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공적” 평가에 노동계는 “꼼수” 반발

지난 9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 기자회견에서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강민경 기자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13만3000여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며 기존 목표치의 75% 이상을 달성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13만267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3단계에 걸쳐 공공부문 비정규직 17만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년 만에 목표치의 75%를 달성한 고용노동부는 그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쟁점이 되었던 임금체계, 전환방식 등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실제 노사 및 전문가들이 문제를 풀어나간 과정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의 목표 인원은 92.2%(6만6745명)로 높은 전환율을 나타냈다. 특히 47개 중앙행정기관 모두 기간제 근로자 1만1108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결정을 완료했는데, 이는 당초 잠정전환인원이었던 9693명의 114.6%에 해당했다. 또 지방공기업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144개 기관 중 1개소를 제외한 143개 기관(3045명)이 전환을 결정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반면 파견ㆍ용역 근로자의 경우 전환 대상 인원 10만2581명 중 6만592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전환율이 64.3%에 그쳤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의 이유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년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ㆍ사ㆍ정 모두가 지혜를 모아 노력한 결과 연차별 전환계획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간된 사례집이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환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많은 기관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총 31만여명으로 추산하면서 비정규직의 지속적인 증가가 고용불안과 차별 등 사회양극화의 주요 원인이 됨을 염려하며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정규직화가 과도한 비용증가 및 고용축소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고 합리적인 전환 기준·방안 마련 및 경영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 민간부문 고용관행 개선을 유도하고자 했다.

다만 전문직이나 청년 선호 일자리, 인원이 주기적으로 변경되는 경우에 한해선 공개경쟁 등 적합한 방식을 채택하여 형평성을 고려하도록 권유했다. 이러한 지침 등에 따라 정부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되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전환 대상 및 방식을 결정하도록 한 바 있다.

정규직 전환율에 대해 ‘나름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했다. 수량적 목표 달성보다 정책 취지에 맞는 목표 달성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사실상 정책의 실효성이 부재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지난 9일 민주노총 소속 6개 연맹(공공운수노조·민주일반연맹·보건의료노조·서비스연맹·정보경제연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공동투쟁을 선언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노정(勞政) 교섭을 요구했다. 제대로 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요구 및 자회사 꼼수를 막기 위해 오는 9월 말 파업을 강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현안이 있는 조직들이 9월 말 공동파업을 조직하기로 결정했다”며 “많은 공공기관이 용역노동자 정규직 전환 방식을 오는 10~11월에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고용 방식이 굳어지기 전에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영희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한국잡월드 분회장은 “노동부 산하기관 잡월드는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자회사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협의회에서 ‘직접고용을 원하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협의안을 민주적 절차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위원회는 공공부문 기관들이 자회사를 신규 설립하는 방식으로 간접고용과 외주화 문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음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또 예산 수립부터 정원 결정과 집행까지 공정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관련부처가 책임 있게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준식 위원장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야 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마저도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파업을 통해 정규직 직접고용이라는 모범사례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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