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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루저의 반란' 박성원, 그들만의 리그에 반기

KLPGA 정규투어 예선전 거쳐 첫 우승

‘20대 80의 법칙’으로 불리는 파레토법칙(Pareto's law)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다. 소수인 20%가 다수인 80%을 지배하고, 20%가 소유한 재산이나 가치, 창조력 등이 80%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이 법칙은 오히려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심해지고 있다.

스포츠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정확한 통계를 접한 적이 없지만 어떤 스포츠든 전체 선수의 20% 미만이 전체 상금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거나, 스포츠 흥행 역시 소수의 스타급 선수에 좌우되는 등 파레토법칙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제주GC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정규투어 첫 우승을 맛본 박성원(23)은 ‘20대 80의 법칙’을 거스른 보기 드문 선수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박성원은 한국 여자프로 골프세계에서 시쳇말로 ‘루저(loser)’의 한 명이다.

거의 매주 3~4일씩 TV 중계방송을 통해 대하는 선수들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선수들의 평균적인 모습으로 보면 오산이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선수들은 전체 프로선수의 상위 10%에 포함된 선수들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랭킹이 상위 20위 이내에 드는 선수들이나 미모가 빼어난 선수, 당일 출중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는 선수들 위주로 카메라에 잡힌다. 대회 기간 중 한두 번이라도 중계카메라에 포착되는 선수는 상위 20%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KLPGA 홈페이지를 검색해봤더니 정회원이 279명, 준회원 234명, 티칭프로가 57명이다. 준회원이나 티칭프로는 거의 미디어의 표적이 되지 않으니 KLPGA투어는 정회원 279명의 리그나 다름없다.

그러나 정회원이라고 해서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전년도 기준으로 성적이나 상금 순위에 따라 풀 시드권이 주어지고 풀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겐 조건부 출전권이 주어진다. 오픈대회가 아닌 경우 보통 80~100명 내외가 참가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상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선수는 3분의 1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범주에 속하지 못한 선수들은 가족들의 헌신적인 지원을 받으며 TV 중계방송을 통해 접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동승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에겐 가족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나 스스로 생존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골프 명문고 함평골프고등학교를 나온 박성원은 주니어 시절 이미 국내는 물론 세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는 박성현과 함께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던 실력파다. 전인지(22), 장수연(22) 등이 그의 고교 1년 후배다.

2012년에 프로로 전향, 2부 투어인 드림투어서 활동하다 2015년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25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금호타이어여자오픈 공동 10위로 한 차례 톱10에 들었을 뿐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상금 순위가 91위에 그치면서 투어카드를 잃어 올 시즌에는 시드 선수들이 불참해야만 출전할 수 있는 조건부 시드권자로 활동 중이다.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두 차례 컷을 통과했으니 팬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줄 기회도 갖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도 출전 자격이 없어 대기자 신분으로 상위 랭킹 선수들의 불참을 기다리다 대회 직전 열리는 예선전을 11위로 통과해 겨우 출전 자격을 얻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경기하면서 골프팬들에게 ‘박성현이 아닌 박성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루저의 반란’을 성공시킨 주인공이자 ‘현상(status quo) 파괴자’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골프팬들은 무명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그가 쟁쟁한 스타급 선수들끼리 파이를 나눠 갖는 국내 여자골프 지형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데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이 사회의 곳곳이 기득권자, 상위 20%에 지배당하는 암울한 상황에 숨 막혀 하는 사람들에게 박성원은 ‘기존 질서 파괴자’ 또는 파레토 법칙을 거스르는 당찬 도전자로 대리만족을 준 것이 아닐까.

이번 우승으로 꽤 많은 상금에 2018년까지의 시드권과 함께 내년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자격을 확보한 박성원도 ‘그들만의 리그’에 안정적으로 편승할지는 미지수지만 루저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사다리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음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에게 귀중한 희망의 불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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