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옥 회장(왼쪽)이 타미우스CC에서 가장 전경이 뛰어난 18번 홀 건너편 정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홀은 연못이 그린을 둘러싸고 있다.
“가치평가의 기준을 `힐링‘으로 하면 우리는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자랑도 이쯤 되면 허풍처럼 들릴 수 있다. 핀크스, 나인브리지, 블랙스톤…. 여기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고급형 골프장까지 줄세우기를 하면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는 타미우스를 제주도 골프장 랭킹 3걸에 포함시킨다면 수긍하는 골퍼가 몇이나 될까.

그러나 김양옥 타미우스 골프&빌리지 회장은 타미우스 골프장이 도내 29개 골프장 중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 세 개를 곧추세운다. 전제가 `가치평가의 기준‘에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한다.

“골프는 `힐링스포츠‘가 아닌가요. 시설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건 온당치 않아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골프장이 진정으로 좋은 골프장이고 타미우스가 바로 그런 골프장입니다. 바람이라면 타미우스를 방문했던 골프인들에게 ‘힐링골프장’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겁니다.”

그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이유는 있다. 지난 2001년 첫 삽을 뜨고 2005년 그랜드오픈을 했을 때 타미우스 골프&빌리지는 원시림 숲속에 울창한 편백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노루가 뛰놀고 남쪽으로 삼방산이, 서쪽으로는 비양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도를 통틀어 가장 자연경관이 뛰어난 사계절 친환경골프장으로 평가됐다.

당시 코스 디자인을 맡았던 세계 10대 골프설계사 중 한명인 일본의 가토 순수케는 공사 부지를 둘러보고는 자연환경에 매료된 나머지 공기 지연의 부담을 무릅쓰고 마음을 바꿔 산과 들을 파헤치는 토목공사 대신 친환경 중심으로 다시 코스를 설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런 자연경관은 변함이 없다.

마운틴 레이크 우즈 3개 코스로 이뤄진 27홀 골프코스 면적만 220만245㎡(약 67만평)에 이르는 대형 리조트인 타미우스는 제주도 애월읍의 한라산 주변 산들과 4군데 오름에 둥지를 틀고 있어 바람이 적고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따뜻하다. 편하게 골프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골프빌리지로서 최적지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랜드오픈 15년 세월 동안 타미우스cc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후퇴하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여기에 지난 2017년 여름 길가의 가로수가 말라죽고 지하수가 고갈될 정도의 역대급 가뭄이라는 자연재해와 맞딱뜨리면서 속절없이 쇠락했다.

전경이 빼어난 마운틴 코스 중 하나. 멀리 한림바다 쪽으로 솟아 있는 금악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천혜의 자연경관에 코스 설계자 토목공사 계획 바꿔

“제주도가 `골프메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19년 전 최고급 골프장을 벤치마킹을 해서 출범했을 때만 해도 페어웨이에 잡초 하나 없었어요. 그런데 코스의 잔디 관리에 실패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죠. 골프장은 잔디가 생명이잖아요. 3년 전 여름에는 극심한 가뭄까지 덮쳐 많은 잔디가 타죽었어요.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거죠.”

SBS코리안투어로드랜드클래식, 매경여자오픈, 에스오일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굵직한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각광받던 타미우스골프장이 골프 전문여행사의 인기도 순위에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김양옥 회장은 이력도 다양하다. 타미우스 회장직과 한국자유총연맹 제주특별자치도지부 회장직을 빼고 명함에 적힌 굵직한 경력만 7개다. 제주도 출신답게 제주도 지역사회와 관련된 단체가 대부분이다.

맨 상단의 제민일보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 회장, 한국해양소년단 제주도연맹장, 국제라이온스협회 354-G지구 17대 총재,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회 중앙운영위원, 한중친선협회부회장(현)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가들이 그렇듯이 그도 참담한 실패를 통해 단단해진 경우다. 군수가 바뀌는 바람에 공사 직전에 물거품이 된 충북 단양의 리조트 건설과 15년 동안 운영하던 일본 와카야마 골프장이 일본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문을 닫아야 했던 아픈 경험이 특유의 오기를 자극했다.

“더 이상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가 없었어요. 직접 물통과 농약통을 등에 지고 코스를 누볐죠. 잔디를 살릴 수만 있다면 돈이 중요치 않았어요. 잔디 복원에 150억원 이상 들었죠. 아직도 3년 전 가뭄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 정도로 잔디는 한번 손상되면 되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창고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퍼런 풀물이 들고 군데군데 헤진 빛바랜 작업복 더미. 잔디를 살리기 위해 3년 가까이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막노동의 흔적을 그는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초심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도 매일 오전 카트를 타고 27홀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다고 한다.

지방세만 100억원, 제주 경제의 밀알 되고파

타미우스는 지금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현재의 타미우스 상태를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로 생각하고 있는 김 회장은 ‘환자 치료’를 위해 15년만에 27홀 코스 전면에 걸친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에 골프장 경영의 핵심인 대표이사(문윤호)와 영업 전무(박용택)를 지난달 전격적으로 동시에 영입, 올해 내장객 10만명을 목표로 하는 새 진용을 갖추게 됐다. 문윤호 대표이사와 박용택 전무는 라헨느CC에서도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홀당 내장객 1위의 골프장을 만든 업계의 ‘귀재’로 불린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원군을 만났다. 지난 16일 김 회장은 스포츠한국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포츠한국 산하 골프지도자연맹의 전문가들로부터 골프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골프장 단독으로 명문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아무리 시설이 좋고 경영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포진했다고 해도 지자체와 도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고, 이는 지역 경제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골프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골프장은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이 아닙니다. 수익만 생각하면 건설회사가 더 낫죠. 하지만 제주 골프는 단순히 골프만 즐기는 곳이 아닙니다. 지역경제와 맞닿아 있어요. 타미우스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방세로만 100억원 넘게 냈어요. 제주도 재정에 일정 부분 기여한 거죠. 기업인은 공무원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들어도 힘이 납니다. 기업인이 힘이 나야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제주 경제가 좋아지게 되잖아요.”

제주 관광사업의 전초기지를 자임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는 생애 마지막 큰 꿈이 있다. 어쩌면 꿈이 아니고 새로운 도전일지도 모르겠다. 타미우스 회원권 한 장으로 동남아 휴양지에서 골프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 건설을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한다.

단양 리조트 건설과 일본 골프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조각난 꿈을 되살리고 싶다는 김양옥 회장. 하지만 그 꿈도 타미우스가 멋지게 부활했을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타미우스다.

제주=조민욱 기자



조민욱 기자 mwcho91@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