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D-50 - 이동국 부상·해외파 부진·훈련기간 부족 등 악재 불구 '자신감'

대망의 2006 독일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개막경기가 이제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02년의 흥분을 생생히 기억하는 축구팬들은 물론, 당시의 경제적 효과를 잊지 않고 있는 기업들 역시 일찌감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월드컵 열기 속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가는 듯 보였던 ‘아드보카트호’가 월드컵 개막을 두 달 여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사실 일이 너무 잘 풀린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늘 비교대상이 되는 2002 월드컵 때와 지금의 한국축구, 그리고 한국 대표팀 어떤 게 다르고 어떤 문제가 있을까, 그리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어떤 해결책을 내 놓을 수 있을까.

달라진 한국 축구문화

월드컵 D-50, 4년 전만 해도 수시로 대표팀 선수들이 소집돼 월드컵 분위기가 달궈질 때다.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는 두 달 전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 곧바로 경기가 열리는 멕시코로 달려갔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2002 월드컵 당시에도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대회 개막을 한참 앞두고 선수들을 소집해 일찌감치 훈련에 돌입했었다.

하지만 2006년은 그렇지 않다. 지금도 세계축구의 강국들과 비교해보면 대표팀의 합숙훈련 날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K리그 구단들의 입김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도 이제 국제축구연맹(FIFA)가 규정하고 있는 대표팀의 소집일정을 최대한 지키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 초부터 지금까지 “히딩크 감독 때와 지금을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히딩크 감독 시절에는 K리그 비시즌 중의 장기 해외원정은 물론, 시즌 중에도 경기가 없는 주에는 1주일 정도의 소집을 통해 수시로 대표팀의 조직력을 다져나갔다.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비시즌 때 두 달 간의 해외원정을 제외하면, A매치를 앞두고 주어지는 며칠간의 훈련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대표팀 위주로만 형성된 한국축구의 기형적 측면을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

그렇다면 바뀐 한국축구의 문화 속에서 월드컵 대표팀은 어떤 결과를 낼까. 현재 대표팀은 소집은 되지 않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월드컵 준비를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정중동이다.

- 해외파를 어찌 하랴

아드보카트 감독은 수시로 유럽을 드나들며 해외파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해외파는 전력의 핵심, 월드컵 성적을 좌우할 요원들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 이래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더욱 많다는 것은 해외파의 중요성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팀의 간판 노릇을 해줘야 할 일부 해외파들이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해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소속팀의 붙박이로 자리잡은 이영표(29ㆍ토트넘)와 박지성(25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입지는 걱정할 게 없다.

하지만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의 설기현(27ㆍ울버햄턴),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안정환(30ㆍ뒤스부르크)과 차두리(26ㆍ프랑크푸르트)는 소속팀에서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선수들이다.

리그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경우 컨디션을 조절하고 경기감각을 찾기가 무척 힘든 것이 바로 축구다. 이름값도 중요하지만 경기감각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이다.

- 아, 뛸 수 없는 동국아

월드컵을 앞두고 주전선수의 부상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런데 아드보카트 감독이 바로 그 시나리오를 받아들게 됐다. 그것도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이동국(27ㆍ포항)이 전력에서 제외된 것이다.

현재 한국대표팀에서 가장 취약한 포지션으로 손꼽히는 부분이 포백 라인의 중앙 수비, 그리고 바로 이동국의 자리인 원톱 포지션이었다. 이동국이 멀쩡해도 결정력 부족을 고민을 해야 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없는 머리가 더 빠지게 생겼다.

2002 월드컵 때 한국이 4강신화를 거둔 데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 우리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 그리고 조직력도 뛰어났지만 그것 못지 않게 대회를 앞두고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없었다는 사실도 큰 뒷받침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동국은 말할 것도 없고 2002 월드컵 때의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송종국(27ㆍ수원)도 부상에서 이제 갓 회복돼 경기감각이 완전치 않은 상태다.

큰 대회에서 경험만큼 소중한 승리의 원동력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아드보카트호는 히딩크호 때보다 불리한 여건에 몰려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도전

고민 거리가 한둘이 아닌 상황이지만 백전노장 아드보카트 감독이 쉽사리 물러설 사람은 아니다. 기업체에서도 즐겨 쓰는 ‘SWAT 분석’은 장점은 더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라고 이르지 않는가.

아쉬운 부분은 많지만 현 대표팀에는 2002년 월드컵 때보다 더욱 발전한 것이 있다. 그리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 부분의 극대화를 통해 최소 16강 진출을 장담하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누차 “현 대표팀이 2002년 팀보다 낫다”고 강조해왔다.

첫째는 경험이다. 2002 월드컵 성공을 거둔 ‘태극전사’들이 지금도 6~7명이 포진해 있다. 그것도 대성공을 거둔 경험이기에 가치가 크다. 여기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험 많은 선수뿐 아니라 젊고 유능한 젊은 선수들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해외파가 문제지만 성과도 있다. 2002년 당시 대부분의 해외파 선수들은 K리그와 수준이 비슷한 일본 J리그에 포진해 있었다. 안정환과 설기현이 이탈리아와 벨기에에서 활약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2 월드컵 성공을 계기로 월드컵 주역들이 유럽으로 대거 진출했고 이영표, 박지성 등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강력한 상대와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둘의 존재는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월드컵 개막을 50일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의 도전과 지도력이 시험 받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장치혁 기자 jang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