 분류로 공통 구형의견 문제없다는 설명에도… 고심 기색 보여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씨가 자신의 1심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한민철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첫 공판을 시작해 무려 13개월이라는 대장정을 이어왔던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재판이 징역 25년형 구형으로 결심을 마쳤다. 최씨 측 변호인단은 그에게 주어진 각 공소사실 등에 대한 최종변론을 마쳤다. 동시에 이 사건 공소사실이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고심하게 하고 있다. 바로 이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 있어서 검찰 및 특검 측의 위법성 문제였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에 징역 25년,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 9735만원을 구형했다.

검찰 측 구형이 발표된 뒤 재판은 잠시 휴정에 들어갔고, 최씨는 충격을 받은 듯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서 비명을 질렀고, 피고인 최후 진술 때 장시간 눈물을 보였다.

최씨의 변호인 측 이경재(68·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 역시 검찰 측 구형량이 과하다며, 최씨는 ‘왜곡·기획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결심 공판 이전부터 최씨에게 중형 구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25년의 형량은 현행법상 유기징역 최대 형량이 30년인 점 그리고 최씨의 나이를 비춰봤을 때, 사실상의 무기징역 구형과 다름없었다.

이날 검찰이 최씨를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고 표현한 만큼, 이처럼 상당히 무거운 형량으로써 최씨가 죗값을 제대로 받도록 하겠다는 의미였다.

사실 최씨에 대한 혐의 하나 하나에 대해 변호인 측의 해명이 재판부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현 재판부가 다른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에서 최씨가 연루된 각 혐의들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씨 측은 단순히 각 혐의에 있어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아닌, 선고 직전까지 재판부를 고민시켜야 할 ‘히든카드’가 필요했다.

이 중 주목해 볼 부분은 바로 이날 검찰 측의 구형 의견 자체가 형사소송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최씨 측 변호인단은 이 부분을 강력히 지적하고 나섰다.

최씨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와 2기에서 기소한 부분과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서 기소한 부분이 서로 포함돼 있다.

최씨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강요 미수, 사기 미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공소사실이 주어진 상태다.

지난해 10월경 최씨의 국정 개입설이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JTBC의 태블릿PC 보도 등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자, 그는 같은 달 30일 그동안 자신이 머물고 있던 독일에서 한국으로 전격 귀국했다.

이경재 변호사를 비롯한 최순실씨의 변호인단은 결심공판에서도 최씨가 왜곡조작된 국정농단 사태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
최씨는 다음 날인 11월 1일 특수본 1기로부터 긴급 체포됐고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어 같은 달 20일 최씨가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공모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금 명목으로 774억원을 출연했다는 이유를 들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최씨를 기소했다.

이후 최씨의 사건은 검찰 특수본 1기에서 박영수 특검팀으로 넘어가게 된다. 특검은 이번에 최씨가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공모했다고 적시하며, 기존 공소사실에 더해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 그리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받는 등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올해 2월 특검 수사기간이 종료되자 검찰 특수본 2기는 최씨의 사건을 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았고, 박 전 대통령까지 재판에 넘겼다. 특수본 2기는 지난 4월에는 롯데와 SK가 K스포츠재단 등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뇌물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최씨를 추가 기소했다.

특수본 1기와 2기의 경우 같은 서울지검 소속의 검사들이 상급자인 검찰총장의 지휘·감독 하에 이 사건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 시기와 구성원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형사소송법상의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런데 특검팀의 경우 잡음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엄밀히 말해 특별검사들은 국회 의결을 통해 구성되고,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장관 또는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으로부터 독립적인 지휘를 가지고 관련 수사에 나서게 된다.

다시 말해, 특검팀은 검찰 특수본 1기 및 2기와는 완전히 별도의 기관으로 양측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어긋나는 관계였다.

그렇다면 검찰 특수본이 내린 구형 의견에 특검이 기소한 공소사실까지 포함돼 있었다면, 이런 문제점이 지적받을 소지가 있었다. 공소기관이 다른 상태에서 단일 구형을 내려면 원칙적으로 별도의 특별 규정이 있어야 한다.

만약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박영수 특검이 각각의 구형 의견을 밝혔다면 이견이 없었겠지만, 박영수 특검은 출석하지 않았고 검찰 측에서 공동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 측 구형 직후 “특검이 공소한 사실에 대해 검찰이 구형의견을 대리해서 할 수 있는지 위법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특검 자신들이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해 형사소송법 등 어디에도 검찰에 (구형을) 위임할 수 있다는 법적규정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법 제37조에 따라 실체적 경합범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검찰과 특검 양측이 협의해 같은 의견을 구형해야 한다.

재판부 역시 이경재 변호사 측 주장에 대해 이와 같은 취지의 의견을 짧게 밝혔지만, 변호인단의 단호한 주장에 다소 심각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보다 신중을 기한 선고를 촉구하면서 특검 법률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씨 재판의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 (사진=연합)
박영수 특검이 이 사건 수사를 파견검사, 즉 특검보들에게 ‘하도급 방식’으로 위임했다는 점 그리고 공소유지를 모두 이들 특검보들이 했고, 결심 공판에서 박 특검 특검 측 구형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을 꼬집었다.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의 수사와 공소유지 방식은 그 전체가 위법성 흠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단순한 변호인단의 최씨의 각 혐의에 대한 변론뿐만이 아닌, 수사 및 재판 절차에 대한 위법성 지적으로 인해 재판부가 선고 직전까지 심각히 고심하며 판결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