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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스마일 퀸’ 김하늘의 은퇴가 특별한 이유

박세리(44) 김미현(44) 장정(41) 등이 한국 여자골프 해외 진출의 프런티어라면 1988년생 용띠 선수들은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의 자리로 이끈 여전사(女戰士)들이다.박세리보다 11세 어린 88년생은 박세리를 보고 골프의 길로 들어선 이른바 ‘박세리 키즈’다.

  • 김하늘 선수.연합뉴스
88년생 여자 선수들을 나열해보면 바로 이들이 한국 여자골프 전성시대의 주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신지애 박인비 이보미 김인경 김하늘 이일희 이정은 이나리 이현주 김송희 등이 88년생 용띠다.

고진영(26)이 LPGA투어 한국선수 통산 200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한 것도 88년생 용띠 선수들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았기에 가능했다. 일부는 현역에서 물러나 후학을 지도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겨루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88년생 김하늘이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0월 23일 일본 효고현 미키시의 마스터스GC에서 열린 JLPGA투어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 앞에서 김하늘의 은퇴식이 열렸다.

클럽하우스 앞 잔디밭에는 라운드를 끝낸 선수들과 취재진, 갤러리들이 에워쌌고 잔디밭에 세워진 전광판에는 ‘Thank you so much Ha Neul Kim’이라는 문구가 점멸했다.

김하늘 선수가 나타나자 선수들이 다투어 꽃다발을 전달하며 눈물의 포옹을 했다. 후배 배희경(29), 동갑내기 친구 이보미가 꽃다발을 안기자 김하늘은 눈물을 쏟았다. 김하늘의 눈물이 은퇴식에 모인 선수와 갤러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오야마 시호, 우에다 모모코, 아리무라 치에, 하라 에리나 등 김하늘과 친했던 일본 선수들도 김하늘을 안고 눈물을 쏟았다. “너무 수고했다”며 손편지를 전해주는 선수도 있었다.

김하늘은 11월 12일 춘천 라비에벨GC에서 개막하는 KLPGA투어 SK텔레콤·ADT캡스챔피언십에서 참가, 국내 은퇴 경기로 골프선수로서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 박세리의 성공 스토리에 자극받아 열심히 해 6년간 주니어선수로 활약하다 프로로 전향했다.

박인비 신지애 이보미 등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받은 것에 비하면 김하늘은 늦게 핀 꽃이었다.

2006년 KLPGA에 들어온 뒤 통산 8승을 수확했다. 2007년 신인왕에 올랐고,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대상, 최저타수상, 인기상 등 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2015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JLPGA투어에 진출, 6년 동안 통산 6승을 거두며 일본 골프 팬들을 매료시켰다.

‘스마일 퀸’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미소는 매혹적이다.

그가 프로 초년생일 때 프로암대회에서 함께 라운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클럽하우스 테이블에서 마주했을 때 그는 눈부셨다. 169cm의 훤칠한 키에 미소 가득한 미모는 그리스의 여신을 마주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특히 그의 눈길은 깊고도 고혹적이었다.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는 일부러라도 화난 표정을 지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눈꼬리로 미소가 흘러넘쳤다. 그러면서도 여신을 연상케 하는 카리스마도 풍겼다. 일종의 아우라로 느껴졌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사인을 받은 골프 모자는 낡았지만 보관하고 있다.

미소 가득한 얼굴에 낙천적이고도 쾌활한 성격, 타고난 사교성은 견고한 팬덤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일반 골프 팬은 물론 동료 선수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골프 인생에 100점을 주겠다고 토로한 것을 보면 그는 골프선수로서 만족한 여정을 보낸 것 같다.

골프선수로 최선을 다했고 행복했지만 2년 전부터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다음 직업은 스포츠와 엔터테이너를 결합한 ‘스포테이너’가 될 것 같다. 골프와 관련된 예능과 패션 등 다양한 활동을 꿈꾸고 있다. 우선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하고 유튜브 채널도 준비 중이란다. 모델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이 예정돼 있다.여느 선수들처럼 떼밀리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김하늘답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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