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면담 이뤄지지 않아… 당사자들은 묵묵부답

경찰 측 “타살 아닌 자살로 수사 종결됐다”

“사망 직전 상담 같이 받았던 일부 학원생들 만나고 싶다” 진상규명 원하는 유가족

“나와 관계 없는 일” 면담 거부하는 일부 학원생들

메가스터디 “유가족과 대화 중… 경·검의 재조사 원해”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사진=예진협 기자)
예진협 기자

작년 9월 서울 노량진 메가스터디 학원에 다니던 한 여학생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도록 유가족과 학원 및 사건과 관련된 일부 학원생들 간 면담이 성사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사망원인 등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생이 사망 직전 일부 학원생들과 함께 학원소속 학생상담 강사에게 상담을 받았기에 유가족 측은 일부 학원생들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현재 학원 측에서 면담을 추진하고 있으나 해당 학원생들 중 일부가 면담을 거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학원 측은 경찰 또는 검찰의 재조사를 원하고 있지만 해당 사건을 맡았던 동작경찰서 측은 ‘타살이 아닌 자살’로 사건이 종결됐기에 더 이상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서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윤모(21)양은 지난해 9월경 새벽께 노량진역 인근의 한 고시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양은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재수종합반에 다니던 학원생으로 수능을 세 달여 앞두고 비극적 선택을 했다.

동작경찰서 형사과와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윤양은 지난해 9월경 일부 학원생들과 함께 학원소속 학생상담 강사에게 상담을 받은 직후 고시텔로 돌아가 자살했다.

사건 발생 후 유가족과 메가스터디교육은 윤양의 사망원인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고 전해졌고, 수사가 종결된 지금까지도 이와 관련한 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간 유가족은 사건 발생 후 수개월째 메가스터디가 사망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이라고 항의하며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호소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 윤양과 함께 상담을 받았던 학원생들과 학생상담 강사를 포함한 삼자대면을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량진 메가스터디 측은 “윤양과 함께 상담을 받은 학생들이 수능 준비생이라 수능이 끝날 때까지 면담이 늦춰졌다”며 “해당 학생들은 수능 이후에도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망 학생의 부모님은 실기 시험까지 기다려 준다고 했고, 실기 시험이 끝나면 노량진 메가스터디에서 연락하여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알렸다”고 했다.

다만 노량진 메가스터디 측은 “윤양과 함께 상담을 받은 학원생과 그들의 부모 포함한 이들이 삼자대면을 거부할 경우엔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에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며 “실기 시험이 끝나는 시점은 2018년 1월 30일로,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은 이날 실기시험이 끝난 이후부터 해당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해당 학생들과 유가족과의 대면을 위한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 노량진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어제(31일) 메가스터디 측이 윤양의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눴다”며 “통화내용을 밝힐 수는 없고 유가족과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가는 상황은 아니다.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이 생긴 이래 처음 생긴 일어난 일이고 공론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이어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은 “실제로 해당 학생의 어머니와 사망 학생의 어머니가 전화 통화는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원은 삼자대면을 거부한 적이 없고 그것을 막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삼자대면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본지는 학원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학원 측이 사망원인 규명에 비협조적이라는 유가족 측의 주장에 대한 학원 측의 보다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측은 “이 건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조사를 했고, 노량진 메가스터디에서는 그와 관련하여 담임강사가 동작경찰서에서 조서를 썼고 사망 학생의 교실을 녹화한 2주간의 내용을 동작경찰서에 제공했다”며 “유가족은 사망 당일 함께 상담받았던 학생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하였지만,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알려 줄 수 없다고 했고 경찰을 통해서 요청을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노량진 메가스터디 측의 입장에 따라, 본지는 당시 윤양 사건을 맡았던 동작경찰서 소속 담당형사를 찾아가 사건에 대한 설명 및 정확한 사망원인, 당사자에 대한 정보 등을 요청했다.

동작경찰서 형사과는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며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망 직전 사망학생과 함께 상담을 받았던 학생 무리와 싸움이나 괴롭힘은 없었다. 사망원인은 타살이 아닌 자살이 명백하다. 수사는 종결됐다”고만 답변했다.

구체적인 사건장소에 대한 질문에 “사건장소를 알려주면 학원에서 바로 항의 및 손해배상이 들어온다”고 답했다.

이어 “학원생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희는 사망원인만 명확히 밝히는 것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가족과 일부 학원생 간 갈등상황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일부 학생들이 죽음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는 “사망원인은 자살이 명백하다. 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학생의 죽음에 쉬쉬하는 노량진(?)

본지는 노량진역 인근 고시텔 20여 곳에 직접 방문 또는 전화하여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다수의 고시텔은 취재 중이라고 밝히자마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전화를 끊었고, 그 중 한 곳은 “안 그래도 노량진 경기가 안 좋은데 안 좋은 일이 기사화되면 고시텔 영업에 피해가 간다”며 “지나간 일인데 왜 기사화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취재 과정에서 당시 사건장소 인근 독서실 관계자 A씨는 “지난해 9월 경찰이 방문해 CC(폐쇄회로)TV를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줬다”며 “해당 학생이 우리 독서실 실원이 아니었던 만큼 해당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양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고시텔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고시텔 주인은 “노량진지역에서 학생들의 자살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작년 9월만 해도 해당 학생(윤양) 외에도 다른 학생들이 자살했다. 우리 고시텔에도 지난해 학생 한명이 자살했다. 학생 자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묻는 취재는 거부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가족이 윤양에게 우울증 증세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측은 “사망 학생의 병력은 학원이 알지 못한다. 병력 조회가 가능하다면 사망 학생의 병력 여부를 학원 입장에서도 알고 싶다”며 “다만 지난 2017년 5월 1일(학원 등록 전 상담일)의 상담 내용에 ‘개인 질병 유무 : 교통사고 후유증’이라고 기재돼 있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의 입학을 허락했다”고 답했다.

본지는 현재 유가족이 원하는 삼자대면을 하지 않는 것은 당시 상담을 같이 받은 학생들이 동의를 하지 않기 때문인지, 그렇다면 동의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혹시 윤양이 학원 내에서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학원에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원 측은 “사망 학생의 부모는 삼자대면의 대상으로 특정 학생을 요구했고 학원은 그 어머니에게 연락했으며 해당 학생의 어머니와 사망 학생의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안다”며 “해당 학생의 어머니는 학생이 수험생이기 때문에 아직 알릴 수 없다고 요청했고, 해당 학생의 어머니와 학원은 모두 사망 학생의 부모에게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생의 실기 시험은 1월 30일에 끝나기 때문에 학원은 학생들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해당 학생들이 아직 청소년이므로) 당연히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학원은 1월 30일 실기시험이 끝난 이후부터 해당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해당 학생들과 유가족과의 대면을 위한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며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이 알고 있는 한 강사에 의한 구박 또는 복수의 학생들에 의한 집단 괴롭힘 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에서 학원 측은 유가족들을 위해 각종 배려를 해왔으며 추가로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동작경찰서 입구.(사진=예진협 기자)
이에 대한 설명으로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측은 “학원은 경찰 조사에 충실히 응했고 요청하는 자료 역시 모두 제공했다. 또 해당 학생의 부모님께 연락해 만남을 주선하였으나 해당 학생의 어머니가 전화만 하고 만남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원은 그간 사망 학생의 부모 요청에 의해, 담임, 당시 사망 학생과 해당 학생의 상담을 주도했던 생활지도 직원, 그리고 원장이 차례로 사망 학생의 부모 또는 어머니와 만나서 면담을 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원은 금전적인 보상을 제시한 바가 없으며 다만 원장이 사망 학생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어머니가 보험 처리를 요청하였고 본사에 검토를 의뢰한 결과 해당 사항이 없다고 회신을 받았고 그 내용을 사망 학생의 어머니에게 통보했다”며 “원장은 설혹 보험사로부터 거부당한다고 할지라도 일단 요청을 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현재 보험 요청을 진행 중에 있다”고 답했다.

김양 사망 사건 이후 학생관리와 관련하여 귀사가 조치한 개선사항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학원 측은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은 학생을 최우선으로 학생 관리를 해오고 있으며 최고의 학생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개선하고 있다. 본 건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개선 조치를 취할 사항은 없다고 판단하였기에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했다.

현재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은 웹사이트를 통해 재수정규반 학생을 모집 중이다.

그런데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모집공고에 ‘개인질병(정신질환, 우울증, 전염성질병)이 있는 수강생은 입학이 취소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본지 확인결과 지난해 모집공고에는 이와 같은 문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문구를 추가 기입한 이유는 무엇이며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은 유가족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로 윤양이 ‘개인질병(정신질환, 우울증, 전염성질병)’을 앓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학원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학원 측은 “2017년 학원 홈페이지는 그런 문구가 없었지만 2018년 <재수정규반 상담/등록신청서>라는 개인별 카드에는 해당 문구가 들어가 있다”라며 “2018년 노량진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 내용과 위의 카드에 적힌 내용을 일치시키기 위해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사망 학생의 병력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원이 판단하거나 추측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본지 확인 결과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는 면학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학원이 정한 학원생활 개선위원회 진행에 해당하는 사유 중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담임 또는 교직원 지시 불이행 및 불손한 언행’, ‘학우 간 싸움, 폭력행위 관여, 위험물 소지 및 사용’, ‘학생 신분에 반하는 풍기문란 행위’ 그리고 ‘이성교제 및 동성교제’ 등이 있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해당 사항을 위반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원생활 개선위원회 결과를 학원 게시판에 공고하고 결정 내용을 즉시 학부모에게 통보하며, 결정에 따라 학생 조치(경고, 근신, 제적 등)를 한다고 웹사이트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양과 함께 상담을 받았던 학원생들이 상기 사항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에 학원 측은 “해당 학원생들은 (위에) 언급된 위반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노량진 메가스터디 학원 측은 보다 정확한 사인 규명의 필요성을 느껴 동작경찰서에 재조사 또는 수사를 의뢰했지만 동작경찰서로부터 “담당 검사가 종결을 지시한 사항에 대해 경찰이 먼저 나설 수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학원 측은 “학원은 감추고 있는 것도 없고 윤양과 함께 상담을 받았던 학생을 비호하려는 의도도 없다”며 “경찰 또는 검찰에서 사망 학생을 둘러싼 상황과 해당 학생들까지 재조사해 사망의 원인을 분명하게 밝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학원 측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파악을 위해 추가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 측은 “메가스터디교육 본사 측으로 서면으로 답변서(위 질의응답 내용)를 전달했다”며 “노량진 메가스터디학원에서 언론에 직접 대응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측을 통해서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외에 추가적으로 답변하기가 조심스럽다. 회사 채널(메가스터디교육 본사 홍보실)을 통해서만 답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경찰에 방문해서 재조사를 요구하기도 한 만큼 학원도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원한다. 현재 사망 학생과 함께 상담을 받은 일부 학원생들에게 유가족 측이 요청하는 면담을 주선하고 있지만 그중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거부하는 학생도 있고 ‘부모님이 해외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면담이 어렵다’는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진협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