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무한경쟁시대] 유통공룡 암웨이의 유통혁명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의 25% 매출, 경제활동인구 10%가 암웨이인
'원포원' 프로젝트 등 철저한 현지화와 한발 앞선 마케팅 전략으로 승부

김모(39)씨는 대학 강사다. 해외에서 박사 학위까지 답은 그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 한국 암웨의 IBO(Independent Business Owner·독립 사업가)다. 암웨이의 제품을 사서 쓰기만 하는 소비자회원(자가소비형 IBO)으로 3년을 지내다 보면 프로그램에 눈뜨면서 사업자형 IBO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력 1년차인 그의 핀레벨(등급)은 '플래티늄'. 전체 22개 핀레벨 가운데 밑에서 세번째다. 현재 그는 암웨이 사업으로 월 평균 150만원 가량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수입보다 암웨이 사업을 하면서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지게 된 점이 더 값지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박모(42)씨는 대기업 S사의 부장이다. 그 역시 한국암웨이의 IBO로 활동하고 있다. 대우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문씨는 IMF 사태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암웨이 IBO를 선택했다. 경력3년8개월차인 그의 핀레벨은 '사파이어', 하루 평균 1시간 가량을 IBO 사업에 투자한다는 그는 이 사업으로 월 평균 200만원 가량의 부수입을 올린다.


업계 최초 1조원대 매출

현재 한국암웽이에는 김씨나 박씨와 같은 IBO들이 140만조(기혼IBO의 경우, 부부가 함께 등록하므로 조(組)라는 단위를 쓴다)에 달한다.

이를 개별 회원수로 환산하면 대략 200만명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활동 인구 2,2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1명 가운데 1명이 '암웨이 인(人)인 셈이다. 이들 암웨이 IBO가 올린 지난해(2001년9월~2002년8월) 매출 규모는 무려1조1,700억원. 이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 최초의 1조원 대 매출이자 우리나라 네트워크 마케팅 전체시장의 25%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뿐만 아니라 암웨이 전세계 매출 5조4,540억원(약 45억달러)의 2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암웨이 현지법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말 현재 직접 판매 공제조합 및 특수 판매 공제조합 소속사 중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어, 다단계 판매업체 9개사 중 1위(매출규모 8,074억원·순익 723억원)를 차지했다.

1988년 전세계 54개 암웨이 현지 법인 가운데 22번째로 설립된 한국암웨이이 성장은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 것은 91년5월. 사업 초기에는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피라미드 판매 업체로 오해를 받는 바람에 박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투명한 구조 아래 철저한 제품 관리와 정통 네트워크에 의한 마케팅 방식을 고수한 덕택에 차츰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됐고, IMF 사태를 지나면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됐다.

명혜경 한국암웨이 홍보 담당 차장은 "1997~98회계연도에 1,160억원이었던 매출이 2001~2002회계연도에는 1조1,700억원으로 늘었다"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4년만에 무려 10배의 성장을 기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고속 성장의 비결은 과연 무엇때문인가.

우선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군을 꼽을 수 있다. 한국암웨이가 취급하는 제품은 총 400여종. 생활 용품(세제류, 주방용품, 화장품, 건강보조 식품)등 물론, 가전 제품(비데, 정수기, 냉장고 세탁기 등), 첨단 제품(카메라, 휴대전화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대부분 어느 가정에서나 필요한 물품들이고 반복 사용되기 때문에 매출이 지속적이다. 또 가격대도 일반 시장제품과 별 차이가 없어 굳이 사업자형 IBO 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고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수십, 수백만원씩에 판매하고 회원 가입비를 받는 몇몇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와 가장 구별되는 점이다.

제품의 질 역시 매출 확대의 공신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생산은 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만든 물건의 유통만 담당하는 것과 달리 암웨이는 미국 본사에서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위생용품, 주방용품, 세제류 등 5개의 기본 카테고리에 속하는 450여종의 제품을 자체 생산해 전세계 현지 법인에 공급한다.

각종 보조식품은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등지의 자체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원료만 사용하고 있다. 또 공산품은 신제품 개발단계에서 IBO로 구성된 제품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개발이 완료되면 각국 회원들로 하여금 시제품을 써보게 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출시한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도 어느 나라로 보내느냐에 따라 성분이나 제조방법을 달리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합니다. 가령 한국에 공급할 건강보조식품은 한국인의 식생활습관, 체질, 체형 등까지 고려해 생산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한국암웨이 IBO 가운데는 직접 사용해 보고 품질에 반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다가 사업자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 많습니다." 명 차장의 설명이다.


한국내 중소기업 발굴, 판매 지원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암웨이에는 '원포원(One For One)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당초 미국 본사 제품 1종이 국내에 출시될 때마다 미국 기업의 우수제품을 1종씩 추가한다는 목표로 추발했던 사업이다.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통 채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한국 내 중소기업을 발굴, 이 회사의 제품을 암웨이 판매망을 통해 '원포원' 상표로 판매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월, 21개 업체 40여종의 제품으로 시작됐는데 현재 40여개 업체 140여종으로 확대됐다. 또 40여개 파트너숍 제품도 발굴했다. 삼성전자, KT, 두산, LG텔레콤 등 대기업의 제품을 대상으로다. 현재는 야쿠르트, 파스퇴르 유업, 대한펄트 등 중견기업 제품과 보성 녹차, 송화소금, 삼홍사 등 중소기업제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IMF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암웨이를 새롭게 포지셔닝할 수 있었던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외국업체로서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지원해주면서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었다.

현지화 전략의 다른 한 축은 수출이다. 한국암웨이는 2001년7월부터 '원포원' 제품의 수출에 나서기 시작해 2002년6월까지 1년만에 무려 1,000만달러가 넘는 수출 실적을 기록, 지난해 11월 무역의 날에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셰프라인의 프라이팬,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기종의 주방용 철(鐵)수세미, 넥스토어의 주방용 세제용기 등 중소기업 제품을 미국암웨이나 일본암웨이에 공급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54개 현지법인을 갖고 있는 암웨이의 전세계 유통망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품질만 좋다면 얼마든지 수출이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을 전세계 암웨이 판매망에서 유통되는 핵심 제품의 생산 기지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 계획이 성사되면 엄청난 수출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개척자

한국암웨이가 꼽는 또 다른 성공요인에는 완벽에 가까운 보상 프로그램이 있다.

암웨이 사업은 탄탄한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한 매출과 이에 따른 보상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암웨이의 승급 조건과 보상 프로그램은 책 한권에 담을 만큼 복잡하지만, '우수한 제품을 네트워크를 통해 팔면서 엄청난 물류비와 홍보비를 절약하고 이를 회원 소비자들에게 돌려준다'는 원리는 간단하다.

따라서 자신의 필요한 물품을 암웨이 네트워크를 통해 구입하고 새로운 회원을 영입해 네트워크를 꾸준히 구축하기만 하면 된다.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 암웨이를 통해 사서 쓰고 주변에 좋은 제품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왔는데 어느새 월 250만원 가량의 수입이 생기게 됐습니다." 국내 유수의 항공사에서 일하며 3년째 부업으로 암웨이 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47)의 말이다.

이 밖에 △ 소비자 만족 보증제도 △ 불필요한 제품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윤리 강령 채택 △ 24시간내 배달시스템 구축 등의 제도와 시스템도 한국암웨이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암웨이의 역사는 한국의 네트워크 마케팅 역사와 궤이 같이한다. 최근 수년간 네트워크 마케팅이 연간 100%에 이르는 성장을 하면서 강력한 신유통 채널로 자리잡은 데는 한국암웨이의 공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은 조정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몇몇 불법 피라미드 사업자들이 구속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전반적인 경기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남아 있다. 내년에도 한국암웨이의 신화가 계속될지 주목된다.

숨은 공신은 전용 온라인 쇼핑몰 'ABN'
   
'네트워크 마케팅인가, 인터넷 쇼핑몰인가' 최근 1, 2년새 한국암웨이를 통해 구입한 제품 중 70% 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면서 유통 채널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생겨났다.

한국암웨이는 1999년11월 전용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인 ABN(Amway Business Network·www.abnkorea.co.kr)를 오픈했다. 이 쇼핑몰은 한국암웨이가 최근 수년간 빠른 성장을 할 수 있게 한 숨은 공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유통 채널 성격을 두고 벌어진 논쟁은 간단하게 정리됐다.

"ABN은 IBO 이외의 개인은 접속할 수 없고, 상품 카달라그·전화·팩스를 대체하는 주문 접수의 한 수단"이라는게 한국암웨이의 설명이다. 당초 이 쇼핑몰은 이용률이 10% 미만으로 저조했다. 인터넷 보급률이 지금보다 낮았던 탓도 있지만 휴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ABN은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IBO 전용 사이트여서 네트워크를 해치지 않을 뿐 더러 주문과 결제, 상품배달의 편리성이 확인되면서 이용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특히 구매 이외에 각종 신상품 정보 검색은 물론, 자신과 네트워크의 실적 조회까지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ABN은 IBO 전용공간이라는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몰로서의 역할도 크다.

2001~2002회계연도 매출의 70%를 기준으로 하면 약 8,200억원 어치가 ABN을 통해 판매된 셈이다. 이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 상위 3개 업체의 매출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암웨이가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국내 IT대기업과 제휴해 무선전자상거래 사업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어서 모바일 커머스 시장까지도 주도권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입력시간 : 2003-12-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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