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ㆍ미모가 아닌 실력으로 롱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SBS스포츠 홍재경 아나운서가 회사 내방 직후 이곳저곳을 향해 밝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시작했다. 직원 대부분이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지만 보이는 사람들마다 깍듯한 인사를 남기며 고요한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홍재경 아나운서는 평소에도 예의 바르고 활발하며 동시에 털털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인터뷰 중에도 본인을 포장하기보다 2019년을 “만 30세가 되는 해”라고 소개하며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에게는 다소 민감할 수도 있는 나이 이야기를 오히려 먼저 꺼냈다. 어느덧 스포츠 아나운서로 5년째를 보낸 그녀에게 2018년은 어떤 의미가 있는 해로 기억될까. 또 2019년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갈 계획일까.

▶그녀가 소개하는 스포츠의 매력

홍재경 아나운서는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을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상당히 늦게 가졌다. 이화여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첫 직업 역시 기상 캐스터였다. 그러나 날씨 정보 전달에 국한된 일보다 조금 더 큰 세상을 걷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4년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로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후 골프, 야구, 배구 종목의 프로그램 진행 및 현장 리포팅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스포츠를 어린 시절부터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기상 캐스터보다 스포츠 아나운서와의 궁합이 훨씬 좋았다. 그녀는 축구, 농구, 야구, 발레, 배구, 탁구, 골프, 당구, 볼링, 수영, 태권도, 특공무술, 해동검도, 유도, 스쿼시, 테니스 등 수많은 종목들을 몸으로 직접 경험해본 만능 스포츠우먼이기도 하다.

“여러 종목 중에서 현재는 수영, 탁구에 특히 꽂혀 있어요. 탁구는 고교 시절 학교에 탁구부가 있어서 즐겨했어요. 2년 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제 스매시를 받아칠 수 있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그 뒤 사람들을 만나면 사실인지를 꼭 물어보더라고요(웃음). 수영은 그동안 듬성듬성 배워서 2018년에는 평영과 접영을 꼭 마스터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 목표를 이뤄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골프 역시 홍재경 아나운서가 가장 즐겨왔던 스포츠 중 하나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를 고민하다가 대학생 때 처음 접하게 됐으며, 아버지의 남다른 승부욕을 배우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골프는 홍재경 아나운서가 SBS 골프아카데미 메인 MC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애착이 깊은 종목이기도 하다. 그녀는 골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많은 골프 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점에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골프 아카데미는 제가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물론 다른 종목, 다른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지만 골프 프로그램은 특히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한 것 같아요.”

▶노력으로 극복한 암흑기 “계속 성장하는 모습 보여줄 것”

현재는 활기차고 안정적인 프로그램 진행 및 현장 리포팅으로 많은 스포츠 팬들에게 인정받고 있지만 홍재경 아나운서에게도 나름의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특히 스포츠 아나운서 초창기에는 말을 더듬거나 잔뜩 위축된 모습들이 발견됐고, 외모와 관련해서도 상처가 될 악성 댓글들을 접해야 했다.

하지만 홍재경 아나운서는 “2014년에는 제가 봐도 가장 못 생긴 것 같아요”라며 넉살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녀는 수첩을 의도적으로 지참하지 않는 등 더욱 떨리는 상황을 만든 뒤 이를 극복하는 연습을 통해 서서히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감 부족으로 본인의 모습을 자칫 잃을 뻔했지만 내면에서의 변화를 통해 이제는 밝고 매력적인 미소 속에 알찬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2014년의 암흑기를 딛고 2015년 이후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일하며 가장 뿌듯했던 부분이에요. 시청자께서 ‘저 아나운서가 도태되지 않고 후퇴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구나. 외적이든 내적이든 5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구나’ 이런 점을 기억해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롱런 꿈꾸는 그녀, 2019년 다짐은?

홍재경 아나운서는 2019년 만 30세가 된다.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직업 수명이 일반적으로 워낙 짧은 편이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질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본인만의 방식으로 롱런을 꿈꾸고 있었다.

“뭔가 젊고 예쁜 아나운서 때문에 스포츠를 보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물론 젊고 예쁜 아이돌 같은 후배들을 보면 좋아 보이고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웃음). 하지만 스포츠 팬들의 수준 역시 높아졌기 때문에 스포츠 아나운서들도 이제는 더욱 실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김민아 선배께서 그렇게 인정받아 롱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 자리에 계신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비록 서른 즈음에 결혼을 해야겠다던 과거의 계획이 무산됐지만 홍재경 아나운서는 “10년 뒤에는 제발 결혼을 했기를 미래의 저에게 간절히 바라봅니다”라는 농담과 함께 2019년 당찬 목표를 전했다.

“2018년에는 다이어리에 당일치기 여행, 영어 공부, 싱글패 만들기, 수영 마스터, 돈 열심히 벌기, 남자친구 만들기, 결혼 준비하기 등등을 적었죠(웃음). 그 중에 절반 정도를 이룬 것 같아요. 2019년에는 우선 못 이룬 목표들을 계속해서 도전해 보려고요. 또 새로운 목표를 잡는다면 저만의 채널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수동적인 사람보다는 늘 능동적으로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스포츠 아나운서 홍재경이 되겠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스포츠한국> 홈페이지 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대웅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장동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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