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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객원기자 칼럼]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

  • 올해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논의된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정년연장이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14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법제화해 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올렸다. 이로써 잠시 잠잠하던 정년 연장의 논의가 다시 점화했다. 현대차 노조의 명분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정년 시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연금 수급과도 관련이 있다.

현대차는 이제까지 퇴직하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해 왔다. 그러한 배경에는 강성노조가 존재하며 굳이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구조조정을 시행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수소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기존 인력의 정년연장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전격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했다. 물론 수명 및 건강 나이의 연장, 그리고 정년과 연금수급 나이와의 차이로 인해 그러한 논의는 꾸준히 진행돼 왔었다. 그것이 청년실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충시키기 위해 고령자에 대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고령자에 대한 임금삭감분을 청년고용에 쓰라는 요구인 셈이다.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령자의 정년연장이 청년의 고용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민간 사업체에서 정년 연장의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고용은 평균적으로 0.2명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가뜩이나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한데 정년연장을 거론한다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도 있다.

그럼에도 정년연장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서 실질적으로 은퇴하는 나이가 72.3세(2018년 기준)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빈곤율 역시 43.8%(2016년 기준)로 OECD 1등이다. 자랑스럽지 못한 이 기록들은 고령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소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해외에서도 정년연장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독일은 65세, 프랑스는 62세며 미국과 영국의 경우는 아예 정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린 데 이어 지난 4월부터는 70세로 재연장했다.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종업원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거나 재취업 혹은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일본의 고령화돼 가는 인구구조를 반영한 조치다. 다행히 일본의 경우에는 청년층이 감소해 고령자와 청년층 간 일자리 경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28.9%)이 세계 최고인 데 반해 15세 미만 비율(11.9%)은 매우 낮고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사이클 주기는 일본보다 늦지만 우리도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단카이세대(1947~1949년 출생)가 대거 퇴직하면서 청년층 고용에 숨통이 트였듯이 우리도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가 퇴직대열에 들어서면서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2011년 11%를 넘었던 일본 청년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해 완전고용에 가까운 4% 대에 안착했다.

고용노동부가 2년 주기로 발표하는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18~2028년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는 총 717만9000개가 나오는데 반해 구직자는 총 679만4000명에 그쳐 구직자 수가 35만5000명 정도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60세 이상 은퇴자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청년층이 감소하는 속도가 더 가파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금은 비록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몇 년만 더 기다리면 이러한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향후 정년연장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는 셈이다.

정년연장을 논의하면서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는 연금이다.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나이의 차이는 그동안 소득 없이 생활해야 하는 틈을 만들어 낸다. 현재 연금 수급 나이는 만 62세로 정년보다 다소 늦으며 향후 2033년에는 65세로 더 늦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러한 연금수급 나이의 연장에 따라 정년을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덴마크 등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연금수급 나이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늘리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은 2017년 기준 39%로 OECD 평균인 66%에 한참 못 미친다.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월 54만2000원으로 용돈 수준이며 그나마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에게 노후대책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고령층이 오래 노동시장에서 일함으로써 청년층은 이들에 대한 부양의 부담을 덜면서 자신의 사회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정년연장과 함께 고려할 사항은 임금구조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전히 연공급 체계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고령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이 높은 셈이다. 재직기간이 오래될수록 숙련도가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40대 중반에서 피크를 치고 그 후는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생산성보다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급은 직무의 중요성·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을 차별화하는 급여체계로서 임금에 생산성을 반영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노동 유연성이 점차 필요해지는 상황에도 부합한다. 그와 함께 일단 60세가 되면 퇴직하고 다시 계약직으로 재입사하거나 60세 이후에는 관리직으로 임명하지 않는 일본식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쨌건 기업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먼산을 바라보듯이 한가하게 대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정년연장은 이러한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부담을 덜고 고령자 생계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다.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논의에 나선다고 해도 결코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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