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말에 “명필이 붓을 가리느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개인 장비를 사용하는 여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 또한 장비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어떤 면에서 보면 골프가 장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스포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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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적합한 클럽을 선택하는 것은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에게 매우 중한 문제이다. 제각기 다른 형상과 디자인(라이앵글과 로프트앵글, 크기, 솔과 토우 등)을 갖는 클럽헤드와 다양한 성능지수(토오크, 강도, 킥 포인트, 길이, 무게 등)를 갖는 샤프트들이 결합된 14개의 클럽은 골퍼가 자신 있는 스윙을 하는데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형태와 성능 요인을 갖고 있는 골프 장비들 가운데 본인에게 적합한 클럽을 선택하고 기술적 조건을 세팅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선수마다 어떤 조합으로 피팅한 클럽이 자신의 경기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지를 고민한다.

인체는 매년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스윙 스피드와 스윙 궤적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조건 변화와 스윙에 대해 인지하고 적합한 클럽을 선택하는 것 또한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보아야 한다.

클럽의 성능은 골프 역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클럽페이스의 반발계수 등을 규제하기 시작한 이후 조사한 USGA와 R&A의 2017년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PGA 투어의 2003년도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85.9야드인데 2017년에는 292.5야드로 약 7야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 투어는 5.4야드 증가했으며, PGA 2부인 웹닷컴투어는 무려 10.5야드나 증가했다. 드라이브의 성능과 함께 선수들의 평균 비거리도 향상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다양한 14개의 클럽 가운데 어느 것이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줄까?

개인에 따라서 경기력을 구성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클럽이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일반화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프로가 가장 고민하는 클럽은 퍼터일 것이고, 아마추어는 드라이버일 확률이 높다. 프로 선수들 가운데 오랫동안 우승을 못하고 고전하다가 퍼터를 바꾸고 깜짝 우승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근육을 사용하기보다 미세 근육을 통한 감각적인 스트로크가 필요한 퍼팅은 계절에 따라서 혹은 코스 환경과 기분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클럽보다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의 편차가 클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PGA 투어의 특정 선수들은 세팅이나 형태가 다른 몇가지 퍼터를 두고 시합 직전에 감각에 맞는 퍼터를 선택하여 경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경기력 제고를 위해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어 경기에서 그린 적중률이 매우 낮아 어려운 경기를 하더라도 언더파로 마무리하고 상위권에 있는 경우는 많지만, 온 그린 시 평균 퍼팅 수가 30이상이 될 때 상위권에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은 퍼팅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아마추어의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클럽은 드라이버가 아닐까 한다. 한 라운드에서 OB(아웃오브바운즈)의 숫자가 당일 스코어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주말 골퍼들에게 드라이버 샷은 그 어떤 샷보다 중요하다. 드라이버 샷의 적중률에 따라서 스코어는 물론 멘탈까지 흔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마추어의 경우 자신에게 적합한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것이 경기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가지 요소가 될 수 있다.

스윙의 일관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순히 샤프트 강도나 길이 혹은 클럽헤드의 무게 변화만으로도 제 스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장비의 다양한 세팅 요소 가운데 아마추어 스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마도 샤프트 강도일 것이다.

프로선수의 경우에는 그린 주변 샷의 매우 작은 편차도 퍼팅의 성공률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기하는 코스의 딱딱한 정도나 모래 상태에 따라서 웨지의 바운스 각도가 다른 클럽으로 바꾸어 시합하기도 하지만, 아마추어의 경우는 샷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이런 세심한 세팅들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프로 선수에게 자신의 컨디션과 코스의 상황에 맞는 장비의 선택과 세팅은 스윙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경기력 요소의 하나’라는 것이며, ‘아마추어가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체격 수준에 맞는 클럽의 샤프트를 선택’하라는 점이다.

칼럼니스트 전순용

골프경기력 평가분석가. 전순용 박사는 제어공학을 전공하고 동양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의 교수로서 재임하는 동안, 한국국방기술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시스템의 평가와 분석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집중력과 창의적인 뇌사고능력에 관한 뇌반응 계측과 분석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해왔다.



전순용 칼럼니스트